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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의 유머 – 유머는 전투 없는 승리를!

  • 보도 : 2020.05.04 10:30
  • 수정 : 2020.05.04 10:30

조세일보

제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처칠 수상의 유머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유머 1)
의회에서 기업의 국유화논란이 거셀 때 처칠이 의회화장실에 들렀다. 때마침 큰 기업들은 모조리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노동당 대표가 일을 보고 있었다. 이를 본 처칠은 빈자리가 몇 개 있는데도 불구하고 들어가지 않고 문간에서 기다렸다. 이를 본 노동당 대표가 말을 건넸다.
"빈자리가 많은데 왜 볼일을 안 보는 거요?"
"하하, 겁이 나서요"
"뭐가 그리 겁나는데요?"
"당대표님은 뭐든 큰 것만 보면 국유화를 하려고 달려 드시니까요."

(유머 2)
처칠이 연단 위에 오르다 넘어지는 모습이 하도 우스꽝스러워서 청중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처칠이 말했다.
"여러분이 계속 웃을 수만 있다면, 나는 한 번 더 넘어질 수 있습니다."

가슴을 파고드는 유머는 일순간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긴장된 국면이 말 몇 마디로 순식간에 화해 무드로 바뀌는 것이다.

오래 전의 일이다. 서울의 유명 한식집 대형 룸. 대형 테이블 건너 편.
독일 대표로 방한한 독일 국세청 국장이 이끄는 방문단이 자리했다. 독일에서 온 변호사와 회계사 그리고 독일 국세청 직원들이 도열해 앉아 있다.

다른 편에는 을로펌 조세자문부의 고참 변호사, 회계사, 전직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 전 대사 등이 자리를 했다.

회계사인 나박사도 전직 주미대사의 옆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나박사는 한·독 간의 조세분쟁 회담을 위하여 이 working dinner(업무를 겸한 만찬)를 준비하였고 또한 주 책임자로서 이 만찬을 이끌어 가야 한다.  

조세분쟁사건의 전말은 대략 이러했다. 얼마 전에 한국의 국세청이 독일법인의 한국자회사에 대규모 세금을 부과하였다. 모회사는 한국의 고객에게 직접 수출하였고 한국의 자회사는 그 중간에서 그 수출과 관련한 연락중개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국세청이 조세를 부과한 이유는 한국자회사가 연락중개업무만 수행한 것이 아니고 모회사의 지시에 따라 상품판매계약에 관한 중요한 행위까지도 수행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자회사가 한독조세조약에 의거 종속대리인(dependent agent)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며 따라서 그 효과는 독일 모회사에 직접 귀속되므로(agent의 행위=principal의 행위), 독일 모회사가 한국정부에 수출관련 이익에 대하여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일반적으로는 외국의 수출업체는 한국정부에 법인세는 납부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은 이 이론을 인정은 하고 있었으나 그 민감성 때문에 현실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OECD국가 중 이런 과세 논리를 현실에 직접 적용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이런 무리한 과세를 처음 당한 독일 국세청장이 대로(大怒)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때마침 우리나라는 OECD에 갓 가입한 형편이었기 때문에, 국제적 규범에 관한 한 OECD 기준 및 관행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한국 국세청이 다른 OECD 국가들도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이런 추상적 과세 논리를 콕 찍어내어 외국기업에 조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에 독일, 영국 등 OECD 주요멤버들이 일제히 우리 국세청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리고 유럽의 다른 OECD 국가들도 이런 세금부과처분이 하나의 선례(先例)가 되어 자국의 기업들에게도 불똥이 튈까봐 은근히 걱정하기 시작했다.

독일 측 대표는 이날 오전에 한국 국세청간부들을 만나서 한국국세청의 처분행위를 강력히 비난하였다. 그런 후 이날 저녁 한국 쪽에서 그 독일회사를 돕고 있는 을로펌의 조세팀과 향후 방어논리 및 대책을 논의하기 위하여 모인 것이다.

독일대표단과 을로펌은 고객을 방어해야 하는 똑같은 입장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한편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서로 마음을 터놓고 논의를 할 수 있는 사이이다.
 
만찬에 참석한 독일국세청 대표단은 격렬했던 국세청과의 회담 분위기 때문인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언짢은 표정이 역력했다.

