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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정글의 강자들⑲-전문직 성공의 핵심 DNA-

인성(人性) 제1주의

  • 보도 : 2020.03.25 13:26
  • 수정 : 2020.03.2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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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간의 유대가 우수 인재를 유지하는 중요한 전략이 된다. 회사에 대한 충성은 사라질지 몰라도 동료 간의 유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인물 간의 감정적 유대를 발전시킨다면 우수 인재의 이직률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 - 피터 캐펠리(Peter Cappelli, 워튼 경영대학원 교수)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은 인재를 매우 중요시했다고 한다. 사람의 실력을 가장 중요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 회장이 그것 보다 훨씬 더 중요시한 것이 사람들의 인성이었다고 한다. 일단 입사지원자가 인성에서 합격하면 그 사람을 믿고 일을 맡겼다는 것이다.

그가 생전에 자주 언급한 "의인불용(擬人不用), 용인불의(用人不疑)"가 그것이다. 
"사람의 인성이 의심스러워 보이면 처음부터 그 사람을 채용하지 말아야 하지만, 일단 채용을 한 사람이라면 의심하지 말고 믿고 맡겨라."

또한 LG 그룹을 창업한 연암 구인회 회장은 평생 "인화"를 강조하였다. 그러다 보니 "인화"는 LG그룹의 경영철학이 되었다. 조직 내에서 사람과 사람의 화합, 즉 인화를 유지하려면 조직 멤버 개개인의 인성이 좋아야 한다.

프로법인이라고 다를까? 프로법인의 경우에는 더더욱 인화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조직은 조직원 모두가 매우 어려운 고시나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또한 누구보다도 강하다. 또한 이들은 대개가 어려서부터 우수한 학생이었거나 유수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원 간의 인화가 다른 여느 조직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프로법인 조직에서 인화를 해치는 인간형의 예를 들어본다면 다음과 같은 인간형이 아닐까?
-항상 자기가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
-남의 말을 존중하고 경청하기보다 자기 말을 많이 하는 다변(多辯)인 사람
-남의 말을 다 듣지 않고 중간에 말을 자꾸 끊어버리는 사람
-고객과의 회의에서 자기가 이야기를 주도하고, 나머지 동료 참석자들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같이 취급하는 사람
-팀 전체가 다 함께 노력하여 일감을 따 냈는데도, 마치 자신의 공이 가장 큰 것처럼 재빨리 대표에게 뛰어가서 보고하는 사람
-상사 앞에서 팀이나 후배의 공로보다는 자기 개인의 공을 주로 내세우는 사람
-일감을 받아서 후배에게 넘기고는 전혀 돌보지 않는 사람
-항상 출근시간이나 회의에 늦어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사람
-팀의 타임버짓(time budget)이 정해져 있는데 자신의 타임(time)을 미리 부풀려 적어, 동료들이 자기들의 실제 타임(time)을 제대로 적어 넣을 수 없도록 하는 사람
-사건의 성공 시 팀과 상의 없이 고객에게 재빨리 그 성공 내용을 알려주고 자기가 그 크레딧(credit)을 먼저 챙기는 사람
-자기와는 다른 자격증 소지자들이나 자격증이 없는 전문가들을 무시하는 사람
-전문가의 자존심을 존중하지 않고 훈계나 질책으로 후배를 지나치게 몰아치는 사람
-휴일에 후배들에게 일을 맡겨 놓고 자기는 골프장에 가 있는 사람…. 등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조직의 인화나 화합을 해치는 사람의 형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예거(例擧)하기도 힘들 정도다.

여기서 잠시 필자의 과거 기억을 되살려 필자가 실제로 겪었던 한 사례를 각색하여 은유형식(隱喩形式)으로 이야기를 해 보자.

어느 날 갑로펌의 파트너인 나박사에게 전화가 왔다.
"어이, 나야 나, 잘 있니?"
"아, xxx, 네가 어인 일로? 오랜만이구나."
"다름 아니라, 너도 알잖아? 내 딸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했잖니?  그 애가 벌써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게 되었는데 성적이 20등이래."
"어~ 그랬지. 그랬어. 야, 그런데 벌써 2년이 지났나?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합격 이야기를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그리고 연수원에서 20등? 900여명의 수재들 중에서 20등이라니… 네 딸 정말 대단하구나. 축하해"
"그래. 세월이 참 빠르더라. 그런데, 애가 가만히 있어도 판사나 검사로 임용은 되겠는데… 그런데 애가 그런 곳 보다는 대형로펌에 가서 변호사를 하고 싶단다."
"어, 그래? 판사나 검사가 되기 위하여 연수원에서 다들 피 터지게 경쟁한다고 들었는데?"
"얘는 아니야. 그 쪽에 관심이 없어.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네가 도움을 좀 줄 수 없을까?"
"암, 네 부탁인데, 당연히 도와 드려야지. 어떻게 하면 되는데?"
"네가 소속한 로펌에 지원을 하고 싶어하는데, 합격가능성이 있는지, 한 번 미리 내부에서 비공식으로 타진을 좀 해 줄 수 있을까 해서. 나중에 정식으로 입사지원을 해도 되지만 무작정 그렇게 했다가 낙방하면 창피해 할까 봐 그래."
"아~ 그래? 그 정도야 문제없지. 이력서를 당장 내 이메일로 보내. 다만 난 아무런 힘이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채용담당 팀(recruitment team)에게 넘겨서 비공식 검토를 부탁해 보는 정도야. 내가 여기 파트너(partner)라고 해서 무슨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럴 수 있는 입장은 전혀 아니야."
"아, 그럼. 나도 잘 알지. 소문 안 나게 좀 부탁해."
"Ok. 바로 이력서 등을 보내."

