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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세무사법 개정안…'골든타임'은 점점 흘러간다

  • 보도 : 2020.02.20 10:38
  • 수정 : 2020.02.20 10:38

법 개정시한 넘겨 '입법공백' 장기화 우려
26일 국회 법사위 열린다는데, 논의 여부는 안개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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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에 세무대리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를 거쳐 본회의 통과까지 이루어질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불이 꺼져 있는 법사위 회의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에 세무사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 한다'며 세무사법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이후 개정시한(2019년 12월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입법공백에 따른 업계 안팎의 혼란이 장기화 될 조짐이다.

입법공백에 따라 세무대리를 위한 세무사 등록절차가 지난달 2일부터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특히 한승희 전 국세청장 등 국세경력자들이 참여한 실무교육이 지난 10일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은 교육을 이수하더라도 세무사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세무사법(장부작성대행·성실신고 제외, 1개월 실무이수)은 현재 본회의 표결로 가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20일 정부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오는 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타위법안(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 심사가 예고되어 있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이 수 십 여건에 달한 만큼, 어떤 법안들을 우선 심사할지를 놓고 여야 간사 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초유의 '입법공백' 사태…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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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세무사법에는 세무사 시험 등에 합격해 자격증이 있더라도 세무대리등록부에 등록을 거쳐야만 정식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2003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 규정에 근거해 변호사들이 등록만 마치면 세무대리 활동에 제한이 없었지만 2003년 12월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만이 세무대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세무사법이 개정된 것이 화근이 됐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은 1만8000여명(2004년∼2017년)의 변호사들은 세무사로 등록하지 못해 사실상 업무 수행에 제한을 받았다.

국세청으로부터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 신청을 반려당한 A변호사가 이를 문제 삼았고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는 '세무사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는 등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 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재 판결 후속 조치로 기획재정부는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영역을 허용하되, 회계지식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장부작성 대리·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제외한 개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업무를 제한한 부분을 두고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제동이 걸렸고, 이후 국무조정실의 조율을 거쳐 '세무교육'을 전제로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개정안이 나왔다.

국회에서도 장부작성대행(기장대리)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제외하는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이 발의됐다. 곧이어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전면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이 발의되면서 법 개정 논의가 난항에 빠졌다.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는 수 차례 논의 끝에 '기장대리'와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세무사법이 국회 법사위 테이블로 옮겨졌지만 이후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입법공백에 따른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시국회서 세무사법 통과될까… 업계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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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는 모습. 이날 이 원내대표는 "상임위별로 꼭 필요한 민생법안 70여 건이 그대로 법사위에 남아 있다"며 "세무사법, 노사관계조정법 등 위헌 판시된 법을 시급히 처리해 입법 공백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사진)

오는 26일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생법안으로 취급되는 세무사법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지난달 22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검역법 등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을 시급히 처리하고 나설 것을 야당 측에 촉구하고 나선 발언 중 세무사법도 함께 언급됐는데 정치권에서도 입법공백에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로 읽힌다.

다만 세무사법이 법사위 회의에 상정된다 하더라도 직역 간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아 단번에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제사법위원들 대부분이 변호사 출신인데다 총선(4월 15일) 정국과 맞물려 법안 처리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세무사법 이외에도 시급한 민생법안이 쌓여있어 이번에도 제대로 논의도 없이 임시국회 통과가 물 건너 갈 공산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국회가 경찰개혁법, 선거구 획정 안 등 굵직한 이슈에만 집중한다면 상대적으로 관심의 크기가 덜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안건에 포함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최근 법무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합의한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점도 변수. 법무부는 헌재 결정 취지에 부합하도록 실무교육 이수를 전제로 '세무사 자격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세무사법 개정안이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또 한 번 부당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개악이라며 규탄대회를 여는 등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세무사법이 단 번에 법사위 법안심사를 통과한다면 27일과 내달 5일 예정된 본회의에 회부되어 표결 처리에 들어간다.

'법률공백' 장기화에 높아지는 우려… "국회도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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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대립각" 한국세무사회는 변호사들의 세무대리를 허용하더라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회계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등은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한변호사협회는 '조건 없이 무제한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세무사법안의 당사자인 세무사와 변호사 업계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상황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 17일부터 열린 2월 임시국회에서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업무를 제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원경희 한국세무사회장은 지난달 7일 전국 세무사회원들에게 보낸 신년사를 통해 국회에서의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원 회장은 "지난해 11월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세무사법 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세무사 등록을 권장한 데 이어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한변협은 지난 달부터 1·2차 접수에 걸쳐 변호사들에 신청을 받아 세무대리등록부 신청을 마친 상태다. 변호사 업계 등에 따르면 1000여명에 가까운 세무변호사협회 구성원 및 개인 변호사들이 등록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등록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 대한변협 측은 국세청을 상대로 간접강제 이행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 업계의 입장 차를 떠나 입법 공백사태가 계속된다면 납세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에 활동 중인 세무사들마저 등록이 무효화 될 수 있다는 일부의 법 해석에 따라 세무대리인들의 조력을 받은 세금신고도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국세기본법에 모든 납세자는 세금 신고 시 세무대리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입법공백이 길어져 법적 불안전성을 방치하는 것은 납세자 권익의 상당한 침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국회는 조속히 관련법을 개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세무사 등록 정상화와 함께 납세자 세금신고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공백을 야기한 국회의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쟁만 일삼았던 20대 국회가 민생법안인 세무사법을 더 이상 외면한다면 국회의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법안 통과에)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2월 임시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하루 빨리 처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상임위를 통과하고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뒤 단 한 번에 논의를 거치지 못한 세무사법은 극적 반전이 없다면, 20대 국회 회기 종료(5월29일)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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