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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법인 회계사와 변호사의 하루는?

  • 보도 : 2020.05.19 10:37
  • 수정 : 2020.05.19 10:37

조세일보

"변명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 라는 변명이다." -에디슨

새벽 6시. 자명종이 세차게 울렸다. 을변호사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시계가 다시 요란하게 울려 댔다. 을변호사의 몸은 천근만근이다. 어제도 심야까지 늦도록 일을 했기 때문이다.

감긴 눈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아앗, 벌써 6시 20분…. 피곤한 몸을 일으켜 바로 샤워실로 뛴다. 곧 튀어나와 모바일로 일정을 체크한다.

-오전(am) 8:00, Hyatt Hotel. 미국 A회사의 부사장: breakfast meeting(朝餐約束). 고객인 미국회사 본사의 부사장급 사내변호사(general counsel)인 Mr. Donaldson과의 약속이었다.

서둘러 지하로 내려가 차에 시동을 건다. 그런데 오늘따라 차(traffic)가 왜 이리 막히는가? 아직도 이른 시간인데… 서울 사람들 모두가 새벽에 출근하는지…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7:55 am, 차를 이리 몰고 저리 몰아 겨우 시간 내 도착. Mr. Donaldson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한국의 합작회사 방문차 입국했다. 입국한 김에 합작회사가 부닥친 법률문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려고 을변호사와 약속을 했다. Mr. Donaldson이 질문리스트를 펴 놓고 을변호사와 하나하나 상담을 했다.

상담이 끝날 무렵, Mr. Donaldson은 을변호사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는 귀에 대고 뭔가를 알려 주었다. 을변호사는 놀랐다. 주옥같은 정보였다.

조만간 그 회사가 한국의 대기업에 대한 대형 M&A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을변호사가 맡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 아직은 대외비(對外泌)이니 비밀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하였다.

이 예기치 않은 선물(surprise present)에 놀란 을변호사는 깊은 감사를 표하며, 비밀리에 만반의 준비를 할 테니 의문이 있으면 24/7(24시간 언제든) 자기에게 직접 전화를 하라고 했다.

이 아침에 특급 정보를 얻은 을변호사의 가슴은 벅찼다. 이런 대형 M&A를 수임하면 거액의 자문수수료가 보장된다. 법인의 경영진도 환호할 것이다. 조찬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급히 차를 모는데, 모바일이 울렸다. 영국에서 온 장거리 국제전화였다.

평소에 을변호사와 잘 아는 영국기업의 영국인 CFO(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재무책임자)였다. 통화 내용은 이러했다. 한국에 있는 자기들 자회사에 대하여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팀이 곧 들이닥칠 것이라는 정보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특별조사팀이 언제든 들이닥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전략을 상의하기 위하여 지금 자기, 을변호사, 그리고 한국 자회사의 경리이사가 함께 일단 3자 통화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는 공항이고 곧 비행기에 탑승해야 하니 지금 당장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을변호사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다 해도 지금 자기는 운전 중인데…, 그 친구 성질 참 급하기도 하다. 나중에 하자고 할까? 그러나, 감히 그 말을 어떻게? 누구 앞이라고? 고객은 왕인데…

더구나 이 사람은 우리의 prestigious client(아주 귀한 고객)이니 그야말로 왕중왕(王中王) 아닌가? 머뭇거리다가는 골(?)로 간다. 잘못하면 경쟁 로펌으로 도망가거나, 아니면 경쟁자들이 선제 역공을 하는 날엔 나는 망한다.

(을변, 자네 지금 뭐하고 있어?) 을변호사는 스스로에게 자문하면서 급히 길가로 차를 댔다. 옆으로 새다가 부딪칠 뻔했던 옆 차가 경적소리를 울리며 육두문자를 뿜는다.

그는 정차 후 주위에는 관심 없이 mobile 버튼을 사정없이 눌러 댄다. 다행히 한국 자회사의 이사가 자리에 있어 3자 통화가 가능했다. 1시간 남짓 통화를 한 후 을변호사는 경리이사에게 세부계획을 짜기 위하여 속히 약속을 잡자고 제안했다.

경리이사는 자기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하다고 모레 만나자고 했다. 을변호사는 내일 당장 만나자고 했다. 그러자 본사의 CFO도 맞장구를 쳤다. 내일은 고사하고 오늘이라도 만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경리이사는 머뭇거렸다. 사실은 을변호사도 내일 스케줄이 꽉 차 있다.

그러나 내가 지금 누구 앞에 있는가? 상전 중의 상전인 영국고객 본사의 CFO 앞이 아닌가? 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긴급한 상황의 고객을 위해서는 자다가도 튀어나간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 순간이 절호의 찬스이다.

을변호사는 다시 상황의 절박성을 얘기했다. 경리이사도 본사 CFO 앞이라 자기도 몸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 이윽고 경리이사도 을변호사의 제안에 동의했다.

다시 서둘러 사무실로 차를 몰았다. 도착하면 바로 고객들과 내일 약속들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드디어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후배 변호사들이 을변호사 방으로 들이닥치는 것이 아닌가? 어제 자기들이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후배의 지인에게서 급한 요청이 있어 legal opinion(法律意見書) 초안을 밤새 작성해 놓았으니 검토를 해 달라는 것이다. 오전 10시 30분까지 이 의견서를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면서 을변호사의 빠른 검토를 촉구하였다.

