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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정글의 강자들㉗-전문직 성공의 핵심 DNA-

국세청출신의 경쟁력(인기?)

  • 보도 : 2020.04.24 09:31
  • 수정 : 2020.04.24 09:31

조세일보

오늘은 국세청 출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과거 대형로펌과 대형회계법인에 근무할 당시 여러 정부기관에서 많은 공무원분들을 영입해 본 경험이 있다.

영입대상은 주로 국세청, 재경부, 관세청 인사들이었고, 조세심판원과 금감원 인사들의 채용에도 관여해 봤다. 이 뿐만 아니라 식약청, 감사원, 복지부 등에 다른 여러 부처에서 영입된 인사들과도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도 특히 인상에 남는 인사들은 국세청 출신들이다. 이들의 은퇴 후 경쟁력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필자만 느끼는 것일까? 주위에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우선 국세청 출신 중에서도 고위직 출신들을 보자. 이들 대부분은 퇴직을 하는 즉시 대기업들의 고문이나 사외이사로 위촉된다. 또한 기업주들이나 부자들의 개인 고문직을 맡기도 한다. 관여기업이 많고 고객이 많다 보니 그들의 수입은 상당한 경력을 가진 변호사나 회계사보다도 훨씬 높은 경우도 많다. 퇴직이 바로 대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위직 출신으로 국세청 출신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는 부처는 그리 많지 않다. 신문 등을 보면, 법조계의 고위직 출신(예를 들면, 전직 대법관, 전직 검사장 등)들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근한 예로, 비리혐의로 외국에 도피한 모 전직 국세청장이 해외체류 중에 자문료 명목으로 7억여원을 받았다고 보도가 되어서 세상을 시끄럽게 한 적이 있다(한겨례 2011.4.6). 체류기간도 2년 정도 밖에 안 되었다. 어떤 기업이 또는 어떤 사람들이 해외에 도피 중인 사람에게 그런 많은 금액을 어디에서 어떻게 전달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또 모 전직 국세청 차장(당시 국세청장 직무대행)과 모 전직 국세청 국장은 퇴직 후 모 재벌기업으로부터 2억4천만 원 및 30억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고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한겨례 2011.6.30).

물론 위의 사례들은 비리혐의 의혹을 받은 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사회는 과거보다는 훨씬 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발전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자문료를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과거 사례들이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이 누렸던 은퇴 후의 화려한 모습의 한 단면을 시사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들의 인기가 높은 곳은 기업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퇴직을 하게 될 경우, 대형로펌이나 대형회계법인들도 이들을 영입하려고 줄(?)을 선다. 이는 그들이 그만한 값을 해내리라는 확신 때문이다(물론 지금은 퇴직 후 바로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에 취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3년의 기간이 지나야 한다. 따라서 이들 중에는 제3의 조직을 거쳐서 대형법인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거기서 3년을 채운 후 이동하는 것이다).

대형법인들은 이들을 영입하면 상당한 보수와 사무실, 차량, 기사 및 교제비 등을 제공한다.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대단한 대접이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사람들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대형법인의 러브 콜(love call)을 마다하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대형법인에는 좋은 점들이 많다. 높은 보수에다 차량 기사 교제비 등 직위(대개 고문직)에 걸맞은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일감이 들어와도 자기가 고민하고 자기가 처리할 필요가 없다. 법인의 조직원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이 해결을 해 주는 것이다. 대형법인에는 이미 인적 인프라(infrastructure: 기반시설)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기는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거나 측면 지원 정도의 역할만 하면 된다. 개인 세무사와 같이 직접 온 몸으로 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설사 고객이 맡긴 문제가 잘 해결이 되지 않아도 그 책임은 자기 대신에 법인에 귀결된다. 개인적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업무부담에 따른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고 좀 더 여유있고 품위있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조건들을 마다하고 개인사무소를 차리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 이유는 보수이다. 대형법인의 보수도 높긴 하지만 그것이 밖에서 자기들이 직접 뛰어 벌 수 있는 금액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사무소의 이점은 큰 돈을 벌어도 그것을 조직원들과 나눌 필요 없이 독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이런 선택을 할까? 아마도 개인으로 뛰어도 일감의 수임에 자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직 국세청 고위직들의 선택지는 화려하다. 대형로펌, 대형회계법인, 개인세무사 설립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이들은 왜 기업이나 로펌 등에 이렇게 인기가 높은 것일까? 세금은 정부에 대한 강제 급부이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이를 피하려 한다. 기업주나 부자들은 자기의 부를 지키기 위하여 온갖 지혜를 다 짜낸다.

