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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교수의 회계로 읽는 자본시장]

투자자의 정보비대칭과 감사인지정제도

  • 보도 : 2020.01.20 06:31
  • 수정 : 2020.04.09 18:10

박재환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는 경제적 현상을 충실하게 표현하는 정보이다.

많은 경우 경제적 현상의 실질과 형식은 같다.

하지만 경제현상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함에 따라 실질과 외관이 다른 경우가 많다. 외관과 형식에 따른 정보만을 제공해서는 경제적 현상을 충실하게 표현할 수 없다.
 
우리의 법적·제도적 환경은 규정중심으로 현상에 맞는 규정이나 세부지침을 찾아 이를 적용하면 된다. 의도에 따라 계약형식이나 다양한 외관을 이용해 경제적 현상을 부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거래를 예로 들어보자.

"A사는 본사 건물을 법적으로 매각하고 동일 건물을 다시 임차하여 이용하고 있다. 임차기간 종료 시점에는 동 건물을 다시 매입해야 하며 지급한 임차료 및 재매입하는 금액은 최초 매도가격에 연간 리보금리의 3%를 더한 금액이어야 한다"

각각의 거래들은 본사 건물을 매도하고 임차한 후 다시 매입하는 외관과 형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일련거래의 실질은 본사건물을 담보로 차입한 후 임차기간에 걸쳐 임차료로 차입금을 분할상환하고 임차종료시점에 재매입을 통해 차입금을 최종상환하는 차입거래일 뿐이다.     
 
국제회계기준에서는 '법적 형식이 근원이 되는 경제적 현상을 다르게 표현할 경우 충실한 표현이 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회계기준에서 요구되는 회계정보는 단지 형식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경제적 현상의 실질을 표현해야 한다. 

실질이 담기지 않은 회계정보는 무용한 정보일 뿐

회계정보는 실질을 반영한 뒤 숫자와 글로 나타내는 것이다. 형식의 회계정보가 현상의 실질을 반영하게 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회계정보가 된다.

다음의 사례로 살펴보자.  

00신문의 '5년간 회계오류 한꺼번에 정정공시로 충격'이라는 헤드라인 경제면 기사로 자본시장이 들끓은 적이 있다. 사업시행권 인수 등의 회계오류를 수정하면서 기존의 흑자가 대규모 적자로 반전되어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를 상당히 불신하게 된 사건이었다.

회사는 시행사의 시행이익 확보를 위해 대금을 지급하면서 선급금으로 회계처리했다. 당기감사인은 이를 부인하고 사업권 인수에 따른 사업결합으로 회계처리를 수정했다.

회사 및 전기감사인은 인수 합의서 작성 시 시공사인 회사와 시행사간에 업무변화가 없으며 시행사가 사업인허가 명의자이면서 사업장에 대한 토지소유권도 계속 보유하고 있으므로 회사를 여전히 시공사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전부터 해오던 형식 관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당기감사인은 시행이익 전부가 해당 회사에 귀속되는 사업권인수 합의서에 근거해 사업손실 또한 회사에 귀속된다고 해석했다. 경제적 실질의 관점에서 사업관련 효익과 위험이 이미 회사에 이전되었고 실질적인 통제권 또한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회사는 전기감사인으로부터 과거 5개년간의 재무제표를 재감사받고 5년간의 사업보고서를 정정공시했다. 9년간 회계감사를 수행했던 감사인이 새로운 지정감사인으로 변경되면서 계약 형식이 아닌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면서 발생한 재무제표 정정사례이다.

최근 회계개혁조치로 회계정보는 실질을 반영해야

자본시장의 투자자에게 경제적 실질이 충실하게 반영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영자는 투자자(Investor & Creditor)보다 사업 및 경영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상황에 따라 유리한 정보만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려는 유인이 있다.

경영자와 투자자사이의 이러한 정보비대칭은 자본시장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한다. 개정된 주식회사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6년간은 회사가 감사인을 선정해 계약할 수 있으나 이후 3년간은 감독당국이 지정하는 감사인과 감사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감독당국이  회계감사인을 지정하면서 주기적지정에 의한 회계감사가 2020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선 사례와 같이 지정감사인은 신규 감사인으로서의 새로운 시각과 지정감사인으로서의 깐깐한 실질적 잣대의 시각으로 감사를 수행할 수 있다.

지정감사인이 실질을 깐깐하게 따지면, 감사를 받는 회사뿐만 아니라 회사가 선정하는 감사인도 미래의 지정감사에 대비해 경제적 실질을 깐깐한 잣대로 살피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경제적 실질이 반영된 회계정보가 투자자에게 충분히 제공될 때 자본시장의 정보환경은 개선된다. 주기적 감사인지정제도를 포함한 최근의 회계개혁조치가 자본시장의 정보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재환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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