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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교수의 회계로 읽는 자본시장]

정보불균형과 주석공시

  • 보도 : 2020.03.16 09:59
  • 수정 : 2020.04.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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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도입 후 주석공시량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2018년 감사보고서 주석 쪽수는 K-GAAP이 적용되었던 2010년과 비교해 68%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제표를 간결하게 작성하는 대신에 상세한 주석정보를 요구하는 국제회계기준의 공시방식과 제·개정되는 IFRS기준서들이 추가적인 정보를 요구함에 따라 주석공시량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재경, 한봉희(회계저널, 2019년 6월)의 주석공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조사한 10개 대기업의 주석 쪽수는 평균 111쪽으로 재무제표 본문 6.5쪽의 17배나 되었다. 중소기업 10개사의 경우도 주석이 본문의 11배나 달해 주석정보는 재무제표에서 방대한 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무형자산이 기업의 가치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무형자산의 가치가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2020년의 기업을 1900년대의 틀로 바라보는 형국이라는 비판까지 있다.

주석공시를 통해 무형의 가치에 대한 근거 있는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재무적 정보를 전달하는 주석공시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주석은 방대한 공시량에 걸맞게 재무제표 본문에 대한 보완정보와 더불어 비재무적 정보를 충실히 전달해 투자자의 정보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 

형식에 치우친 방대한 주석공시

이재경 등의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의 정보이용자는 주석의 과도한 정보량으로 인해 주석을 제대로 읽지도 않는다고 한다.

회사는 기준서에서 요구하는 규범적인(prescriptive) 공시 리스트를 준수하기 위해 천편일률적인 자료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감사인은 주석사항을 규정 준수목적의 준법문서(compliance documents)로 인지하는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금융상품, 타기업 지분에 대한 공시 및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 등의 2018년 주요 주석분량은 K-GAAP 시절 보다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회계정책에 대한 주석은 전체 주석에서 무려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단순한 정보의 공시량 증가는 정보이용자에게 오히려 혼란을 미칠 수 있으며 형식적인 정보의 과다공시는 자본시장의 정보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의 질 관점에서 살펴보면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중심회계에 걸맞은 의미 있는 주석정보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부실한 재무상태였던 비상장 종속회사 Y는 전환우선주를 발행하였다. 지배회사 W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계상했다.

하지만 지배회사 W는 전환우선주발행일에 일부 전환우선주주에게 변동배당수익 대신에 고정수익을 지급하는 주주 간 스왑계약을 체결했다. 연결관점에서 보면 약정된 종속기업 전환우선주는 지배회사 W가 고정수익을 지급하는 금융부채이므로 동 전환우선주는 금융부채로 표시되어야 한다.

종속기업의 전환우선주 발행이 지배회사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나 중요한 약정사항인 주주 간 계약이 검토 및 공시되지 않았다. 또 코스닥기업들의 무자본 M&A를 위한 자금조달 관련 담보 및 약정사항에 대한 중요한 정보도 누락·공시되어 실질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불리한 약정정보도 주석으로 공시돼야한다

약정사항의 권리·의무 관계는 수익, 금융자산·부채, 리스 및 지배력 판단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재무보고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에 회계이익의 적시성이 있다. 경제적 손실을 얼마나 일찍이 재무보고에 반영하는지 여부다. 기업은 불리한 약정이나 거래는 감추거나 알리지 않으려고 한다.

불리한 약정이나 감추고 싶은 거래에 대하여 영업기밀이라 공시할 수 없다거나 향후 지적을 면하기 위해 주석에 포함하더라도 뭉뚱그려 제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향후 문제가 드러나도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라 굳이 공시할 필요가 없었다고 엉뚱한 조항을 근거로 당시의 주장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원칙중심의 기준을 제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려면 기업의 유·불리에 관계없이 중요한 약정사항은 모두 정보로 제공되어 경제적 사건의 실질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약정사항이나 감추고 싶은 거래의 누락은 향후 심각한 분식회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전 주석과 비교해 공시량 만큼의 증가는 아니더라도, 재무보고 질의 의미 있는 향상을 위해 약정사항만큼은 누락 없이 검토되어 재무제표와 주석으로 공시되어야 한다.
 
방대해지고 있는 주석정보를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고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석정보의 효과적인 전달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실질이 반영된 주석정보가 투자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때 자본시장의 정보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 정보불균형 해소는 상장기업이 원칙중심의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박재환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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