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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따라 역사 따라]

의자왕이 보낸 바둑판과 신라장적

  • 보도 : 2020.04.21 09:00
  • 수정 : 2020.06.02 13:34

조세일보

◆…조세사의 국보 1호급 문서인 신라장적. 통일신라 시대의 촌주가 마을의 사정을 기록해 중앙 정부에 보고한 문서다 (한국학 중앙연구원 홈페이지)

일본 오사카 근처에 있는 나라(奈良)는 서기 710년부터 약 74년간 고대일본의 수도가 있었던 곳으로 이곳에 도다이지(東大寺)라는 큰 절이 있다.

이 절 근처에 정창원(正倉院 쇼소인)이라는 일본 왕실의 유물창고가 있는데 쇼무천왕(聖武天皇)이 죽은 후 왕비가 자신이 갖고 있던 애장품을 756년에 헌납한 이래 해양강국 백제 의자왕이 선물했다고 전해지는 유물이 있다.

스리랑카산 자줏빛 자단목판에 코끼리 상아로 줄을 새겨 넣은 아름다운 바둑판과 날아갈 듯 새 그림이 그려진 바둑돌, 바둑판 옆면에는 공작, 코끼리 등 이국적인 동물과 아라비아인이 새겨진 바둑판이 그것이다.

유물 중에는 백제와 발해, 신라, 당으로부터 들어 온 약 9000여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이중에 신라 관계 유물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소장된 신라 유물들은 신라로부터 구매한 물품을 적은 '매신라물해(買新羅物解)'와 '국가진보장(國家珍寶帳)'이라는 명세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중에는 신라시대 가야금, 구리거울, 칠기 등 다양한 물품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신라장적(新羅帳籍)'이다.

신라장적은 1933년 정창원 유물 증에서 발견되었는데 통일신라시대에 서원경(청주) 부근의 4개 촌락에 대해 마을의 크기, 집수, 인구수, 소 말 등 가축수와  논밭의 면적, 밤나무와 호두나무 등 과실수의 수량을 기록해 중앙정부에 보고한 자료다.

왕조시대에 왕의 주된 관심사는 백성들을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살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왕은 토지를 국유화하고 이 토지를 균등하게 백성들에게 분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러한 토지 분배방식을 균전제(均田制)라고 하는데 이 균전제는 중국 5호 16국 시대인 서기 485년 북위(北魏)에서 시행됐다. 북위의 균전제는 15세 이상 되는 남자에게 영업전(營業田)이라고 하여 1인당 20무(畝)의 토지를 지급한 뒤 소유하게 하고 추가로 배분되는 40무(畝)의 토지는 토지 수급자가 죽으면 국가에 반납하는 구분전(口分田)을 지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722년 통일신라에서 백성들에게 토지로 정전(丁田)을 지급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균전제가 신라시대에 실시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본 정창원 유물 중에서 보관 중인 신라장적이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가가 실시한 균전제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 신라장적은 876년경 통일신라시대의 조세징수를 위해 촌주가 작성해 중앙정부에 보고한 자료로 추정된다.

이 자료에 의하면 토지분배기준이 되는 인력인 정(丁)을 기준으로 정전제가 실시됐다는 722년의 기록과 본인이 죽으면 국가에 반납하는 토지인 구분전(口分田)이 지급되었다는 755년의 조세관련 기록이 확인되며 연령별, 남녀별로 구분해 토지분배를 하고 과세의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 확인되었다.

국민들은 노동력의 차이별로 정(丁), 조자(助子), 추가(追子), 소자(小子), 제공(除公), 노공(老公)등 6등급으로 분류했고 여자들도 6등급을 정했는데 토지분배는 어떤 차이를 두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가축이나 과수 나무도 과세기준이 된 것처럼 추측이 된다.

비록 일본 정창원에서 신라장적이 보관되고 있지만 이 신라장적이 귀중한 이유는 이처럼 통일신라시대의 토지제도와 조세징수에 관한 근거가 되는 현재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토지제도의 입증문서로서 국보급 자료이기 때문이다. '

화엄경론질(華嚴經論帙)'이라는 불교경전을 담은 책갑 수리 중에 책갑에 덧붙여 논 종이에 적힌 것을 살펴 발견된 이 신라장적이 어떤 경로로 일본에 전해져서 정창원 유물로 남게 되었는지는 자세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백제 의자왕이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선물로 보냈던 백제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바둑판에 얽힌 사연은 알 수가 없고, 우리나라 조세사의 가장 귀중한 자료인 신라장적이 정창원의 보물로 남게 된 깊은 사연도 알 수는 없지만 한반도에서 건너간 이 유물들이 정창원에 소장된 여러 보물들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인덕회계법인
문점식 부대표

[약력] 현)인덕회계법인 부대표, 공인회계사
전)아시아태평양회계사회 이사, 전)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 전)한국세무학회 부회장
[저서]“역사 속 세금이야기”
[이메일] jsmoon@indukac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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