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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상속이야기]

신탁과 유류분

  • 보도 : 2020.04.14 08:20
  • 수정 : 2020.04.14 08:20
조세일보

선대가 남긴 재물의 배분 문제로 상속인 간 다투는 일은 흔한 일상이다.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또한 그 만큼 논쟁이 생기는 듯하다. 동기간 유산 다툼도 치열하기는 왕조시대 권력다툼에 못지않다.

유산배분은 법정형식을 갖춘 유언 등이 없는 경우 사적자치원칙에 따라 상속인 간 자유의지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민법에 정한 배분방식에 따라야 한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유산배분 비율을 정하여 두면 상속인 간에 더 이상 다툼이 없을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지난 몇 차례 칼럼에서 언급했듯 유류분이란 복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픈 손가락에 유산을 좀 더 배분하려 하지만 이는 유류분이란 시한폭탄을 장전하는 것과 같다.

최근 매체에서 민법상 유류분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 관련 판례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신탁에 유산을 맡기면 특정 자녀에게 몰아주기가 가능하고 유류분 산정대상에서 빠질 수 있어 자녀간 다툼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판례(2017가합408489)의 요지를 살펴보자.
"신탁이 상속개시 1년 이전에 설정되었으며 당사자들이 유류분 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지 못한 상황이라면 유류분 대상 자산에서 제외함이 마땅하다. 다만 신탁한 자산도 상속개시(사망) 1년 이내에 설정되었거나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끼칠 것을 알고 설정된 경우라면 유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요약하면, 신탁자산이 유류분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한다는 것으로 이는 기존 판례의 태도와 큰 차이가 없어 신탁 설정 시 여전히 주의가 요망된다 하겠다.

신탁은 설계상 유연성이 있고 위탁자의 의사가 존중되며 행위제한가능성이 있는 수탁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이화연, "재산승계수단으로서 신탁과 상속")

신탁의 일종인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위탁자는 생전에 자신의 사망 이후까지 신탁재산의 관리처분계획을 마련해 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손에게 이전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가져 갈 수 있어 고령자의 재산관리와 유산상속 미성년이나 행위무능력자의 수익자 보호에도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법상의 상속제도와는 차별된다.

조세일보

◆…유언대용신탁 예시: 자산을 신탁회사에 맡긴 뒤 생전은 본인, 사망 시에 배우자 혹은 자녀에게 자산과 수익이 이전되도록 계약 체결

일본 동경지방법원이 2018년 신탁과 유류분 관계에 대하여 결정(平27(ワ)24934号)한 내용도 우리의 신탁제도와 비교하여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민법상 유류분에 관한 규정(제1044조)이 우리의 민법 규정(제1114조)과 유사한데다가 1922년 신탁제도가 도입된 이래 민사신탁에 관한 일본 최초의 판례이기 때문이다.

결론만 소개를 하자면 유류분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현행 상속법 질서를 파괴하는 신탁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해당 판례는 "만일 신탁이 유류분을 침해하고 있다면 그것에 대하여 다툴 수 있어 원고가 주장하는 그러한 사정이 있다고 해서 신탁이 유류분 기피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요지는 신탁과 유류분에 대한 사항은 각각 별개로 구분하여 이해상충이나 선의 혹은 악의의 개입여부를 따져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판례가 거의 유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둘은 모두 지방법원 판단으로 선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법원(일본의 경우 최고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신탁제도는 피상속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상속방식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시로 든 한국판례에서 언급한 요건을 충족한다면 유류분을 두고 가족간 다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매체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권장할 만하다 하겠다.

삼일세무법인
정찬우 대표이사

[약력]성균관대원 박사과정 수료, 고려대원 졸업(석사), 서울시립대 졸업, (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저서]사례와 함께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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