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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행복상속]

로크의 소유권 논증 "정당한 상속세율을 묻다"㊦

  • 보도 : 2019.12.11 08:20
  • 수정 : 2019.12.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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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을 제한해야 하는 두 가지 경우"

하지만 로크도 소유권에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레 충고한다.

예컨대, 나무의 열매는 따는 사람의 몫이다. 품을 들였기에 대가를 요구할 '권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딴 열매들을 자기의 몫이라 주장하지 못하는 때도 있다. 하나는 다른 이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몫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다. 두 번째는 주체 못할 만큼 많이 거두어 썩어서 버릴 지경에 이른 경우이다. 요약하자면, 다른 이들이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 될 만큼 욕심을 부린 경우는 소유권을 인정해주기 어렵다는 뜻이다. 

로크는 빈부격차 자체는 인정한다. 사과는 썩지만 화폐는 변하지 않는다. 사과는 쉽게 상하기에 당장 먹을 만큼 이상으로 많이 모으지는 못한다. 반면, 돈은 아무리 많이 쌓아놓아도 썩지 않는다.

그렇다면 돈은 아무리 많이 벌어도 문제없다는 뜻일까? 로크는 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일상에서 돈을 주고받는다. 이는 서로가 돈의 가치를 인정하기에 가능하다. 로크는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는 "돈으로 가치를 쌓아두어도 된다."는 사람들 사이의 합의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썩지도 변하지도 않는 화폐로 가치를 저장한다면, 당연히 가진 자의 재산은 더 많이 늘어날 테다. 이에 따라 빈부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로크는 이 사실 자체도 돈을 주고받는 사람들끼리 '합의'된 바라고 힘주어 말한다. 현대인의 눈으로는 살짝 괴상해 보이는 생각이다. 그러나 왕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로크의 주장이 꽤 설득력 있었다.

"사람들은 빈부격차를 왜 받아들일까?"

사람들은 빈부격차를 왜 받아들일까? 물자가 많이 쌓이면 당연히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허덕이며 사업을 끌어 갈 때와, 큰 자본을 가진 이가 덩치 크게 투자를 했을 때의 상황을 견주어 보라.

사람들이 자기 몫을 덜어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이유는 그래야 결국 자기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데에 있다.

반면,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질수록 자기에게는 손해만 된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사람들이 빈부격차를 받아들일 리 없다. 부자의 재산이 '정당하지 않다'고 외치며 자기 몫을 달라고 외쳐댈 테다.

로크 당시의 영국은 왕과 상공인 계층인 부르주아들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왕은 신(神)이 자신에게 세상을 다스릴 권리를 주었다고 믿었다. 그로서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복종해야 마땅했다. 왕이 필요하다고 하면 신민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갖다 바쳐야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부르주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왕이 나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는 데, 뭐 하러 권력자에게 내 소중한 재산을 넘겨준단 말인가? 그들에게 로크의 주장은 솔깃하게 다가왔다. 내 재산은 나의 노동을 통해 일군 것이다. 왕이 여기에 대해 자신의 몫을 주장할 권리는 없다. 게다가 사회의 부(富)를 늘려주지 못할뿐더러, 나에게도 이득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왕에게 소중한 내 재산을 바칠 이유가 없다. 아니, 이 정도로 무능하면서도 돈만 밝히는 왕은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옳다!

"50% 상속세율이 지지받으려면"

로크 시대, 왕과 부르주아 사이의 힘겨루기에서 승자는 부르주아들이었다. 3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로크의 생각은 우리에게 '상식'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의 상속세 정책을 검토해 보자. 상속재산의 50%에 이르는 상속세율은 과연 올바르며 정당할까?

만약 이를 통해 사회의 부(富)가 늘어나고 복지 정책이 깊이 뿌리를 내려 나에게도 이득이 된다면 높은 상속세율에 맞서야 할 이유는 없다.

반면, 가지지 못한 자들이 힘을 합쳐 '국가 정책'이라는 명분으로 나의 재산을 강탈(?)하여 자기들 몫으로 돌리려 할 뿐이라면 어떨까? 이를 통해 국부(國富)가 늘어나기는커녕, 포퓰리즘에 휘둘려 국가 경제가 위태로워질 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크는 국가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할 때는 시민들에게 저항할 권리가 생긴다고 힘주어 말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50%가 넘는다. 어느 시대에나 가지지 못한 자들의 수는 가진 자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그들의 목소리는 항상 더 크게 들린다. 하지만 다수의 의견이 언제나 정의롭지는 않다.

이런 높은 세율이 과연 국가의 부(富)를 키우는지, 상속세를 납부하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상속세율을 둘러싼 논란은 늘 뜨겁다. 현명한 정책을 세우고 싶다면, 로크를 읽으며 소유권의 본질부터 차분히 따져볼 일이다.   

철학박사
안광복 박사

[약력]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열일곱 살의 인생론』,『철학자의 설득법』,『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등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 대표적 인문 저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다양한 대중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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