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전 대법관·봉욱 전 차장검사 징계 요구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 양형위한 창구에 불과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 앞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김지형(전 대법관), 봉욱(전 검사)에 대한 대한변협의 징계 촉구 기자회견'에서 경실련 윤순철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가 변호사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과 위원인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대해 징계할 것을 대한변호사협회에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법관과 봉 전 차장검사 등 퇴임 법조인들이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변칙적인 형사재판 관여 행위로 사법신뢰를 훼손하고, 변호사의 품의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들의 징계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김 전 대법관 및 봉욱 전 차장검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감형에 영향을 주는 실질적인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양형을 위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는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경실련은 김 전 대법관과 봉 전 차장검사가 이를 위반했다고 보고 대한변협에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경실련은 이날 공개한 진정서에서 "변협은 그간 퇴임 고위 법조인들의 개업 또는 재판에의 관여에 대해 자제할 것을 촉구해 왔다"면서 "변협이 김 전 대법관과 봉 전 차장검사에게도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의 판단 및 권고를 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행위로 인해 사법체계 및 변호사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고려할 때, 퇴임 고위 법조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형사재판의 변형적인 관여를 하고 있다"며 ""김 전 대법관과 봉 전 차장검사가 (이 부회장의) 3차 공판 이후 그 존재 의도가 명백한 준법위에 참여한 것은 형사재판의 양형을 위한 업무임을 인식하고 참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실련은 김 전 대법관이 준법감시위원장을 수락하면서 제도화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삼성의 입장을 변호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준법위, 삼성 과거 '삼지모'와 유사할 것"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11일 권고문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준법위가 지난 2월 김지형 위원장을 필두로 첫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실련은 과거 삼성이 준법위와 유사한 조직을 설치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부분도 지적했다.
삼성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과 'X파일' 사건이 불거지자 2006년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를 만든 바 있다. 삼성은 당시 "8000억원의 사회기금 헌납 등을 약속한 삼성은 삼성 경영에 대해 쓴소리를 해 줄 사회 각계 인사를 모셔 비판적인 여론을 수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실련은 "'삼지모'는 사실상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삼성의 방패막이나 들러리 역할을 했고, 삼지모 스스로도 삼성이 우리까지 속였다고 평가하기에 이르렀다"면서 "상법상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준법위 역시 그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변호사는 "변호사는 정의 실현을 첫 번째 목적으로 해야 하는데 김 전 대법관과 봉 전 차장검사는 이 부회장의 재판부와 실질적으로 짜고 치는 게임을 했다"고 비판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재판부가 전문심리위원 제도로 실효성을 점검해 이 부회장의 형량에 반영할 수 있다고 언급함에 따라 '면피용' 조치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일부 시민단체와 법조계의 비판이 일자 재판부는 2월 14일로 예정됐던 준법감시제도 심리를 위한 준비기일을 미뤘다.
이후에도 준법위는 계속 활동하며 지난 11일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국민 앞에서 공개 사과하고, 무노조 경영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