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위원장 "자율성·독립성 여러번 다짐, 확약받아"
"삼성과 최고경영진 구별해야", 법적 리스크 관리 다짐
위원회 구성, 외부위원 6명+내부위원 1명
이달 말 이사회 결의 거쳐 공식 출범 예정
◆…삼성그룹의 외부 감시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달 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출범할 예정이다.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9일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이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계획을 밝힘에 따라 향후 위원회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요구한 '숙제'에 삼성이 응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과 삼성에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위원장에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은 9일 "총수의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양형사유로 삼기위한 면피용이라는 의심이 있었지만 삼성의 변화 요구를 받아들여 수락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지평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장 수락 경위와 구성, 운영방안 등을 발표했다. 발표 내내 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 프로그램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삼성에 요구했다"며 "이러한 요구를 삼성은 수용했고 여러 번 다짐과 확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과 직접 만나 자율성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속시원하게 보장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그룹 총수의 확약이 필요했다"며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자율성과 독립성 약속을 확인했고 이 부회장도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준법감시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존중해 글로벌 수준의 준법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준법감시 분야에 성역을 두지 않겠다"며 "계열사 간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뇌물수수, 부정청탁뿐만 아니라 노조 문제나 승계 문제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간담회 말미에 '삼성'과 '최고경영진'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문제에 적대적·냉소적 시선은 삼성이 아니라 삼성의 최고경영진을 향하고 있다"며 "최고경영진이 기업가정신을 올바르게 발현해낼 수 있도록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위원장을 수락한 경위에 대해선 "진정한 의지에 대한 의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위원장 제안을 거절하려 했다"면서도 "삼성이 먼저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결국 수락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9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해 확약받았다"며 위원회 구성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은 외부 위원 6명과 삼성 내부 위원 1명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대검찰청 차장을 역임한 봉욱 변호사,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이 외부 위원으로 참여한다.
삼성에서는 MBC 보도국 부국장 출신인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고문이 내부 위원으로 내정됐다.
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7개 계열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이사회 의결을 걸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협약을 맺을 계열사는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화재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