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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회의 세금이야기]

조세정책의 핵심가치-공평과 효율

  • 보도 : 2019.12.10 10:38
  • 수정 : 2019.12.10 10:38

김낙회

우리 국민은 소득의 20% 정도를 세금으로 납부(2017년 기준 320조 원)하고 있다. 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까지 포함하면 25%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1)

세금을 '누구에게 어떻게 부담하도록 할 것인가'는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근본적으로 가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조세부담과 관련한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핵심가치는 '공평'과 '효율'이다. 세금을 국민 모두에게 능력에 맞게 골고루 부담하도록 하면서 세금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것이 그 요체이다.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세금은 각자의 '능력'에 비례하여 '공평'하게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공평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공평한 것일까? 단순하게 국민 모두 각자 소득의 5분의 1씩 세금을 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면 공평한 것처럼 보인다. 애덤 스미스의 생각이 그러했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진 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기간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세금은 못 가진 자, 피지배계층의 몫이었다. 불공평의 역사가 지속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고려한다면 그 당시 상황에서 수입에 비례하여 부담하자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은 진일보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딘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왜일까?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훨씬 더 많이 내야 공평하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어 있는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5분의 1씩 세금을 내는 것으로는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진적인 세부담 구조로 설계하되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공평함에 있어서 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제 '능력'을 어떻게, 어떤 잣대로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넘어가 보자.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다. 담세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니 아무래도 경제적인 능력, 즉 대표적으로 소득, 재산, 소비 등일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이 많은 사람을 능력이 있다고 할 것인지(그렇다면 소득세를 중심으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소비가 많은 사람을 능력 있다고 할 것인지(소비세 중심으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재산이 많은 사람을 능력 있다고 할 것인지(재산세 중심으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는 문제이다.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판단의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어느 특정 세원에만 의존하기보다 소득과 소비, 재산에 적절하게 배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로 배분할 것인가이다. 배분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봄으로써 우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자. OECD 회원국의 경우 나라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는 소비세 의존도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소득세, 법인세이며 재산세 비중이 가장 낮다.(2)

우리나라도 세원별 비중의 순위는 OECD 회원국 평균 비중과 동일하지만 상대적으로 재산세와 법인세 비중이 높고 소득세와 소비세 비중은 낮은 편이다.(3)

그럼 우리도 재산세와 법인세 비중을 낮추고 소득세(개인소득)와 소비세 비중을 높이는 것은 어떨까? 이와 관련해 (애덤 스미스 이래로) 2가지 서로 대립되는 입장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효율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금은 가급적 적게 내는 것이 바람직하고, 같은 규모의 세금이라도 효율적으로 걷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에 대해 조세부담 규모와 조세의 효율성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좋은 조세체계는 경제적 효율성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들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을 증진시키기도 한다.(4)

세금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걷으면 경제주체들에게 부정적 영향이 적어진다. 따라서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자연스럽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으며, 그 재원으로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가 경쟁력은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의 확보, 기술력, 그리고 자원과 기술이 효율적으로 생산활동에 사용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5)

조세제도와 조세 정책도 중요한 요소임은 말할 것도 없다. 많은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목적에 적합한 세금은 소비세와 재산세이다.(6) 소비세는 비교적 중립적이고, 재산세는 중립적이지는 않으나 경제주체들이 반응하더라도 경제에 주는 영향이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세와 재산세 비중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주체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는 소득세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법인세는 기업들의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므로 가급적 낮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주장이다.

두 번째로 공평, 즉 분배를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1998년의 외환위기 이후 소득과 부의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물론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범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 원인도 인구구조의 변화, 국제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등 다양하다. 소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소득과 부가 적절하게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 역할 중 하나이고, 특히 양극화 완화가 사회통합으로 이어져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7)

이를 위해서는 소득세나 재산세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소득세는 소득 구간에 따라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성(7단계 누진세율)'을 지닌 세금이므로 소득세의 비중을 높여나가면 재분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재분배의 효과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재분배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재산세(특히 종합부동산세)는 자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고, 같은 방식으로 부의 재분배 역할을 일정 수준 담당하는 만큼 재산세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입장처럼 분배를 중시하는 문제 역시 국가 통합이나 공정의 가치를 추구하는 면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제까지 살펴본 2가지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완벽한 해법은 없다. 차선의 해법은 효율과 분배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 즉 분배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최대한 효율적인 조세구조를 만드는 것이다.(8) 직설적으로 말하면 소득세와 재산세는 조금 높이고, 법인세는 유지 또는 낮추는 것이다.

잘 설계된 조세제도는 세금으로 야기되는 효율성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오히려 성장을 높일 수도 있다.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와 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의 연구(1992)에 따르면 내생적 성장모형에서 잘 설계된 조세체계는 세금에 의하여 야기되는 효율성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9)

그러나 조세체계를 개편하는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의 입장이나 견해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고, 국민 모두의 소득과 재산에 직접 관련된 문제이므로 쉽게 결론을 낼 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어렵게 개편안을 만들었다 해도 국민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결단력 있게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상대편의 의견을 존중해가면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

(1) 2017년 기준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 액수는 318.1조원으로 조세부담률(조세부담액/경상GDP)은 19.4%, 사회보장기여금(112.7조원)을
포함한 부담률은 26.3%이다. 예산정책처,「2018 경제재정수첩」, p51
(2) OECD 회원국의 평균적인 세원별 세수비중(2016년)을 보면 소비세 32.4%, 사회보장기여금 25.8%, 소득세 24.4%, 법인세 8.9%, 재산세 5.8%, 기타 2.7%이다.
(3) 2015년 우리나라의 세원별 세수비중은 소비세 28.0%, 사회보장기여금 26.6%, 소득세 17.2%, 법인세 13.1%, 재산세 12.4%, 기타 2.8%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2018 경제재정수첩」, p53
(4) Institude for Fiscal Studies(IFS),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옮김, 「조세설계(Tax By Design : The Mirrlees Review)」, 시그마프레스, 2015, p30.
(5) 김광억, 김병연, 이재열, 전재성, 홍기현, 「한국기업과 사회의 경쟁력」,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 p2.
(6) Asa Johansson, Christoper Healy, et al, 2008, "Tax and Economic Growth," Economics Department Working Paper No.620, OECD, 2008.
(7) Alexei Kireyev, Jingyang Chen, "Inclusive Growth Framwork," IMF Working Paper,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7.
(8) Institude for Fiscal Studies(IFS),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옮김, 「조세설계(Tax By Design : The Mirrlees Review)」, 시그마프레스, 2015, pp496~526
(9) Vitar Gaspar, Laura Jaramillo and Philippe Wingender, "Tax Capacity and Growth : Is there a Tipping Point?" IMF Working Paper,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6, p7.

김낙회 저서 「세금의 모든 것」 -21세기북스

법무법인 율촌
김낙회 고문

▲한양대 행정학, 美버밍엄대 대학원(경영학 석사), 가천대 대학원(회계세무학 박사) ▲행시 27회 ▲재정경제부 세제실 소비세제과장·소득세제과장·조세정책과장, 기획재정부 세제실 조세기획관·조세정책관, 조세심판원장,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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