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공관위원장 전격 사퇴···통합당 내홍 길어지나

김미균 강남별 공천 당내 논란에 "사태 책임지고 사직" 발표
황교안 대표도 "공관위 잘 알 것...알아서 조치할 것" 가세
당 일부에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영입" 촉구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관위원장직 사직의사를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은 당내에서 자신이 강남병 후보로 공천한 김미균 전 시지온 대표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라고 반발한 데 대해 김 후보의 강남병 공천을 철회하며 공천관리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해진 강남병에 김미균 후보에 대해서 추천을 철회한다"며 "이 모든 사태 책임을 지고 저는 오늘부로 위원장 자리를 사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는 좋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유권자의 취향과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며 "원석과 같은 김미균 후보를 어렵게 영입했는데 부득이 취하해야 하는 심정이, 인간적·도의적인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사직하게 됐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전날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된 김 대표가 지난해 페이스북에 자신이 문 대통령의 핀란드 순방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고, 청와대로부터 받은 추석 선물 등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논란이 일었다.

신보라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의 역량 검증된 인재들은 추풍낙엽이더니, 이제는 정치적 신념도 검증 안 된 청년후보가 강남벨트에 공천된다"며 "놀랍고 황망하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도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알아서 조치를 하시겠죠"라며 우회적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공관위원장직은 이석연 부위원장이 맡기로 했다.

이 부위원장은 "사실 저도 같이 물러났어야 하는데 우리가 다짐한 혁신 공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우리 남은 위원들은 끝까지 공천 혁신을 통해서 반드시 정권의 폭정에 제동 걸 기틀을 마련한다는 차원서 우리는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당의 수도권 출마자들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영입을 적극 촉구하고 나섰다. 더 이상 보수층 결집이 힘들고 총선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김 전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전날 태영호 전 북한공사의 강남갑 공천을 놓고도 정면 충돌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합당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냐는 질문에 “그 사람들이 해놓은 (공천)결과로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여건을 갖춰놔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공관위가 적절하지 못한 사람을 전략 공천했다고 지적하면서 "남한에 뿌리가 없는 태영호 전 북한공사의 강남갑 공천을 국가적 망신"이라고 원색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적절하지 못한 사람을 꽂아놓은 게 문제다. 가까운 사람은 공천하면 안 되는 게 (공천관리)위원장의 원칙인데 다 깨져버렸다"며 김 공관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태영호 전 공사의 강남갑 공천은 우리(통합당)의 하이라이트 공천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국가적 망신인지는 여러분들이 판단하면 된다"며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오신 분이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그 자유를 호흡하면서 자유를 주창하고 이 자유민 속에 들어가서 함께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공천 철회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종인 전 대표와 태영호 전 북한공사 강남 공천 등을 놓고 정면 충돌해온 김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김 전 대표를 영입하려는 황교안 대표의 행보에 힘이 실리며 김 전 대표가 내주 초께 선관위원장직을 맡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통합당으로서는 총선을 불과 30여일 앞둔 시점에 공관위원장이 자진 사퇴하고, 당내 내홍이 깊어짐에 따라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내 일부 인사들로부터 내홍을 조기 수습하고 총선에 매진하기 위해선 김 전 대표의 선대위원장 영입이 최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