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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교수의 회계로 읽는 자본시장]

내부자제보와 짬짜미

  • 보도 : 2020.02.17 07:46
  • 수정 : 2020.04.09 18:12

박재환

오늘 아침도 집을 나서면서 마스크부터 챙긴다.

몇 장 남지 않은 마스크에 걱정이 앞선다.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짬짜미 가격바가지를 단속하겠다고 하는데 무심하게도 정가로 결제한 마스크 주문이 취소되어 환급해주겠다고 한다.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담합하고 밀약하는 짬짜미를 당해낼 수 없나 보다.

만연한 짬짜미

최근 특정한 계층이 공적 규칙이나 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하면서 서로에게 편의를 봐주는 사건이 표면화되면서 땀 흘려 노력하는 수많은 국민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기득권끼리 짜고 치는 짬짜미라면서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라고 언급되고 있다. 공정과 기회균등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면서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이 누리는 짬짜미는 법 테두리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그룹형 중견·중소기업과 플랫폼사업자의 각종 부당 짬짜미가 알려지면서 이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  기업 그룹 내 짬짜미는 특정 주주 등의 사익추구에 이용되면서 시장경쟁과 공정을 해치고 사회의 혁신을 제한해 그 폐해가 상당하다.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그들 사이에서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짬짜미를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며 제재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회계부정신고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내부제보에 의한 짬짜미의 실체가 드러나는 등 관련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다.

내부고발로 제재된 짬짜미 거래

대주주A가 지배하던 또 다른 B기업이 수행중인 일부 공사를 Y기업에 하도급을 줬다. Y기업은 동 공사 관련 일부 면허를 보유하고는 있었으나 동 공사를 수행한 경험은 없었다.

Y기업은 본 건 하도급 공사를 통해 매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매출과 관련한 매출이익을 기록하면서 최종적으로 영업이익을 실현, 관리종목 지정을 면했다. 외관과 형식을 갖추기 위해 Y기업은  자금수취와 지급 및 세금계산서 등의 증빙 처리 역할을 수행했다.

공사계획수립, 장비업자·일용직 섭외, 작업지시 및 관리 등 실질적 공사의 수행은 B기업이 수행했음이 확인됐다. Y기업은 하도급받은 동 공사는 B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첫 공사라고 주장했으나 이 후 Y기업은 동일한 공사를 수주하거나 수행한 경우는 없었다.

공사를 수행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수령하는 외관만을 갖춘 거래는 부당 짬짜미에 지나지 않는다. 실질의 원칙중심 회계에서는 외관과 형식만을 갖춘 부당 짬짜미 거래를 수익으로 인식할 수 없다. Y기업은 허위매출의 고의분식으로 제재됐다.

'내부제보'는 부당짬짜미 통제장치

회계부정신고는 지난 2017년도 44건에 이어 2018년 93건, 2019년 64건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단순 공시내용분석 수준에서 최근에는 내부자 자료에 의한 구체적인 제보가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인 제보와 함께 부당 짬짜미 거래의 상당 부분이 고의로 제재되고 있다.

미국 SEC의 경우 거액의 포상금 제도와 더불어 신원을 철저히 보장하는 내부고발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부고발 이후에도 신분위협 없이 그대로 회사에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도 최근 내부자 포상금 규모를 증가시켰다. 신고자 인적사항을 미공개하는 것은 물론 신고자를 불이익하게 대우하는 자에게 과태료 부과와 더불어 형사처벌 부과조항을 신설해 내부 제보자의 신분보호를 강화했다.

또 올해 상반기 중 외부감사규정을 개정하여 구체적인 증빙이 첨부되어 명백한 회계부정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익명제보도 허용해 내부고발을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추억의 명화 어퓨굿맨(A Few Goodmen)에서 코드레드(Code Red)라는 비공식구타의 불의를 참지 못하고 불의와 부정을 알리는 휘슬블로워(Whistle-blower)가 등장한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의 내부제보는 공익만을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부고발이 없다면 비리는 영원히 어둠 속에 묻혀버릴 수 있다. 비리는 또 다른 비리를 불러온다. 공정하지 않은 그들만의 짬짜미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

내부통제란 기업의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관련 법규, 정책 및 절차를 준수하고 실행해 기업이 효과적이고 건전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장치이다. 내부제보는 그런 의미에서 부당 짬짜미를 예방하고 적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통제장치다.

박재환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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