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조세 > 내국세

[특집]'2020년 세법개선' 이슈진단

코로나19 경제쇼크... 접대비 규제 풀면 '내수' 나아질까?

  • 보도 : 2020.04.01 08:57
  • 수정 : 2020.04.01 08:57

경영활동에 필수 지출한 접대비, 지나친 규제 여전
경영 위해 100원 썼는데 50원만 비용인정 '놀부심보' 세제
'접대' 부정적 인식 기대어 전향적 정책결정 망설이는 정부
말로만 기업 우선... 세제당국 속내는 '국고우선주의'
-'코로나19 경제쇼크' 대탈출 모색-

홍남기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내수 경기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지난 2월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엔 카드공제·접대비 세제혜택 확대 등이 담겼다. 사진은 홍남기 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기획재정부)

기업을 경영하는데 꼭 필요하고 내수(內需)까지 진작되는 효과가 있는데도, 경제 살리기에 마중물로 평가되지 않고 온통 곱지 않은 시선만 받는 '돈'이 있다.

기업 경영의 최전선, '접대비' 이야기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출하는 접대비는 10조원(2018년 현재, 10조7065억원)을 훌쩍 넘는다. 필요경비로 인정되는 부분이 있으나, '쥐꼬리' 수준이다. 그러니 대부분 기업들은 경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해 놓고도 세법상 비용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흥청망청 쓴 것 모두 손금산입 허용하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너무 과도한 묶어놓기는 기업들이 경영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목소리가 재계 전반에 퍼져 있다. 

은밀한 거래·갑과 을의 관계 등 '접대'라는 용어의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국민들의 인식 속 접대비는 왜곡된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사회 전반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이 원하는 접대비 손금한도 인상은 마치 '금기영역'이나 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기업의 정상적 대외업무활동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 인식을 없애려면 '용어'부터 바꿔야 할 텐데 이마저도 논의에 진척이 없는 형편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기업들을 돕고자 접대비 세제혜택 폭을 확대하는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폭도 그리 크지 않는데다, 1년 한시라는 '시한부' 조건이 붙어 있어 접대비와 관련한 문화·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접대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선 접대비 용어의 변경을 비롯해 과거와는 달라진 경영환경을 고려한 보다 공격적인 방향의 접대비 손비인정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들의 지출 여력이 높아지면서 내수경제 활성화를 통한 낙수효과로 경제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단 논리다.

'접대'라는 용어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접대

접대비는 교제비, 사례금과 유사한 성질의 것으로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 일상적·관습적으로 쓰는 비용을 말한다. 본래의 목적과는 상이하게 쓰이는 사례가 있다 보니, 부적절성 논란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억제하고자 손금산입 한도라는 별도의 장치가 있다.

문제는 정상적인 거래 활동인데도 '접대'라는 용어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재계가 접대비 한도 확대보다는 접대비 용어 개선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2018년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접대비 용어의 이미지에 대해 부정적(35.7%)이라는 응답이 긍정적(14.0%)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용어 변경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절반(50.7%)을 넘었다.

A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활동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지출되는 비용인데, 접대라는 용어가 순기능 보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켜 기업의 정상적 거래증진 활동에 국민의 인식을 왜곡시키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세법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그해 세법개정안을 작업하면서 접대비 용어 변경을 두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제비, 대외협력비 등 괜찮은 대안이 나왔지만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모든 경영활동을 포괄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법의 틀에 갇힌 경직된 사고가 결단을 막아선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선 접대비 지출금액에 대한 세제혜택은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다 과거와 달리 가일층 선진화된 기업 내부 통제 시스템을 고려하면 정부의 선입견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B기업 관계자도 "수 십 년간 손금산입 한도를 묶어 놓은 것도 현재 경영환경과 맞지 않은 방향인데, 용어 변경마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치로도 증명된 접대비의 내수 진작 효과

접대비

접대비 이름을 바꾸지 못하면서 손금 한도 역시 손대지 못했다. 최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기업을 위해 접대비 세제혜택이 확대(기준한도 3600만원, 추가 한도율 0.03~0.05%)됐는데, 시한부 혜택(1년 한시)이다보니 접대문화 개선엔 미흡하다는 시각이 짙다.

경제가 위기상황이 아니었어도 지난해 접대비 이름을 바꾸고 손금 한도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정부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해 주는 여당에서 비롯됐다. 당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안은 접대비 용어를 거래증진비로 바꾸고, 접대비 손금 한도를 최대 2.5배까지 올려주는 게 골자다.

내수 경기가 나빠지면서 기업의 돈 풀기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2018년 현재, 기업들이 한 해 쓰는 접대비가 모두 10조7065억원. 단순 계산으로 10%만 더 접대비 사용이 늘면 1조원 넘는 돈이 경제 현장 전반에 풀리게 된다.

과거 접대비 실명제가 도입(2004년)된 해엔 접대비 규모는 5조1626억원 수준이었는데, 전년보다 5% 가량 줄었다. 그런데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2009년 1분기 실명제를 폐지하자, 그해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3.3%로 뛰어올랐다.

가계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접대비의 한도 확대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접대비 한도는 1200만원(중소기업 3500만원)+매출액의 0.03~0.3%(0.06~0.35% 한시)로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이 한도가 1998년 정해진 이후 접대비 지출이 많은 기업(500억원 초과)에 대한 세제지원은 인색하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용한 접대비의 상당부분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 비율은 전체기업 10곳 중 4곳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대기업·중견기업은 60%가 넘는다고 한다.

자산규모를 따졌을 땐 5000억원을 넘는 기업의 접대비(2018년 1조6688억원)가 전(全) 구간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보이고 있다.   

"접대비 '규제족쇄' 풀자"

접대비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활동지원과 내수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 접대비 손금한도 상향과 명칭변경'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사실 기업의 경영활동과 무관한 비용은 현재처럼 과세하면 된다. 접대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어느 정도 완화되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최근의 기업경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손금인정 한도는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 접대비는 일반 근로자들이 받는 식대와 같은 '실비변상적 경비'나 다름없다. 경영활동을 위해 100원을 지출했는데, 50원만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현재의 접대비 규제는 기업의 이익이 실제로는 1000원인데 세법상으로는 1050원 난 것으로 보아 세금을 더 걷어가는 대표적인 '놀부심보' 세제다.

전문가들은 접대비 한도 규제와 더불어 소득세 측면에서 일반 근로자들의 식대 비과세 한도를 20년 넘도록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정부의 고집은 여전히 국고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한민국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접대비는 지나치게 손금한도가 낮아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에서 필요한 접대비 지출액에 대해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법인세 또한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접대비 불인정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재계나 학계 전문가들은 접대비 한도를 인상할 경우 기업들의 지출 여력이 높아져 내수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접대비 한도가 너무 낮아 대외업무 활동에 지장이 있다면 그런 의미에서 손금한도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현준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접대비의 주로 소비성 업종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약할 수 있지만 내수 경기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기업 관계자도 "식사 접대뿐만 아니라 거래처에 혜택을 주는 등 유사접대비들이 많기 때문에 접대비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이 많은 편"이라며 "(한도가 올라가면)식사 접대만 생각해도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 접대비를 늘린다고 민생경제가 살아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접대비 한도를 늘려 자영업자를 살린다는 것인데, 손금한도가 늘어나는 만큼 자영업자들에게 효과가 돌아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논리다.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