트럼프, "WHO 30일 개선 없으면 자금지원 영구적으로 중단"
"미국의 WHO 회원국 탈퇴도 고려할 것"
세계보건총회, 코로나19 독립적 조사 결의안 채택
EU, "지금은 연대할 때", "EU는 WHO지지"
中, "미국 방역 실패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있다"
러, "미국 WHO에 대한 추가적 공격 자제 촉구"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HO에 대해 실질적인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미국의 자금 지원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후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들은 WHO를 지지하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WHO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30일 내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미국의 자금 지원을 끊고, WHO 회원국에서 탈퇴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WHO가 지난해 12월 '우한에서 퍼지는 바이러스'에 대한 보고를 무시했으며, 올해 1월에는 "중국이 세계적인 방역 기준을 세우고 시간을 벌어줬다"고 말하는 등 지나치게 친중국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중국으로부터 독립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파델라 차이브 WHO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봤지만 지금 당장 반응을 보이지 않겠다. 우리는 세계보건총회(WHA) 의제를 마무리하느라 바쁘다"고 밝혔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WHO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초기 대응은 하지 않았지만 19일에 통과된 결의안은 WHO의 중심적 역할을 긍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9일 WHA의 제73차 회의에서 WHO 회원국들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럽연합(EU)이 작성한 이 결의안은 이 외에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공정한 유통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디언은 EU는 WHO가 트럼프 재선 캠페인의 단계적 발판이 된 것을 알고 있으며, WHA에서 미·중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은 호주 정부가 당초 제안했던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조사'보다는 다소 완화된 것이다. CNN 등 외신들은 "보다 많은 국가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표현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U는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모든 국가가 연대할 것을 촉구하며 WHO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가디언 등 외신은 EU의 이러한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WHO 공격을 겨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WHA 화상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동안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큰 용기는 하나의 팀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르지니 바투헨릭손 EU 외교안보정책 대변인은 "지금은 다자간 협력을 방해하거나 훼손할 때가 아니라 연대할 때"라며, "EU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 WHO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통과된 WHO 결의안을 환영하면서 "이번 결의안은 연대와 다자간 협력을 통한 위기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WHO가 이 위기에 대응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을 칭찬한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과는 거리를 뒀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두고 자국의 방역실패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놓고 자신의 방역실패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WHO에 책정된 분담금을 납부하는 것은 회원국으로서 당연한 의무이지 흥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WHO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행위는 일방적인 것이며, 국제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도 미국의 이 같은 행동을 비판하면서 WHO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9일 하원 의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WHO는 규범에 따라 활동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와 의료진 등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WHO에 대한 추가적 공격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한 국가의 정치적 또는 지정학적 이익을 위해 WHO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하며, "WHO를 정치적 이해타산의 장으로 변모시키지 않는 결정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WHO 연간 예산의 15%에 이르는 4억달러(약 4천900억원) 이상의 자금을 WHO에 지원했다. 미국이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면 WHO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WHO가 미국과 게이츠 재단과 같은 자선 단체의 기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자금 상황에 대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