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100개' 먹은 듯한 자율차…'MIT표 사이다' 개발 중?

주변 운전자와 '상호작용' 불가능한 자율주행차
상대차가 속도 줄여 양보해도 의도 인식 어려워
MIT-델프트大, '사회적 의도' 계산하는 인공지능 개발
가까운 미래의 세상은 인간-자율주행차 공존 가능

누런 모래 사막과 붉은 벌거숭이 산이 끝없이 펼쳐진 애리조나는 미국에서도 한적한 편이다. 이 곳에서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가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애리조나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웨이모와 함께 운전하다 보면 마치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할 때가 많다고 한다.

한 운전자는 "비보호 좌회전 할 때, 사람은 반대편 차가 양보해주려고 속도를 줄이면 바로 좌회전 한다. 반면 자율주행차는 소심하게 반대편 차가 아예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고 답답한 듯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좌회전 할 수 있는 초록신호인데도 반대편 차 조금 움직인다고 갑자기 멈춰버려 뒤 따라가다가 박을 뻔 했다"고 불평했다.

인간은 차선에 합류하거나 비보호 좌회전 할 때, 운전자들끼리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손짓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의사 전달은 항상 명확한 게 아니라서 헷갈릴 때도 종종 있다.

이런 복잡하고 미묘한 사회 상호 작용을 자율주행차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미국 애리조나의 운전자들은 그 답을 알고 있다. 

◆…자율주행차 웨이모가 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려다가 급정차 하는 모습이다. 왼쪽 사진에서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자 웨이모가 출발한다. 오른쪽 사진에서 반대편에 흰 트럭이 살짝 움직이자, 웨이모가 급정거 한다. 그 뒤를 따르던 인간 차량이 뒤를 받을 뻔 했다. 단지 픽업트럭은 정지선에 차를 맞췄을 뿐이다. (출처 The Arizona Republic)

누런 모래 사막과 붉은 벌거숭이 산이 끝없이 펼쳐진 애리조나는 미국에서도 한적한 편이다. 이 곳에서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가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애리조나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웨이모와 함께 운전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고 한다.

한 운전자는 "비보호 좌회전 할 때, 사람은 반대편 차가 양보해주려고 속도를 줄이면 바로 좌회전 한다. 반면 자율주행차는 소심하게 반대편 차가 아예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고 답답한 듯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좌회전 할 수 있는 초록신호인데도 반대편 차 조금 움직인다고 갑자기 멈춰버려 뒤 따라가다가 박을 뻔 했다"고 불평했다.

◆…자율주행차 사고 중 대다수가 인간차량이 뒤에서 박은 후방추돌 사고이다. (출처 캘리포니아 중앙 차량 관리국)

실제 캘리포니아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 사고 중 57%가 인간 차량이 뒤에서 박은 후방 추돌 사고다. 후방 추돌 사고 28건 중 22건이 자율주행 모드 였고 나머진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 였다. 

인간과 자율주행차가 운전하는 방식이 다르다.

인간은 반대편 차와 운전자가 어떻게 행동하는 지 보고 '눈치껏' 운전한다. 반면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의도와 행동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므로 안전을 위해 보수적으로 운전한다.

보수적인 운전은 심각한 사고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도로 상황에 예민하기에 자연스런 교통 흐름을 방해하거나 주변 운전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연속된 장면을 순서대로 A-B-C로 나눴다. A) 자율주행차는 이기적인 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B-C) 이타적인 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자 비보호 좌회전을 한다. (출처 MIT컴퓨터공학 인공지능연구소)

MIT 컴퓨터과학 인공지능연구소와 델프트 인지로봇연구소가 자율주행차를 어떻게 학습시키면 될지 알아냈다고 한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제출한 논문에, 사회심리학을 바탕으로 운전자들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 2초만에 파악하는 수학 모델을 공개했다.

이 모델을 인공지능에 적용하였더니 차선 합류와 비보호 좌회전에서 다른 차의 의도를 25% 정도 잘 예측했다.

위 그림은 자율주행차가 이기적인 차와 이타적인 차를 구분해서 비보호 좌회전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모습이다.

그림 A에서 이기적인 파란 차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자 자율주행차가 서행한다. 그림 B에서 이타적인 분홍 차가 속도를 조금 줄이자 자율주행차는 분홍 차가 양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판단한다. 그림 C에서 자율주행차가 바로 좌회전을 한다.

◆…다가오는 차량이 어떤 성향인지 계산하고 좌회전을 언제 할지 결정하는 과정. (출처 MIT컴퓨터공학 인공지능연구소)

델프트 대학교 연구원인 자비에르 알론소 모라는 "인공지능은 주변 차량을 관찰해서 얼마나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 파악하여 '사회가치 지향지수'를 만든다. 이 지수로 주변 차량이 어떻게 움직일 지 파악한다"고 밝혔다.

위 그림들은 파란색 자율주행차가 A와 B차량을 관찰하고 어떤 성향인지 판단한 뒤, 좌회전 할지 말지 판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림1 에서 자율주행차는 다가오는 차를 관찰한다.

그림 2에서 이 차가 얼만큼 속도를 줄이지는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가치 지향지수를 계산한다. 속도-시간 그래프에서 녹색 A차량은 속도를 높여서 '이기적' 점수가 높았다. 반면 주황 B차량은 속도를 줄여서 '친사회적' 점수가 높았다.

그림 3에서 자율주행차는 '이기적'인 A차량이 지나간 다음에 좌회전 한다. 반면 '친사회적'인 차량의 경우, 먼저 좌회전을 한다.

◆…주변에 장애물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웨이모. 사람을 여러가지 행동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게 아니라 0과 1인 장애물로 본다. (출처 구글 웨이모)

불확실성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미시간 대학교 부교수인 매튜 존슨 로버슨은 "가장 어려운 도전 중 하나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 뜻을 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웨이모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서 있으면 주저한다.

웨이모는 보행자가 있으면 바로 멈춘다. 서 있던 보행자가 먼저 가라고 손짓 하지만 웨이모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보행자가 움직이지 않아서 웨이모가 다시 움직이려는 순간,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예상 밖의 상황에 웨이모가 급히 멈추었으나 내부 승객과 보행자가 깜짝 놀라버린다. 

연구원들은 더 많은 인간 행동 데이터를 모은다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판단한다.

차량 속도, 차량이 가는 곳, 움직이는 각도, 시간에 따른 자세 변화 같은 데이터가 쌓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음과 성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더 정밀한 데이터가 있으면 현재 25%에서 50%까지 예측능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보행자, 자전거 등에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가정용 로봇 같은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 시스템도 연구해 통합 모델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공동 저자인 MIT 다니엘라 러스 교수는 "사회가치 지향지수를 바탕으로 운전 특성을 모델링해 로봇자동차에 통합한다면, 인간 차량과 로봇 차량이 더 원활하게 도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한 전문가는 "기술 발전 만으로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이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은 부족한 교통 인프라를 더욱 늘려야 하고 경쟁적인 교통 문화도 더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된다면 인간과 자율주행차가 함께 달리는 모습을 더 빨리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