을변호사는 후배들의 독촉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그들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문서를 검토하면서도 그의 입안은 팍팍 말라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10시 30분에 자기도 중요한 고객과 긴한 약속을 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법률의견서를 서둘러 결재한 후 아래층의 대회의실로 달려가 그 고객을 만났다. 그런데 고객은 혼자가 아니었다. 자기 밑의 부하 여러 명과 함께 한 보따리의 자료를 들고 있었다.

이크! 큰일이네. 을변호사는 이 미팅을 1시간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행한 사람들과 서류보따리를 보니 아찔했다. 결국 상담이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을변호사의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기를 찾는 고객에게는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아무리 마음은 급해도 상냥하고 편안한 자세로 성심껏 고객을 모신다. 회의가 점심시간까지 지체되었다. 외식할 시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working lunch로 해결하는 수밖에…

Working lunch 얘기가 나왔으니 잠깐 우리의 자문료 청구관행에 대하여 살펴보자. working lunch 시간도 고객을 위해서 쓴 것이기 때문에 보통 청구서에 포함된다. 이것이 국제관행이다.

을변호사의 time sheet를 보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계산한 청구서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billing practice(청구관행)는 얼마 전까지도 한국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정서와 달라서 아직도 가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우리는 보통 어떤 의문이 생기면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또는 관세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아주 싸게 접근하는 것이다. 이렇게 싸게 상담을 하는 사람들을 외국에서는 cheap client또는 stingy client라고 한다).

그 보다 좀 낫다는 것이, 고작 식사나 골프 등에 초대해 놓고 전문가의 귀한 지식과 의견을 귀동냥해 가는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의 값을 쳐주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의 time은 그야말로 돈이다.

그것을 그렇게 헐값으로 빼앗아서 되겠는가? 따라서 그들의 시간을 사용하면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다.

을변호사는 그 고객을 보낸 뒤, 잠시 자기 컴퓨터에 올라 그 동안 체크하지 못했던 email들을 서둘러 점검한다. 특히 외국에서 온 급한 메일들을 집중 점검한다.

시간 차 때문에 답변을 한 번 미루면 며칠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려 외국고객의 불만이 날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을변호사는 다시 어디론가 차를 몬다. 행선지는 정부청사다. 재경부 자문위원회의 위원이기 때문이다. 동 위원회에 참석하고 난 후 다시 서둘러 법원으로 향한다. 담당하는 소송이 몇 개 걸려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좀 머무르다 보니, 어느 덧 오후 5시 30분이었다. 다시 일정을 체크한다.

아차! 서둘러 가야 할 곳이 또 있다. AmCham(American Chamber of Commerce: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의였다.

AmCham이 주최하는 회의가 조선호텔에서 있는데, 그 회의를 빠뜨릴 수 없었다. 사실 을변호사는 저녁시간을 보통 고객과의 식사에 활용한다. 따라서 저녁시간을 가능한 한 비워두려고 애를 쓴다. 수입의 직접적인 원천은 바로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AmCham 회의와 같은 모임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아까운 시간들을 굳이 일부러 이런 곳에 투자하는 이유가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임에 가서 신규의 고객 또는 잠재적인 고객들을 발굴해야 한다.

또한 한동안 뜸했던 옛 고객들을 다시 만나서 옛날의 관계를 복원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피할 수 없는 모임들이다.

-밤 9:30쯤… AmCham의 회의 겸 저녁식사가 끝나고 있었다. 을변호사는 시계를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오늘은 좀 일찍 귀가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느 고객의 화급한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내일 회장님이 출국하는데, 그 전에 그 분의 최종결심을 받아야 하는 일이 있다. 따라서 미안하지만 오늘 밤 안으로 법률의견서 하나를 보내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을변호사에게 직접 부탁하려고 여러 번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아, 대신 후배 변호사들에게 부탁을 해 놓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다행히 의견서 초안이 만들어졌으니 속히 다시 들어와 승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 피곤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고객은 왕이다. 을변호사는 차를 몰아 사무실에 되돌아간다. 그리고 후배들이 만든 법률의견서를 검토했다. 그리고 고객에게 전송한 후 후배들을 데리고 나가 맥주파티를 열어 주었다.

귀가해서 시계를 보니 밤 12:00다. 서둘러 샤워를 한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위의 예는 국제업무를 주로 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의 일과이다. 대형 회계법인이나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회계사의 일정도 이와 비슷하다.

참고로, 같은 회계사라 하여도 회계법인 감사부서 회계사들의 일은 이들과 많이 다르다. 감사부서는 연말부터 3월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몇 달 동안 지옥(?)같은 나날을 보낸다고 할까? 그러나 season이 끝나면 다시 여유로운 생활로 돌아간다.

유명세를 타는 변리사, 세무사와 관세사의 일과도 을변호사의 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직, 즉 자유직업자는 바빠야 한다. 몸은 고달플지 모른다. 그러나 숙명적으로 바빠야 한다.

왜 그럴까? 바쁘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일이 없으면 그것은 바로 지옥이다. 일이 없으면 망하는 것이다. 전문직이라서 다른 방법이 있는가? 아니다. 바쁘다는 사실은 고객이 보여주는 신뢰의 반증이기도 하다.

전문직은 언제나 고객의 이익을 보호 내지 증가시키는 일을 즐겨야 한다. 물론 수입이나 보수도 증가한다. 그러나 그것은 고객의 사랑에서 나오는 부수물(附隨物)에 불과한 것이다.

"If you work just for money, you'll never make it, but if you love what you're doing and you always put the customer first, success will be yours(여러분이 오로지 돈을 위해서 일한다면, 여러분은 돈을 벌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항상 고객을 최우선시 한다면, 성공은 여러분의 것이 될 것입니다)." -Ray Kroc

법무법인 광장
이종열 고문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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