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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앞에선 채찍질, 뒤엔 퇴로 열어줘도 안 통한다면…?

  • 보도 : 2019.12.17 11:02
  • 수정 : 2019.12.17 11:02

'기습' 발표된 문재인 정부 18차 부동산 대책
대출규제+세금강화 핵심…"집 팔라" 메시지
효과 없으면 또 대책 내놓겠다는 정부…더 센 카드 있나?

부동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현준 국세청장. (사진 기획재정부)

"역대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는 부동산을 경기부양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성장률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을 활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2019년 11월19일)

"이번 대책에는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예전보다도 훨씬 더 강력하게 반영되어 있다. 필요하다면 내년 상반기 더 강력한 추가 대책을 시행할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2019년 12월16일)

8·2대책(2017년), 9·13 대책(2018년) 등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7차례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 대한 내성이 생긴 탓일까. 

최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일부지역에서 국지적 과열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정부가 이전 대책들 보다 더 센 규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기습적으로 발표된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대출을 옥죄고 세금을 올리는 방법을 동원해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더 늘리려는 생각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집을 어서 팔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대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규제 강도가 높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와 다주택자의 '버티기' 의지만 더 키워주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세금 압박의 강도를 '훅'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한편 그동안 시장의 요구에도 불구 뜨뜻미지근 한 태도를 버리고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주는 전향적 포지션을 취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라는 평가다.

세금 압박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환경을 조성해 전반적인 주택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깔린 대목이다. 설정한 의도대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16일 발표된 대책보다 더 강한 규제 정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 어떻길래

일지

정부는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올해 상반기 서울 주택시장은 안정세를 보였고, 다주택세대가 처음 감소하는 등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2017년 8·2대책, 지난해 9·13대책 등을 통해 세제·금융·청약 등 제도를 개선하고, 수도권에 주택 공급량을 늘린 효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 속 시중에 갈피를 못잡고 떠도는 '유동자금'이 문제였다. 광의통화(M2) 기준 2853조원(9월 기준)까지 불어난 유동성이 강력한 집값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갭투자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로 대출규모가 제한됐지만 높은 전세가율(서울 62%), 전세대출 등을 통한 갭투자로 자금 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낮은 보유세 부담 등에 따른 시세차익 기대도 매수세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

지난 1차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서 제외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상승 기대심리가 확대되면서 강남권 등의 고가주택 중심으로 매수 행위가 성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기수요 차단에 중점 뒀다는데

부동산

강남권 중심으로 다시 들끓는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것이 12·16대책의 주요 골자다.

우선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한다. 다주택자들을 겨냥 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괜히 집을 떠안고 있다 세금폭탄 맞지 말라는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일반 주택보유자에 대해서는 과표 대상별로 0.1%p~0.3%p, 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0.2%p~0.8%p 인상한다.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부담도 늘렸다. 내년부터 시세변동률을 공시가격에 모두 반영한다. 특히 공동주택 시세 9∼15억원의 경우 70%, 15∼30억원의 경우 75%, 30억 이상의 경우 80% 수준까지 반영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시가 15억원 넘는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이 지역에 집을 사고 싶다면 몽땅 '현금'으로 사라는 소리다.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 주택임대업·매매업 개인사업자·법인 대출에 적용되는 규제다.

지금까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다주택세대에 한해 대출금지, 1주택세대·무주택세대에 대해선 LTV 40% 규제가 적용되어 왔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도 대폭 늘렸다.

상한제 미적용 지역에 주택 매수세가 몰려 가격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초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 37개 동으로 한정했던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서울 13개 구 전역과 노원·강서 등 5개 구 37개 동, 과천·광명·하남 13개 동 등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혔다.

세제, 금융, 청약 등 부동산 관련 전방위 규제를 담으면서도,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할 수 있도록 '퇴로'는 열었다. 현재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한다면 2주택자는 10%, 3주택자는 20% 포인트로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받지 못한다.

하지만 17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중과세가 배제되고, 장특공제가 적용된다. 6개월 동안 세부담을 한층 덜어줄테니 집을 팔라는 확실한 정부의 메시지가 담긴 대목이다.

효력 있을까, 없다면 추가 대책 내놓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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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규제 수위가 예상보다 강력한 만큼 효과(주택 가격 안정)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많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기적, 중장기적으로도 시장 안정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지금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고 또는 막연한 집값 상승 기대 때문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미래에셋대우 이광수 연구원은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강력한 대출 규제로 투기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특히 전세 대출을 활용한 무리한 주택 매수가 줄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는 세부담도 한 몫 한다.

정부에 따르면,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시가 37억5000만원 주택 보유자는 종부세가 522만원, 시가 62억5000만원 주택 882만원, 공시가격 100억원(시가 125억원) 주택 2820만원 오른다. 이에 기존 다주택자가 갭투자 등을 통해 집을 추가 매입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다수다.

반면 투기 수요 억제 등을 위한 수단으로 종부세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종부세율 상향 조정과 같은 세제정책은 오히려 공급 감소를 유발하며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보유주택에 한해 '거래세 완화'라는 점에서 유인 퇴로가 여전히 좁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대책이 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 또 다른 부동산 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정부가 풍기는 뉘앙스는 카드에 적힌 내용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식이다. 이 보다 더 강력한 규제 정책들이라면 대체 어떤 내용들이 있다는 것인가. 

그 궁금증은 12·16 대책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반응하는지 여부에 따라 풀리거나 영원히 '봉인'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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