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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교수의 회계로 읽는 자본시장]

피싱과 분식회계

  • 보도 : 2020.02.03 07:56
  • 수정 : 2020.04.09 18:11

박재환

전화나 메시지로 허위사실을 이야기하고 송금을 요구하거나 특정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보이스피싱이 극성이다.

갑자기 날아온 청구 메시지에 깜짝 놀라다 이젠 제법 익숙하게 그냥 지나친다.

보이스피싱의 영향으로 물고기를 잡는다는 피싱(Fishing)이 사기수법인 피싱(Phishing)으로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조지애커로프와 로버트 쉴러는 피싱의 경제학(Phishing for Phools)에서 피싱(Phishing)을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활용하는 교묘한 광고 및 영업기법과 더불어 사람의 약한 심리나 정보부족을 활용하는 고도의 술책이라 설명한다. 

피싱처럼 진화하는 분식회계

영업이 계속 부진하던 A회사는 생존을 위해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만 했다. 한해 더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코스닥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어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게 되는 상황이다. 

A회사의 영업이익실현은 생존을 위한 과제였다. 좋은 낚시터를 찾아 다양한 미끼를 사용해 낚싯대를 던져보나 여의치 않다. 마침내 생존을 위한 독창적인 피싱기법이 시도된다.
 
A회사는 새로운 해외거래처에 상당규모의 신제품 수출을 성사시켜 영업이익을 실현한다. 하지만 실상은 불량재고를 신제품으로 둔갑시켜 홍콩 페이퍼컴퍼니에 고가의 허위매출을 발생시킨 것이었다.

해외로 불법유출한 자금으로 수출채권을 회수한 것으로 꾸며 회계상 의구심을 없애려고도 한다. 생존을 위한 피싱이 독창적으로 변형되면서 사기의 피싱으로 변모된 것이다. 회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거래의 실질은 물론 외관마저도 의심스럽다.

고객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고 정보를 왜곡하는 낚시꾼의 속임수 피싱에 감사인이 낚인 것일까? 감사인은 신제품에 대한 준비과정, 거래 상대방 확인 등 통상의 감사절차보다 확대된 감사절차를 이행했으나 경영진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위법부정사실을 은폐했기 때문에 재무제표 왜곡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대담한 불법분식은 다음해 바로 꼬리가 잡힌다. 사기피싱의 분식회계로 외감법,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다. 결국 감사인이 의견을 거절하면서 회사는 상장폐지되고 다음해 폐업된다.

피싱방지제도인 '회계부정조사'

외감법 개정으로 회계부정조사제도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시작된 제도이나 우리에게는 낮선 제도다. 외부감사인은 감사과정에서 회계부정으로 의심되거나 부정으로 확인되는 사안에 대해 내부감사기구에 통보해야 한다.

내부감사기구는 외부전문가를 선임해 위반사실을 조사하고 결과를 외부감사인과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앞선 사례와 같이 형식과 외관은 충족되나 실질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회계부정조사 대상이 된다.

합리적인 의심은 있으나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한 고의분식, 횡령, 배임과 같은 회계부정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감독당국이 이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투자자 공시, 조사기간으로 인한 사업보고서 제출기한 연장, 피조사자의 업무배제 및 업무대행자 선임 등 제도가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위해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적절히 보완되지 않으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수 도 있다. 향 후 지면을 통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실질 없이 형식과 외관만을 갖춘 분식이 더 이상 회계감사의 사각지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번 던져 성공한 낚시의 유희는 점점 대담해져 결국 모두를 파멸로 이끌게 된다. 다양하고 독창적으로 만들어진 미끼는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

분식은 폰지사기처럼 시간이 갈수록 점점 규모가 늘어난다. 하지만 피싱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되면 자금 유입이 끊기고 한순간에 모든 게 무너지게 된다.

폰지사기와 같은 고의분식 사례를 살펴보자.  

잘나가는 회사가 있다. CES(Consumer Electronincs Show)기조연설에서 빌게이츠로부터 혁신의 회사로 지목을 받는다. 매년 CES에 참가해 3년 연속 10여개 이상 아이템으로 혁신상을 수상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우량수출기업, 수출입은행으로부터는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다. 언론은 세계가 인정한 자랑스러운 한국 중소기업으로 대기업도 뚫지 못한 미국시장을 뚫었다며 연일 회사 띄우기에 정신이 없다. 상장회사를 인수하여 자회사로 두면서 자회사 주가도 날개를 달고 있다. 창업 후 10년도 안되어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다. 
 
하지만 너무도 이상하다. 제조회사인데 생산시설이 없고 잘나가는 회사인데도 제품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에서 현금은 창출되지 않는다.

매출채권을 매각하는 팩토링의 규모만 매년 증가해 2013년에는 무려 1조원을 넘었다. 내부감사, 외부감사인, 채권자인 무역보증 및 7년간 3조2천억원을 대출해주었던 10여개 금융기관 그 누구도 의구심을 보이지 않는다.

조사의 시작은 내부 제보였다. 2014년 8월 관세청이 수출환어음 사기와 외환도피혐의로 조사를 시작하자 바로 10월에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뉴엘사건이다.
 
지난 2007년 수출한 제품이 하자로 대규모 반품되면서 부도위기에 몰린다.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위장수출을 시작한다. 2010년 3천억원의 허위수출채권 팩토링 규모가 3년이 지난 2013년에는 무려 1조원을 넘게 된다.

2007년부터 7년간 피싱같은 분식을 지속하였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언론,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수상과 인증, 이름 있는 해외거래처의 권위를 이용한 트릭과 무리의 행동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인간의 심리적 약점을 미끼로 사용한 전형적인 사기피싱이었다.

분식이 지속되면서 허위대출규모는 3조2천억원에 달했다. 폰지사기처럼 고의분식은 시간이 갈수록 규모와 피해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게 된다.  

회계부정조사는 합리적인 의심은 있으나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한  피싱같은 고의분식을 예방하고 탐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다. 피싱처럼 분식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투자자 기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회계감사도 진화해야 한다.

박재환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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