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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정글의 강자들⑩ -전문직 성공의 핵심 DNA-

관료마케팅의 위력(偉力)(2)

  • 보도 : 2020.01.16 15:58
  • 수정 : 2020.01.16 15:58

요즘은 하위직이 더 인기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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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니 나도 모르게 좀 주저하게 된다. 본의 아니게 '고위직'에 대비하여 이 용어를 쓰다 보니 필자가 혹시 하위직 공무원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것으로 오해를 사는 것은 아닐까 해서다. 그런 의도는 전혀 없음을 우선 밝혀둔다.

앞서 말한 '관료마케팅'에는 흥미로운 진리(?)가 숨어 있다.

사람들은 보통 대형 전문법인(이하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관세사 법인들을 '전문법인'이라 칭함)이 찾는 전직 관료는 주로 고위직들에 한정된 것으로 안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언론의 기사도 고위층 출신들의 전관예우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으니까.

우리가 고위직 관료라 하면 분류 목적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지겠지만, 보통 정부의 국장급(2급/이사관)부터, 구(舊)차관보급(1급/관리관), 차관급 그리고 장관급 등을 지칭한다. 이런 공무원들만이 인기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하위직으로 특정부처에서 장기 근속한 공무원의 인기도 그에 못지않다.

왜 그럴까?

우선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간부직이라고 하더라도 부서 이동이 빈번하지 않다. 어떤 부서에서 어떤 특정분야의 업무를 맡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곳에서 장기간 근무한다. 그리하여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 정부는 고위 간부들을 한 곳에 잘 묶어두지 않는다. 1년, 2년이 멀다하고 부서를 바꿔준다.

그 이유를 자세히 알지 못하나 이 간부들에게 리더(leader) 자질을 함양시키자는 취지인 것 같다. 즉, 여러 분야에 대한 식견을 높여서 장차 행정부의 지도자로 키우자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다보니, 고위직은 자기의 전문분야라고 할 만한 분야가 그리 많지 않다.

환언하면, 이 분들의 지식과 경험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통상 등 외국과의 협상에서 상대방에게 자주 밀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산업자원부 어느 간부가 한 말이 생각난다. 어느 날 한일통상관련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자기는 통상분야에서 이미 4년을 일했기 때문에 이 분야라면 그 누구 못지않은 최고의 전문가로 자부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일본과의 협상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일본에서 나온 상대방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였고, 그는 통상분야를 담당하는 부처에서만 30년이 넘게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우리가 국제협상에서 상대국을 이길 수 있겠는가? 통상이나 무역이나 국제문제는 날로 복잡하고 난해해지는데 우리 실정이 이렇다고 하면서 한탄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직에서 소일하던 사람들이 난데없이 자기 경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국가의 핵심 요직을 꿰차는(?) 부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의 각 부처에 뛰어난 전문가들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철저히 포진하고 있어도 협상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우리도 앞의 선진국 제도를 본 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샜는데, 다시 하위직 공무원으로 가 보자.

한국의 하위직공무원은 비교적 부서이동이 적다. 즉 한 곳에서만 오랫동안 그 분야의 관련법 해석과 행정실무를 담당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그 부처와 관련한 모든 법령들을 꿰뚫고 있다. 법의 연원(淵源)에서부터 입법취지, 법 해석과 예규, 사례, 그리고 고시·훈령의 변천사까지 모르는 것이 없다.

또한 실무경험도 매우 풍부하다. 한 곳에서 2~30년간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전문가가 된 것이다. 그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에 관한 한 이들에게 대적할 만한 전문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잠시 결재(?)만 하다가 타 부서로 가버리는 고위직과는 다른 것이다.

이러하니 정부문제에서 아무리 뛰어난 변호사라도 그 부처의 관행과 실무적 감각에 관한 한 이들보다 나을 수는 없다. 전문법인에서 이들 관료가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서 희소가치가 충분히 있는 분야인 것이다. 전문법인에서 하위직의 인기(?)가 고위직에 비해서 결코 못하지 않은 첫째 이유이다.

그리고 전문법인에 근무하는 전직 관료들은 항상 현직들과 연락하고 접촉한다. 부처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항시 파악하고 있어야 사건이 발생할 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특히 고위직 출신의 대정부활동에 대한 규제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고위직들의 행동반경이 크게 줄어 들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전직뿐만 아니라 현직에 대한 규제도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현직들도 외부인사와의 만남을 자제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직 출신과 하위직 출신 중 어느 쪽의 활동이 더 제한을 받겠는가? 뻔하지 않은가? 고위직의 움직임이 하위직의 움직임보다 주위의 주목을 더 받을 것이다. 양 부류의 잠행(潛行) 중 하위직의 잠행이 더 쉬울 밖에 없다.

또한 전직 고위관료가 현직 고위관료를 만나 어떤 상의를 했다고 하자. 그 고위 관료의 입에서 현장 즉답이 나올 수 있을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따라서 실무자와 그 질문을 상의하여야 한다.

그런데 부하와의 상의도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가 어느 현직 국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친구의 질문을 받은 고위관료가 하위 관료를 불러 상의를 했다. 그런데 그 부하의 눈초리가 좀 이상하더라는 것이다. 자기가 부하들에게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자주 내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마치 그 부하가 '당신이야말로 외부의 청탁을 받고 이러는 것 아니야?'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도둑이 제 발이 저린 격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속담과 같이 조심스런 처신이 필요하다.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위직 출신은 현직 실무자들과 과거 수십 년간 머리를 맞대고 동고동락한 사람들이다. 누가 누구를 접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상부를 거치는 우회전략보다는 바로 하위직과 직거래(?)하는 편이 효과적일 때가 많은 것이다.

실상이 이러하니 전문법인에서는 하위직 출신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물론 그렇다 하여 고위직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늘도 대형법인 어디에선가는 전직 관료를 환영하는 오찬모임이 열리고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청소년들에게 공무원 경력관리(career path)의 좋은 면만 부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공무원은 퇴직을 하더라도 인생 2모작을 할 수 있는 이런 자리들이 기다리고 있구나 하고 성급한 판단을 해선 안 된다. 퇴직 후 이런 대접을 받는 공무원은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요즈음 너무나 많은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찾자는 생각으로 공무원시험 준비에 열심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무원도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사전에 치밀하게 살펴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헤겔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는 정명제(These)와 반명제(Antithese), 그리고 종합명제(Synthese), 소위 정-반-합의 단계를 거치면서 변화해 간다고 했다.

앞으로의 정부체제가 소위 큰 정부가 될 지 아니면 작은 정부가 될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민간경제부문이 크게 성장하고 자유민주체제가 꽃을 피우는 시대가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체제가 퇴조할 수도 있다. 서구 선진자유주의 국가와 같이 small government, 즉, 작은 정부체제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그러면 당연히 공무원의 숫자나 그 지위도 많이 변할 수 있고 그 동안 향수해온 혜택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MOST BAD government has grown out of TOO MUCH government (가장 나쁜 정부는 과도한 정부로부터 자라난다)" – Thomas Jefferson

법무법인 광장
이종열 고문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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