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7개 계열사 준법감시위 설치 이사회 의결
5일 삼성생명 사옥에서 김지형 위원장 주재로 첫 회의 진행
이재용 '면죄부' 비판 제기…첫 회의 내용 관심
◆…삼성그룹의 윤리·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사회 의결 절차를 마치고 4일 공식 출범했다. 대법관 출신인 김지형 위원장(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주재로 오는 5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에서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의 윤리·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사회 의결 절차를 마치고 공식 출범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4일 "삼성그룹 7개 계열사가 준법감시위를 설치·운영하기로 합의하고 공동으로 체결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에 대해 3일까지 각 계열사 이사회 의결 절차가 가결 종료됐다"고 밝혔다. 7개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화재, 삼성생명이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5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에서 김지형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그동안 위원회의 출범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달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율성을 바탕으로 준법감시 분야에 성역을 두지 않겠다"며 "계열사 간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뇌물수수, 부정청탁뿐만 아니라 노조 문제나 승계 문제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준법감시위는 삼성 계열사 외부에 독립적으로 설치된 기구로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준법체계를 감시할 제도 마련을 요구하면서 만들어졌다.
이에 삼성은 두 달여 간의 논의 끝에 지난달 진보 성향인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을 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대검찰청 차장을 역임한 봉욱 변호사,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이 외부 위원으로 참여한다. 삼성에서는 MBC 보도국 부국장 출신인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고문이 내부 위원으로 내정됐다.
준법감시위는 승계, 노조 문제,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 여부 등을 감시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왼쪽 네 번째)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범죄 진상규명 및 법원의 공정한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전문심리위원'을 통해 점검해 양형 판단에 고려할 뜻을 밝히자 '감경 명분'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달 17일 열린 4차 공판에서 전문심리위원을 통해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점검해 이 부회장의 형량에 반영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법원 측 전문심리위원으로 추천했고, 이 부회장 측도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후보자로 추천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특검은 전문심리위원 도입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이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화관에서 '삼성공화국으로의 회귀, 재판부와 검찰인사는 어떻게 이재용을 구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검찰과 법원의 움직임으로 인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지법의 현직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준법감시위가 내부 정보에 어느 정도의 접근성을 가질지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면면이라도 실제 효과는 낮을 가능성이 크다"며 실효성에 우려를 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동·시민단체들도 4일 '재벌개혁·정경유착근절·사법 정의 실현을 희망하는 국회의원·노동·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법적 권한과 책임도 없는 외부 기구가 이 부회장의 범죄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돼 형량을 고려하기 위한 방편이 돼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