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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등록제 "금감원이 권한남용" vs "요건 안 맞아 못해 줄 뿐"

  • 보도 : 2020.02.27 10:36
  • 수정 : 2020.02.27 16:55

지난해 상장사 감사인 등록 신청한 44개 회계법인 中 40개 등록
'진일회계법인' 지난 26일 상장사 감사인 등록 됐지만...
진일 포함 5개 회계법인 상장사 계약 실패... 고객 유출
회계법인들 '깜깜이' 금감원 심사 불만…"권한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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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요건을 갖춘 회계법인에게만 상장회사에 대한 회계감사 자격을 주는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가운데, 지난해 등록 신청을 했지만 금융감독원의 벽에 막혀 아직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회계법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 회계법인은 금감원이 감사인 등록이 되지 않는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자료 요청으로 시간만 끌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감원 측은 "요건이 안되어 등록을 못해줄 뿐 다른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시간끌기에.... 고객 하나 둘 떠나보낸 회계법인들

금융위원회는 '신(新)외부감사법' 규정에 따라 지난해 5월 상장사 감사인 등록 신청을 받았다. 감사인으로 등록이 되어야 2020회계연도 상장사 감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총 44개 회계법인인 등록 신청을 했고 지난해 9월 빅4 회계법인을 포함한 20개 회계법인이 1차로 등록됐다. 이후 11월 10개 회계법인이 추가로 등록됐고 지금까지 39개 회계법인이 등록된 상태다. 대형회계법인(600명 이상) 4개를 비롯해 중견(120명 이상) 5개, 중·소형 31개(진일회계법인 2020년 2월26일 등록)가 등록을 마쳤다.

등록 신청을 했지만 등록되지 못한 회계법인은 지난 26일 기준 ▲우덕 ▲선명 ▲세정 ▲참 등 4개 회계법인으로 모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계법인들이다.

올해 감사를 하려면 이달 중으로 계약을 마쳐야 하는데, 기존 확보하고 있던 감사대상 상장사를 마냥 기다리게 할 순 없어 이미 다른 회계법인으로 고객들을 떠나 보낸 상황이다. 비록 담당하고 있던 상장사가 많지는 않더라도, 소형회계법인으로선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지난 26일 오전 진일회계법인이 가까스로 상장사 감사인으로 등록됐다.  

마음 급한 회계법인들… 금감원은 천하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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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는 '등록신청서에 흠결이 있으면 보완을 요구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신청인(회계법인)이 등록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법에 규정된 ▲등록 공인회계사 40명 이상(지방 회계법인은 20명 이상) 유지 등 인력 관련 5개 항목 ▲독립성 점검·관리 체계 등 물적설비 및 업무방법 관련 6개 항목 ▲상장사·대형 비상장사·금융회사 감사인 지정회사 사전심리 등 심리체계 관련 5개 항목 ▲성과평가시 감사업무 품질평가 지표 비중 70% 이상 등 보상체계 관련 2개 항목 등 18가지 등록 요건을 조사하는 것.

하지만 회계법인 관계자들은 등록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얼마든지 조사자의 자의에 의해 판단될 수 있는 항목이 많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미흡한 부분이 있어 보완자료를 제출했으면 바로 피드백이 나와야 하는데, 심사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은 채 시간만 흘려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등록에 실패한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요건이 명확하지 않아 감사인 등록과정에서 애를 먹은 회계법인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등록이 안 됐으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되는지 빨리 알려줘야 대응을 하는데, 금감원에선 계속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하고, 찾아가서 설명한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등록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1월 말까지 서면으로 달라고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다"라며 "등록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위에선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하는데, 심사 권한을 쥐고 있는 금감원에선 전혀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등록에 실패한 소형 회계법인들에게 등록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감원에서도 부담을 느끼는 지 스스로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등록이 안 된 이유를 알아야 구성원들에게 설명도 하고 할 텐데, 시간만 흐르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등록이 안 된 회계법인 중 참 회계법인은 등록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아직 심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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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금감원은 아직 심사기한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심사기한은 등록 신청일로부터 4개월 이내지만 자료요구와 자료검토에 들어가는 기간 등은 심사 기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심사기한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등록된 회계법인은 발표를 하지만, 등록에 실패한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아직 심사 중이기 때문에 외부에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등록되지 않은 회계법인들의 불만에 대해선 "등록을 안 해주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안 하는 게 아니다"라며 "심사 기한이 지나면 거부를 하든 등록을 하든 하는 것이다. 등록요건은 규정에 나와 있는 것이고 자료 보완을 통해 심사하고 요건을 충족했으면 등록되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심사 기한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보완할 것이 있으면 하고 있다. 심사 기한은 신청일로부터 4개월 내 완료를 해야 하지만 자료보완을 요구한 날부터 회계법인에서 보완해서 자료제출하는 기간까지 기간은 제외된다. 그래서 그냥 4개월이 아니고 보완이 많아지면 기한이 늘어날 수 있다. 기한이 차면 등록 여부는 알려줄 것이고 안 되면 다시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무줄' 심사 기한… 감사인 등록제 아닌 허가제?

심사기한이 끝나지 않았다는 금감원의 답변에 회계법인 관계자들은 "심사기한이 금감원 마음대로다"라고 입을 모은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겠지만 기한 연장을 하고 싶으면 어느 때든 자료제출만 요구하면 된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회계법인 관계자는 "자료요청하는 기한은 전체 4개월에서 제외되는 것은 맞다"며 "그것 때문에 4개월이라는 기한이 아무 의미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감원에서 조사를 오래하면 기한이 늘어나는 것인데 완전 고무줄과 같다. 세무조사도 기한이있고 연장사유가 있을 때 연장을 하는데, 이건 금감원 마음대로다. 보완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하면 그게 연장"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름은 감사인 '등록제'인데 '허가제'로 운영되는 것 같다. 일단 등록을 받아주고 요건을 유지하는 지에 대해 신경써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가고 있다. 금감원이 권한남용을 넘어 고무줄 잣대를 대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상 금감원 회계관리국장은 "우리가 (등록을) 그냥 깔고 앉아 있는 게 아니고, 요건이 안 되니까 안 해주는 거다. 안 되는 이유는 회계법인들이 더 잘 안다. 사실 요건 안 맞으면 금감원은 그냥 거부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수정할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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