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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회의 세금이야기]

'조세환경'

  • 보도 : 2019.12.30 09:41
  • 수정 : 2019.12.30 09:41

김낙회

아무리 좋은 조세제도도 경제 환경이나 여건에 맞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20세기에 이상적이었던 조세제도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이상적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조세제도를 우리의 경제 생태계에 맞춰 세심하게 설계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우리 경제는 지난 40~50년간 세계경제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시대별 경제성장률을 보면 1970년대 9.0%, 1980년대 9.7%, 1990년대 6.5%, 2000년대 4.2%로 평균 7.3%를 기록했다. 빠른 성장의 배경에는 소위 '경제 발전의 3대 동인'이라 할 수 있는 우수한 노동력, 적극적인 투자(자본력), 그리고 생산기술의 진보가 있었다. (1)

그러나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성장의 에너지가 점차 약해지면서 중장기 경제 전망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중장기 성장 전망('한국의 장기 거시경제변수 전망', 2013)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8.6%에서 2010년대 3.6%, 2020년대 2.7%, 2030년대 1.9%, 2040년대 1.4%, 2050년대 1.0%, 2060년대 0.7%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숙되어가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과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앞에 다가오는 경제의 조로화 현상을 타개할 것인가이다.

현재의 경제·사회 여건에 맞는 새로운 발전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조세제도를 효율적이고 현실에 맞게 설계하고 운용하는 것 역시 중요한 정책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조세제도와 행정의 효율성은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예를 들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매년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는데 경쟁 체제 아래 세금의 왜곡된 영향 정도, 관세율 및 관세의 복잡성, 노동세율 등이 국가 경쟁력 평가 요소에 들어가 있다.

기존의 고정된 관점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세체계를 보다 '효율적'이고 '단순'하면서도 '공평'하게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조세제도가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설계된다면 성장에도 많은 기여를 하겠지만 국가재정에도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성장과 함께 조세구조의 변화로 조세부담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재정 여력이 좋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재정 여건의 제약으로 인해 선뜻 확대하기 어려웠던 교육, 복지 분야에서 추가 지출이 가능하고, 또 국가부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동일한 금액의 부채라도 경제 규모가 작을 때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 그다지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예를 들어 국가부채가 700조 원이라고 하자. 경제 규모가 2천 조원일 때와 4천조 원일 때 부채에 대한 부담감은 현저히 달라진다.) 이처럼 효율적인 조세제도는 국가경제와 재정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필수 요소가 될 수 있다. (3)

인구구조의 변화 - 고령사회로의 전환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년 이상 초저출산(합계 출산율이 1.3명 이하) (4) 상태가 지속되면서 이제 생산 가능 인구(16세 이상부터 65세 미만)가 줄어드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5)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면 생산이 줄어들고, 소비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우리 경제의 파이가 작아지는 것이다.(노동력이 감소하더라도 생산 기술의 진보와 자본 투입을 통해 성장 저하의 일정 부분을 보완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반면 고령인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7%를 넘는 사회), 2018년 고령사회(14% 이상)에 도달했으며, 2025년 초고령사회(2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 도달하는 기간이 프랑스는 155년(1864년 고령화사회, 2019년 초고령사회), 미국은 88년(1942년 고령화사회, 2030년 초고령사회), 일본은 36년(1970년 고령화사회, 2006년 초고령사회)인 반면 한국은 27년 만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인구고령화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다. 

수명의 연장은 개인으로서는 삶을 더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므로 축복받을 일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소득의 양극화, 국가재정 부담 등 문제점이 많다.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은퇴 후 급격한 소득 감소를 완화함으로써 노인 빈곤을 막는 유용한 장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금수급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

윤희숙 (6)에 의하면 연금수급률은 2014년 말 현재 30% 수준이고 2040년까지 50% 수준(2030년 40.9%, 2040년 54.4%, 2050년 68.4%, 2060년 78.6%, 2083년 85%)에 머무를 전망으로 노인빈곤율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성숙되어가면서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재정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공공부문 사회복지지출의 급격한 증가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크게 증가하는 데 기인한다. 기초연금 역시 복지지출 증가의 커다란 요인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조세제도를 설계함에 있어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외생적 변수이다.

