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경제살리기 4가지 규칙

스페인독감 때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지역이 경제회복 빨랐다.
경제활동 멈출 수 있도록 '생활임금' 지원해야
기업들의 '연쇄 파산' 막을 지원책도 필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개발할 때까지 지원해야.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백만명을 넘겼다. (출처 존스홉킨스 대학교)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미국과 유럽 등 세계각국이 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평소 붐비던 식당과 상점은 손님이 없어 휴업 중이며 기업들도 글로벌 공급사슬이 멈춰 생산을 멈추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망가져 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도시 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그만두고 다시 '일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일 (현지시각),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전염 위험이 큰 상황에서 섣불리 제재를 풀면 경제를 더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며 경제학자 12명과 인터뷰해 팬데믹 속 경제를 살리기 위한 '4가지 규칙'을 정리해 보도했다.

◆…스페인 독감으로 1918년 미국 캔자스주의 한 야전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미군들 모습. 미국에서만 50만 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지난주 미국 연방제도 이사회와 MIT의 경제학자들이 1918년에 발병한 스페인 독감 팬데믹 당시 미국의 경제지원 조치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약 1,700만 ~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이다.

당시 미국은 연방정부가 직접 경제지원을 하지 않았기에 도시마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경제지원과 방역대책을 실행했다. 세인트루이스(미주리주 도시)는 재빨리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여러 조치를 실행했으나 버팔로(뉴욕주 도시)는 독감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도 '대중 집회'를 허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도시 간 차이를 통해 어떤 방식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되었는지 분석할 수 있었다.

MIT 금융학부 에밀 베너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한 도시들이 낮은 사망률을 보이더라도 느린 경제회복 속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되려 더 많은 생명을 살리면서도 더 빠른 경제회복 속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생명과 경제 중에 하나만을 선택할 수 없다. 적어도 그런 선택지는 1918년엔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당시 팬데믹이 워낙 파괴적이라 그 영향력을 줄이는 어떤 방법도 도움이 되었으며, 건강한 사람들이 없다면 건강한 경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경제학부 마틴 아이헨바움 교수는 "2020년 초에 예산을 아끼지 못한 것과 전염병으로 수백만 명을 죽이게 된 것 중 어떤 쪽을 더 후회하겠느냐고 지도자들에게 직접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뻔하다"며 "사람들은 사람을 살리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2조 2천억 달러 경기부양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팬데믹에선 사람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사회 전염을 일으키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어기는 사람들이 병원체가 될 수 있다.

아이헨바움 교수는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에 위험이 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경제를 멈추고 사람들이 집에 있도록 명령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틀랜틱은 건강한 수백만 사람들에게 일을 쉬도록 요구하면 전례 없는 '대규모 실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목요일, 미국 정부는 지난주에 328만 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았던 신청 수치보다 5배 크며 대공황(1933년) 6개월 동안 신청된 수치에 필적한다.

정부가 전염병 확산을 줄이기 위해 경제활동을 잠시 멈추게 하는 대신, 실업자들이 생계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경제 안정 대책으로 성인에게 150만 원을 지원하고 아이가 있으면 6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실업수당도 확대해 앞으로 몇 달 동안 주당 8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세금 신고를 연기하고 학자금 대출 이자를 유예하며 집월세 채납으로 인한 퇴거를 4개월 동안 하지 못하도록 했다.

애틀랜틱은 이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히며 북유럽 국가들은 미국 같은 대량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기업들에 직접 임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접근은 해고된 수많은 실업자를 관리할 필요가 없으며 경기가 회복했을 때 다시 고용하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소재 상점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사진 연합뉴스)

미 전역에 회사 6백만 개가 있으며 이 중 99.7%가 500명 미만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팬데믹 봉쇄로 파산 위기에 놓여있다. 중소기업들은 임금과 임대료로 자금이 말라가고 있다. 이것이 '연쇄 파산'의 시작점일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망하기 시작하면 충격은 경제 전체로 빠르게 퍼질 것이다. 맨해튼에 있는 와인 상점에서 사람들이 와인을 살 여유가 없으면 와인 상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며 신규주문을 받지 못한 와인 제조 농가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금융 시장도 이 도미노 효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수많은 식당이 임대료를 낼 수 없으면 임대인은 부동산 대출금을 갚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은행이 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대출을 멈춘다면 팬데믹 불황이 결국 '21세기 대공황'으로 커질 수 있다.

연방 준비은행은 정부 부채, 기업 부채, 유동화 증권 등을 매입해 금융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애틀랜틱은 이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미시간 대학교 경제학자 저스틴 울퍼스 교수는 "타임머신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당장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미래로 넘길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 저금리 대출, 채무상환 연기 같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팬데믹이 끝나면, 와인 가게에 사람들이 다시 붐빌 것이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16일, 워싱턴 보건연구소에서 한 환자가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위한 1단계 주사를 맞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팬데믹 경제를 위한 새로운 규칙은 길어야 3~4개월을 위한 것이지 일 년 내내 경제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경제 회생을 위해 '과학'이 필요하다.

지금 경제 정상화를 막는 가장 큰 문제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누가 감염되었는지 모르면 격리할 수 없어 감염률이 올라간다. 따라서 경제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바이러스에 관한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가 필요하다.

우선, 감염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더 많은 검사와 이를 위한 시설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다음으로 감염자가 어디에 있고 누굴 만났는지 추적해야 한다. 특히,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상금을 걸고 승인절차를 완화해야 한다.

다행히 백신 개발이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국 백신 개발회사 모더나와 미국국립보건원이 공동 개발한 백신이 '초기 임상 실험'에 들어갔다. 과학자들이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한 지 겨우 '63일만'에 지원자에게 주사 되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과 보급까지 12~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 기간에 위의 4 가지 규칙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경제가 다시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