전화를 끊은 나박사는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법연수원의 성적이 그리 좋은데 왜 그런 걱정을 하지? 우리 로펌에서도 대환영일텐데? 이미 우리 법인의 채용담당 팀에서 연수원 졸업생들의 인물정보는 거의 다 파악해 놓았을 건데. 성적이 그 정도면 이미 우리 로펌의 영입후보자 명단에 올라 있어야 하지 않나? 우리 팀에서 그 사람에게는 접촉을 못 했나?

나박사는 이력서를 받았다. 그 애 (친구의 딸이니 '애'라고 부르겠다)는 대학성적도 우수했다. 서울법대를 차석으로 입학하고 졸업성적도 상위급이었다. 악기도 다루고 승마도 하고. 재주도 많은 사람이었다. 나박사는 채용담당 팀(recruitment team)에 이력서를 넘겨주었다.

3~4일쯤 지났을까? 채용담당 팀의 중견변호사들이 나박사의 방으로 찾아와 인사를 했다.

"아, 그것 때문에서 오셨나 보네. 다들 바쁜데 미안해요. 검토는 좀 해 보셨나요?"
"네. 여러 명이 검토를 해 봤습니다."
"그래요. 사람은 아주 똑똑해 보이던데. 재주도 많고… 결과가 어땠어요?"
"예~, 그게 좀…"
"부담 없이 말씀해 주세요. 난 그저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서 친구에게 전달하면 그만입니다. 저, 전혀 부담 없어요. 그리고 문제가 있어도 내가 적당히 각색을 해서 답을 할 테니 걱정 마시고…"
"네~ 우리 법인에서는 좀 어렵게 보입니다. 사람은 아주 똑똑한데…"
"왜요? 인성이?"
"네. 그렇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사무실은 인성 제1주의를 채택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과거부터 탐문해 모은 인물 정보자료와 이번에 다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인성에 문제가 좀 있어 보입니다."
(아, 그래서 이 친구가 정식으로 입사지원을 하지 않고, 나를 통해서 비공식으로 타진을 한 것인가? 우리 판단이 이렇다면 혹시 다른 로펌에서도 이미 퇴짜(?)를 맞았나?)

변호사들이 미안해하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이 사람은 무척 똑똑하기는 한데 아쉽게도 성격이 너무 강하고 괴팍해서, 주위 사람들과의 화합이 어려워 보입니다. 대학생활, 연수원생활에서도 동료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많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법인은 아무리 똑똑해도… 나박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네~. 충분히 알아 들었습니다. 바쁘신데 정말 감사합니다.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난감했다. 그 애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에게 직접 가서 한 번 부탁을 해 볼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대표도 채용담당 팀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않지 않는가?

친구에게 부정적 입장을 적당히(?) 잘 설명을 해 주기로 결심하였다. 그런데 거절사유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었다. 사실 그대로 전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른 이유 몇 가지를 지어냈다. 막상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니 진땀이 났다. 어쨌든 그리하여 난처한 일을 하나 처리했다. 그 사람이 너무 아까운 인재라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름 있는 프로법인에 근무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이와 같은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된다. 바로 이와 같은 경우에 그렇다.

요즘 대형 프로법인의 업무는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사건들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서 여러 프로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여 그 결과를 의견서에 반영한다. 여러 전문직종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관세사 등)의 의견들이 모두 반영되어야 하는 아주 복잡한 사건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상호 협력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자기만 잘났거나 남을 견제하거나 비방하는 사람 등은 조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암적 위해(危害)가 된다.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고 협조하며 남의 공을 앞세우는 미덕만이 조직의 성장과 조직원 전체의 행복을 견인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전문직의 인성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그런 인성 제1주의 때문에 한국 최고 인재들의 집합소인 갑로펌이 내부의 어떤 잡음도 없이 매년 가속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은 말한다. "전문직 채용의 제1조건은 인성이다."

법무법인 광장
이종열 고문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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