세금은 줄고 지출은 늘어나는 현상은 일본의 사례에서 이미 경험한 바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7)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복지지출을 늘려나갈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조정을 해나갈 것인지, 또 그 재원은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소득 양극화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소득분배 구조가 점차 악화되는 추세에 있다. (8) 소득분배가 악화된 주된 요인은 산업구조(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인구구조(고령화)·노동시장 구조(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의 변화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변화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 악화는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기인한다. 일정 수준의 소득불평등은 시장의 효율적 운용과 투자,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불평등이 지나치면 중장기 성장 경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9)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정책 대응은 크게 구조조정과 조세·재정 2가지 방향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10) 구조조정은 시장을 보다 합리적이고 경쟁적인 구도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조세·재정 지출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소득재분배의 문제는 다음 번 칼럼을 통해 자세히 논의하기로 하겠다.

통일에 대비

통일은 우리에게 커다란 축복이지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온 민족이 하나의 정부체제하에서 동일한 이념과 가치를 향유하면서 통일의 새로운 동력을 발판 삼아 선진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은 축복이다.

반면 남북의 경제력 격차로 인한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 특히 재정적인 문제(통일비용)는 우리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재정지출이 어느 정도일지 명확하게 제시하기는 어렵다.

통일비용은 통일 방식이나 통일 후 정책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독일은 통일 이후 20여 년간 매년 GDP의 5% 이상을 동독의 발전과 사회복지비용 등으로 지출했다. 단순히 독일의 통일비용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매년 GDP의 5% 정도 추가로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통일 당시 동독과 서독의 경제 규모는 약 4(서독):1(동독)정도의 격차를 보였다. 남한과 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는 약 40배 정도임을 감안하면 독일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할지도 모른다. 통일비용은 그만큼 우리의 재정 적자가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통일을 염두에 두고 미리부터 긴축 재정을 통해 자금을 축적하는 정책은 적절하지 않다. 국가부채 및 정부 지출 규모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억제하여 재정 여력을 확보해가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통일 이후를 대비하여 국가재정을 좀 더 건전하게 유지해나가야 한다.

(1) 1950년대 로버트 솔로에 의해 제시된 신고전학파의 성장 모형에서는 경제 성장을 설명하는 원동력으로 기술 발전, 노동, 자본 등 3대 요소를 들고 있다.
(2) 조세부담률(국민소득 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의 추이를 보면 1953년에 5.3% 수준에서 국세청이 설립된 해인 1966년에 10.3%로 2배 늘어났으며,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5년에는 18.5%에 이르렀다. 그 결과 국가의 재정지출 규모도 그만큼 증가하게 되었다. 
(3) Asa Johansson, Christopher Heady. et al. "Tax and Economic Growth," Economics Department Working Paper No.620, OECD, 2008.
(4) 합계 출산율의 변화(명) : 1970년(4.65)-1980년(2.92)-1990년(1.57)-2000년(1.50)-2010년(1.17)-2018년(0.97)
(5)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이 2010년 72.8%에서 2020년 71.1%, 2030년 63.1%, 2040년 56.5%, 2050년 52.7%, 2060년 49.7%로 감소하게 된다.(남상호, 문석웅, 유진영, 「인구구조의 장기전망 및 고령화의 경제적 영향분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 p25.)
(6) 윤희숙 외, 「연금연구 : 연금개혁을 중심으로」,  KDI, 2015, p112.
(7) 이지평, 이근태, 류상윤,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이와우, 2016, p43~48.
(8) 연구 결과에 따라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있다는 견해와 유지 내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도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김낙년 교수는「한국의 소득분배」(2013),에서 소득집중도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 1%의 소득집중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박명호(전병목) 교수는 '소득분배 변화와 정책 과제'(2014)에서 상위 계층의 소득집중도가 2012년에 들어서서 다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김낙년 교수도 최근 연구 '한국의 경제성장과 소득분배'(2017)에서 소득 상위 계층의 집중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2012년의 연구 결과와는 상반되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9) Andrew G. Berg and Jonathan D Ostry, "Inequailty and Unsustainable Growth : Two Sides of the Same Coin?" IMF, 2011.
(10) 조윤제, 윤희숙, 김종일, 이장원, 성명재, 박종규, 「한국의 소득재분배-추세, 원인, 대책」, 한울, 2016, pp193~194.

김낙회 저서 「세금의 모든 것」 -21세기북스

법무법인 율촌
김낙회 고문

▲한양대 행정학, 美버밍엄대 대학원(경영학 석사), 가천대 대학원(회계세무학 박사) ▲행시 27회 ▲재정경제부 세제실 소비세제과장·소득세제과장·조세정책과장, 기획재정부 세제실 조세기획관·조세정책관, 조세심판원장,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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