국세청은 세금을 징수하기 위하여 조사를 벌인다. 일반 정기조사도 있고 특별조사도 있다. 납세자는 일반조사든 특별조사든 조사라면 무조건 고개를 내젖게 되어 있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불시의 압수수색도 벌인다. 기업주나 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특별세무조사와 같은 고강도의 세무조사이다. 특별조사에는 일반 전문가의 국세청 접근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의 일반 전문가의 접근이 여러모로 제한을 받는다. 불시에 이루어지는 조사인데다 조사관들이 휘두르는 칼의 서슬이 시퍼렇기 때문이다.

이때 어떤 사람들이 필요할 것인가?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이다. 기업주나 부자들은 현직 국세청인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이들은 국세청의 조사동향을 미리 예측해 줄 수 있고, 현장조사 시 조사팀과 쉽게 대화가 될 수 있고, 문제점이 발견되었을 때 이를 완화하거나 조정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거의 모두 퇴직할 때 세무사자격증을 자동으로 부여받았기 때문에 엄연한 자격사로서 이런 역할들을 합법적으로 그리고 당당하게 할 수 있다.

대형로펌이 전직 국세청 고위 관료 영입 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같다. 고객의 이익(interest)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런 인사들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요즈음은 전직 국세청관료라 하더라도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때문에 국세청 접근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과거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아무리 바뀌었다 하여도 이들이 다른 일반 전문가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고위직의 인기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의 실무직 출신은 어떨까? 실무직 출신이라 해서 사회에서 푸대접을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의 인기도 고위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하위직들은 국세청의 규정이나 조사실무, 조사관행 등을 아주 잘 안다. 실무에 평생을 바치면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규정이든 훈령이든 예규든 그 모든 것의 역사적인 변천과정까지도 줄줄 읊을 정도로 실무에 강한 사람도 있다.

그것뿐이랴? 이들은 실무를 담당하는 조사관들을 가장 잘 알고 있고 또한 이들과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고객에게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할 만하다.

세무신고, 세법실무자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분야의 경우 이들에게서 도움을 받는 것이 고위직 출신들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비용도 저렴하다. 그러므로 이들도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고위직 인기에 못지않다는 것이다(백색정글의 강자들(10) 참조).

이와 같이 지위 여부에 불문하고 국세청 출신의 인기(경쟁력이?)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경험은 말한다. 그것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1. 공무원으로 시작하여 은퇴 시까지 온갖 조세문제만 다루다 보니, 대체로 모두 조세전문가가 되어 나온다.
2. 세무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기업이나 개인들을 만나고 직접 다루다 보니 거기서 얻은 경험이 풍부해 그 경험이 사회활동에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세무공무원으로서 기업이나 사회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할 수 있고 또 친분을 가질 수 있어서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듣고 경험하다 보니 견문이 높아지고 또한 대인관계 능력도 개발되는 것 같다. 
3. 세금을 다루는 공무원이다 보니 이들은 민간부문의 어느 누구든 마음대로 만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일반인이든 기업이든 이들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때로는 이들을 위협도 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나 양보도 해주면서 능란한 처세술도 터득하는 것 같다.
4. 세법은 인접법률을 모르고는 집행할 수 없다. 따라서 국세청인사들은 인접법률도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따라서 제반 법에 대한 상식이 풍부해진다.
5.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기업의 고위급들도 누구든지 쉽게 연락하고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 이들이 만나고자 하면 재벌회장이라도 피할 수가 없다. 워낙 막강한 질문조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무공무원으로서 이런 고위층 사람들로부터 항상 정중한 대접을 받아 보고 거기서 얻는 견문이 많아지고 또한 대화의 수준도 높아져 어디를 가도 비교적 당당해지는 것 같다. 또한 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숨겨진 지혜를 터득하는 것 같고,
6. 은퇴시 대부분이 세무사자격증을 받기 때문에 다른 부처 공무원과는 달리 법에 의해 전문직 활동이 보장되고,
7. 치열한 승진경쟁, 상명하복의 엄격한 기강, 그리고 강도 높은 감찰 등의 혹독한 조직사회에서 살아남은 인내와 지혜 등이 향후 사회생활에서도 도움이 된다.

현대는 전문가의 시대이다. 따라서 공무원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은 은퇴 후의 이런 경쟁력문제까지도 함께 고려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전문가로 성장시켜서 은퇴 후의 경쟁력까지 갖춰주는 조직은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광장
이종열 고문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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