독일대표 단장이 자리에 앉으면서 낮에 만났던 국세청인사들을 소리 높여 비난하고 나섰다. 그런 비난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을로펌도 한국국세청에 여러 번 항의서한을 보내고 구두설명을 했지만 한국국세청이 너무도 막무가내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독일회사를 지원하면서 국세청인사들의 처신에 불만이 많았던 을로펌 인사들도 독일대표단의 비난에 동조했다.
 
그런데 일국을 공식으로 대표하는 독일단장의 비난은 좀 지나치다 할 만큼 거칠어 보였다. 아무리 같은 편이라 하지만 한국사람들을 싸잡아서 하는 비난을 듣다 보니 을로펌 인사들 쪽의 분위기도 어색해졌다. 한국 국세청인사들에게 욕을 한 것이긴 하지만, 을로펌 참석자들이 듣기에 따라서는 마치 한국민 전체가 비난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더구나 현재 비난을 받고 있는 국세청간부들과 얼마 전까지도 함께 근무했던 전직 국세청 출신들의 입장도 묘해졌다. 자기들도 함께 욕(?)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든 것이다. 마치 "당신들도 현직에 있었으면 똑같은 짓을 하지 않았겠느냐"라는 식으로 들리는 듯했다. 

독일 대표단의 힐난은 계속되었다.
"국세청의 과세방식은 너무 barbarian(야만적)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자, 이쪽에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당신들(즉 전직 국세청장 등)'이 현직 국세청 사람들을 잘못가르치고 잘못이끌어서 한국국세청이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러니 당신들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라는 식으로 들렸다.

분위기는 자꾸만 어색해졌다. 전직 국세청간부들이 나서서 이런 강력한 항의를 국세청에 전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하는 뉘앙스였다. 독일대표단장이 계속 언성을 높였다.
"Korean National Tax Service should stick to the principle(한국국세청은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Korean National Tax Service should stick to the principle of OECD Tax Convention Model(한국 국세청은 OECD 조세조약모델의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분위기가 자꾸 어색해지자 나박사가 나섰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Gentlemen, we fully understand your position. However, what we would like you to know is that Korean National Service also sticks to the principle. Ok? However, they sometimes stick to the principle... in principle(여러분, 우리도 여러분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즉, 국세청도 원칙을 지킨다는 점입니다. 아시겠지요? 하지만, 국세청이 때로는 원칙을 원칙적으로만 지킬 때가 있습니다)."

국세청도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다. 다만, 그 원칙을 항상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고 '원칙적으로(만)' 지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엄격히 따져보면 꼭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나박사가 천천히 일어나서 "principle… in principle"의 두 개의 'principle'을 중복하여 발음하면서 보여준 운율(韻律)과 억양이 의외로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말투도 그랬지만, 그의 행동도 우스꽝스러웠다.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한 나박사의 제스쳐(gesture)를 알아챈 듯, 독일 대표단장도 드디어 크게 웃으면서 화답했다.
"Yeah, we German also sometimes stick to the principle in principle. Yes, you are right(네, 독일국세청도 때로는 원칙을 원칙적으로 지키지요. 네. 맞아요)." 하면서 자기 편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모두들 눈치 빠르게 "Yeah", "Yeah", "of course"라고 화답했다.

독일단장이 말했다.
"Ok. We both German and Korean sometimes stick to the principle in principle. Yeah? Ha Ha Ha. Let's forget it for now and enjoy food!(좋아요. 한국인이나 독일인이나 모두 때로는 원칙을 원칙적으로 지킵니다. 그렇지요? 하하하. 자 그럼 이제 다 잊고 식사나 즐깁시다!)" 그리고 한국 팀에게 손을 내밀어 술잔을 두드렸다. 그러자 양측에서 모두 일어나 서로 상대방과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하였다.
 
나박사의 재치로 이날 만찬 분위기는 크게 반전했고, 이어서 한국의 전통 가무가 이어졌다. 그리고 모두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순간의 유머는 전쟁과도 같은 긴장감까지도 일순간에 녹여버리는 것이다.

"상처 없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상처를 최소화하는 데는 유머만한 기술도 없다." – 미상(未詳)

"A sense of humor is part of the art of leadership, of getting along with people, of getting things done(유머감각은 리더십의 기술이고, 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이며, 일을 성취하는 기술이다)." – Dwight D. Eisenhower(미 대통령)

법무법인 광장
이종열 고문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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