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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정글의 강자들㉑-전문직 성공의 핵심 DNA-

회계사가 되려면 숫자의 귀재(鬼才)여야 한다?

  • 보도 : 2020.04.02 09:31
  • 수정 : 2020.04.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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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ematics is less related to accounting than it is to philosophy (수학(산수)은 회계학보다 철학과 관계가 더 깊다)" —Leonard Adleman

수학이 철학과 관계가 있어 봐야 얼마나 관계가 있겠는가? 그런데 수학(산수)과 회계학의 관계는 수학(산수)과 철학과의 관계보다도 더 적다는 것이다.

이런 말도 있다. "Did you know that 10 out of 9 accountants can't count (당신은 9명의 회계사 중에서 10명은 숫자 계산을 못 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회계사가 숫자 계산에는 밝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위 표제 물음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공인회계사(CPA: certified public accountant; 이하 “회계사”라 한다)들은 계산에 능숙한 사람들이 아니다. 시험과목에도 계산의 숙련도를 테스트하는 과목이 전혀 없다. 과거 계산기가 나오기 전, 즉 주판의 시대에도 그랬다.

사람들은 회계사들이 전표나 장부를 순식간에 뚝딱 작성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숫자와 연산(連算)은 물론이고 암산(暗算)에도 귀재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물론 회계사 중에는 숫자감각이 뛰어난 분들도 있다. 이런 회계사들은 그런 재능의 도움으로 일 처리가 남보다 좀 빠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계사가 업무를 수행하는데 그런 재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회계사는 분개나 회계장부 그리고 각종 재무제표를 한 번 쭉 훑어보고는 회사의 각종 문제점들을 척척 찾아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듯하다. 그것도 큰 오해라는 점을 밝혀둔다.

왜 그런지 보자. 회계사의 주업무는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것이다. 그럼 재무제표는 누가 만드나? 기업이 만든다. 기업이 재무제표를 만들어 놓으면 비로소 회계사가 그것을 감사한다.

그럼 재무제표의 숫자를 들여다보려면 숫자에 귀신(?)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감사의 목적은 어떤 기업의 재무제표가 그 기업의 재정상태와 영업성적을 과연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이해를 돕기 위하여,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회사의 재무제표에 어떤 숫자의 합계에 대하여 계정과목을 붙여 놓았는데 그 계정과목의 명칭이 적정한 것인가? 예를 들어, 부채계정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 자본계정으로 명명된 것은 아닌가?
-그 숫자들이 모두 감사대상기간(예를 들면 어느 한 해) 내의 것에 한정된 것인가? 다른 기간의 숫자를 당기 실적에 집어넣어 당기의 숫자를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비용이나 수익계정으로 가야 할 숫자가 착오 또는 고의로 자산이나 부채로 잘 못 분류되지는 않았나?
-비용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 자산으로, 부채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 수익으로 분류된 것은 없는가?
-장부상 자산이 실재(實在: 실제로 존재)하는가?
-장부상 부채 중 혹시 누락된 것은 없는가?

회계사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이런 것들을 검증해 보고 문제가 없으면 재무제표가 기업의 재정상태와 영업성적을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다고 결론 짓는다. 이를 감사인의 "적정의견(適正意見)"이라고 한다.

반면에 적정하게 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 "부적정의견(不適正意見)"을 내 놓는다. 이 둘 사이에는 "한정의견(限定意見)"과 "의견거절(意見拒絶)"이 있다. 모두 4가지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합계가 맞는가 하는 숫자검증도 한다. 그러나 모든 숫자를 전부 검증하는 것이 아니고, 과학적인 샘플링(sampling)기법을 동원하여 제한적으로 검증을 수행한다. 뽑힌 표본(sample)들에 문제가 없으면 모집단(population)의 모든 숫자도 맞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숫자에 대한 검증작업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라고 되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지긴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계산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평소에 계산기를 두드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사가 원시장부나 재무제표를 처음부터 자기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면, 훨씬 더 숫자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표와 장부 등은 1차로 회사경리직원들이 일상적으로 매우 꼼꼼히 살펴서 만드는 것이고, 2차로 그 위의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상무 등으로 올라가면서 책임자들이 차례로 검증을 한다. 그렇게 철저한 결재(검증)과정을 거친 숫자를 회계사가 다시 검증하는 것이다. 그것도 전수검사가 아니라 과학적 표본조사(scientific sampling) 방법으로 검사하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니 장래 회계사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은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회계사시험의 주요 시험과목도 숫자계산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재무제표 관련 과목을 보자. 이들 과목은 단순히 숫자의 계산 등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위에 열거된 오류나 탈루 표시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과목들은 숫자와는 더욱 상관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상법, 경영학, 경제학 등이다. 이들이 숫자와 관계가 있는가?

사실이 이러하니, 회계사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은 마음을 푹 놓기를 바란다. 혹시 독자 중에 본인은 숫자에 약해서 회계사시험을 볼 엄두도 못 낸다는 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이제 마음을 푹 놓아도 될 것이다.

오히려 사물을 예리하게 분석하는 분석력과 논리적인 능력이 더 중요하다. 거기에 덧붙여 어떤 사건을 놓고 볼 때, 보이지 않는 배후에 있을지 모르는 잠재적 오류나 의도적인 부정의 존재가능성 등을 파고드는 자세와 검색(檢索)욕구가 더 중요하다.

이런 마음의 자세를 skeptical mind(의문을 갖는 마음 자세)라고 하는데, 이런 자질이 오히려 더 중요한 자질 또는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발표한 회계사의 9가지 덕목과 자질을 여기에 옮겨 본다.
1. A STRONG SENSE OF ETHICS (강한 윤리의식)
회계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성 중 하나는 윤리의식과 정직성이다.
2. CONSTANTLY LEARNING (부단한 학습)
회계사는 끊임없이 공부를 하여야 한다. 새로운 회계원칙이나 세법 등 관련법규의 변동과 IT등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3. EMPHASIZING ACCURACY (정확성)
회계사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항상 정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숫자를 다루므로 이는 당연하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숫자계산의 능숙보다는 모든 숫자들 다룰 때에는 치밀하고 세밀하여야 하고, 항상 이중, 삼중으로 검증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4. ORGANIZATIONAL SKILLS (조직/정리기술)
회계사는 많은 서류와 숫자 그리고 엄청난 자료를 다룬다. 따라서 이런 자료들을 잘 정리보관하고 또한 이들에게 쉽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기술 등 뛰어난 조직/정리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5. SENSE OF ACCOUNTABILITY (책임감)
회계사는 항상 결과를 받아드리고 오류나 착오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오류나 착오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여야 한다.
6. ABILITY TO WORK IN A TEAM (팀 멤버로서의 역할)
회계사는 항상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하여 팀워크을 중시하여야 한다. 항상 팀 멤버로서 자기 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예를 들어, 회계사는 고객과 직접 만난 후에는 다른 멤버들과 정보를 공유하여야 한다.
7. KNOWLEDGE OF THE FIELD (담당 산업에 대한 지식)
회계사는 자기가 맡고 있는 특정 산업분야의 추세나 변화 등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자기의 고객이 그 산업분야에서의 위치나 특징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8. TRUSTWORTHINESS AND RELIABILITY (믿음성과 신뢰성)
회계사는 고객의 기밀을 유출해서는 안 된다. 회계사는 고객의 조직이나 재무상황에 대한 비밀을 다루기 때문이다.
9. CREATIVITY (창조성)
우리가 자주 지나쳐 버리는 속성인데, 회계사는 재무이든, 기타 경영사항이든 항시 신선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법무법인 광장
이종열 고문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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