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거부처분 근거 조항 효력 상실"…1심 취소하고 각하
대법원 전원합의체 및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 반영
국세청 '옛 세법 규정 근거로 조정반 지정 거부 처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국세청이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의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했더라도 그 근거 조항이 법 개정을 통해 효력을 잃었다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조정반은 납세의무자가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 때 국세청이 해당 세무사를 지정하는 제도로, 조정반 지정 신청은 2명 이상의 세무사·세무법인·회계법인만 할 수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변호사 정모씨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정반지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 판단은 항고소송에서 소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소를 각하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대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각하로 직접 판결(자판)했다.
정씨는 2008년 기획재정부로부터 세무사 자격증을 받고 세무조정계산서 및 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으로 지정돼 세무조정업무 등 세무대리 업무를 해왔다.
이후 2013년 세무대리 업무 등록 갱신을 신청했으나 직권 취소됨에 따라 이듬해 세무사들과 함께 국세청에 조정반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옛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세무사법을 근거로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되지 않은 정씨를 조정반 구성원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통지했다.
이에 정씨는 "변호사가 세무사 또는 세무대리업무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세무사법은 위헌이므로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정씨는 "관련 법인세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 등 관련 세법 조항은 세무조정계산서를 '세무사'가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며 "변호사인 원고는 세무사 자격이 있어 법령에 규정된 세무사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1심은 "관련 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조항은 무효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정씨의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며 정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1심은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의 시행령 조항은 세무조정계산서를 규정한 모법 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며 "시행령 조항의 위임에 의해 규정된 시행규칙 조항 또한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또 헌법재판소가 2018년 5월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만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 조항을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점도 근거로 삼았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세무사법 개악 반대' 궐기 대회를 열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반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8월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위법성이 있는 해당 조항이 삭제됐고,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올해부터 관련 조항이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옛 소득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모두 모법 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모법 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헌재 결정과 관련해서도 "2019년 12월 31일까지는 해당 조항들이 원고에게 적용됐으나, 국회가 위헌성이 제거된 개선 입법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개정시한이 지남으로써 올해부터 위 조항의 효력은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1월 1일 이후에는 국세청이 정씨가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정반 구성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사유를 들어 조정반 지정 거부처분을 반복할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결국 "원심(2심)은 본안 판단으로 나아가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한 1심 판결을 유지해 소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소를 각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