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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약사, 통관은 관세사에게"…존폐 기로 선 '통관취급법인'

  • 보도 : 2019.12.16 10:19
  • 수정 : 2019.12.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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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대학교 한상현 교수가 지난 13일 열린 한국관세학회 정책세미나에서 '우리나라 통관취급법인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통관취급법인 제도'의 존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통관취급법인 제도는 1978년 도입됐으며 신속통관을 위해 관세사 아닌 자가 관세사를 고용해 통관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예외적인 제도다. 현재 16개 업체가 있는데, 정책 목적을 이미 달성했다는 이유로 폐지나 신규등록 제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관세학회(회장 엄광열)는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51층 중회의실에서 '통관취급법인제도의 존치여부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토론에 앞서 남서울대학교 한상현 교수는 '우리나라 통관취급법인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백석대학교 송선욱 교수는 '통관취급법인제도 존치여부 설문조사', 백석대학교 최준호 교수는 '통관취급법인제도 폐지에 따른 대응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제를 진행했다.

한 교수는 현행 통관취급법인제도의 문제점을 제시하며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 다른 자격사 제도에는 자격사 아닌 자가 자격사를 고용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통관취급법인제도는 다른 전문자격사제도의 형평성 측면에서 존치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운영상 측면의 문제점으로 "통관취급법인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통관실적도 급감하고 있다"며 "통관취급법인에 고용된 관세사의 과다한 수출입신고 처리로 수출입신고의 정확도가 저하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통관취급법인은 89%가 통관취급법인제도 폐지나 신규등록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데 반해 일반관세사무소는 90%가 폐지나 신규등록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해 상반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결과는 어쩌면 설문조사 시 이미 예견됐던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에 제도의 취지나 유용성, 미치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당국이 폐지 및 신규등록 제한 등을 정책적으로 입법을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통관취급법인제도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관세사를 고용해 통관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도입됐지만 그동안 법이나 제도상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폐지가 된다면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할 것"이라며 "관세사는 통관서비스에 있어 차별화된 고품질 서비스를 추구해야 하며 화주의 무역계약 체결에서부터 컨설팅 서비스 업무를 실시할 수 있는 대형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관세사 입장에서는 화주에게 수출입신고를 정확히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이지만 화주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거래업체 관리, 교육자료 제공, 관세행정 정보제공 등을 철저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며 "통관취급법인은 고용관세사를 늘려 수출입신고 과다 처리 건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고용관세사는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폐지가 답" vs "기득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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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한국관세학회가 주최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유관기관 및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이영찬 한국물류학회 회장은 "자격제도라는 것이 법률사무소 사무장 경우처럼 공공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통관취급법인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라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통관처리 건수도 일반 관세사보다 5배 이상 높은데, 형식적으로 업무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주 입장에서 보면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고, 공공성과 전문성도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 "통관취급법인의 부적절성을 강조하는 부분도 좋지만 일반 관세사의 전문성이 강조되면 조금 더 미래 지향적 연구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재필 한국국제상학회 회장은 "좋은 제도였고 효과성이 있고 기업에 좋고 한다면 왜 통관취급법인이 늘어나지 않고 줄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사실 정책보다 무서운 게 시장이다. 외면받고 있거나 운영이 잘 안 되는 건 우리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관취급법인에 고용된 관세사의 역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처해 있는 입장을 보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도 도입 시기와 비교해 볼 때 완전히 바뀐 무역환경이라면 정확하게 현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과 미래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법령이 나오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제홍 국제e-비즈니스학회 명예회장은 "화주 입장에선 운송에서 보관, 통관까지 해주면 얼마나 좋은가. 관세법인이 이런 부분을 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세사회가 관세사의 업무 영역을 넓혀 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중근  한국관세사회 실장은 "통관취급법인이 운영상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 하락과 시장 환경에 적응을 못 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통관취급법인이 시장에서 장점을 상실했기 때문에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어 "해결 방법은 관세사법에서 통관취급법인 제도를 삭제하는 것이다. 통관취급법인들은 아직도 줄기차게 제도의 문제라면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재부나 국토부에선 관세사법에 통관취급법인 제도가 있는데, 이런 제도를 왜 활성화 안 하냐고 할 수 있다. 소모적인 논쟁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통관취급법인 제도의 폐지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통관취급법인 제도 개정에 대해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도겸 한국무역협회 실장은 "무한경쟁 시대고 산업 간의 벽이 없기에 통관취급법인을 존치 할지 말지 의견을 나누는 것 자체가 당혹스럽다"며 "폐지를 전제로 토론회를 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조금 객관적인 시각에서 제3자가 함께하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이 너무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것으로 기득권을 강화하려고 한다면 무역협회 입장에서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다"며 "관세사의 입장은 공감이 되지만 기업 환경을 볼 때 통관취급법인 제도를 폐지하거나 기득권을 가진 통관취급법인만 놔두는 게 무역협회 입장에선 적절하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정부 측에서 나온 최영훈 관세청 통관기획과 사무관은 "수요자(화주) 입장에서 비용적인 측면이나 전문성, 독립성 등을 평가한 설문이 나와야 객관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며 "통관취급법인 제도 폐지에 대한 부분은 정책부서에서 많은 검토가 필요하고, 만약 폐지가 되면 부칙이나 시행령 등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로어에서도 다양한 의견과 방안이 쏟아졌다.

스카이브릿지 관세법인 김상현 관세사는 통관취급법인의 통관 처리건수에 비해 고용 관세사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서 건수에 비례해 관세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삼일 관세사사무소 박영준 관세사는 "수입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통관취급법인이 신고한 내용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관세율 0%를 6.5%로 적용했더라. 2년 소급할 수 있어서 5000만원 가량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며 "통관취급법인은 관세사가 통관을 하는 게 아니고 사무원들이 하다 보니 관세사가 다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신속통관도 중요하지만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관세법인 한림 백현주 관세사는 "약은 약사에게, 변론은 변호사에게, 세무상담은 세무사에게, 통관은 전문 관세사에게 맡기는 게 원칙"이라며 "기형적으로 탄생한 제도는 효력을 다 했으면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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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한국관세학회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통관취급법인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존치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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