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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변호사 '업역 다툼'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보도 : 2019.11.26 15:27
  • 수정 : 2019.11.26 16:13

다툼

◆…지난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 업무 중 회계장부 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외한 세무사법 개정안(더민주 김정우 의원안)을 통과시키자는데 잠정 합의했다. 이로 인해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던 세무사업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당 법개정안은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만 심사만 남겨 두고 있다.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2004~2017년 변호사 자격 취득자, 2018년부터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들이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업무 범위를 놓고 진행된 입법다툼 1라운드는 세무사들의 완승으로 귀결됐다. 

세법을 심의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세무대리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밥줄'인 기장 대리(성실신고 확인 포함)를 변호사들에게 허용하지 않도록 결론(잠정합의) 냈다.

'전문성을 전혀 검증받지 않은 변호사에게 회계 업무를 맡겨선 안 된다'는 한국세무사회 등 관련 단체의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세무사 직업 수행에 있어 핵심 업무를 제외할 경우 사실상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수행이 무의미해진다는 점에서 또 다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개정 방향으로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꽉' 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청원, 반발 시위했지만… 궁지에 몰렸던 세무사들

반대

◆…지난 9월 한국세무사회는 정부의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 결의대회를 가졌다. 당시 이들은 "변호사들이 세무대리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세무대리업무 전부허용 반대' 팻말을 들고 투쟁을 벌이는 세무사회 임직원 모습.

2003년 12월31일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들에게 세무사 자격은 부여됐으나, 세무사법상 세무대리업무등록이 제한되면서 사실상 세무대리를 할 수 없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법률조항(세무사법 6조 등)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고, 법률개정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못 박았다.

헌재 결정에 따라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영역을 대부분 허용하되, 회계지식이 요구되는 장부작성 대리·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제외한 개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업무를 제한한 부분을 두고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제동이 걸렸고, 이후 국무조정실의 의견을 거쳐 '세무교육'을 전제로 업무범위 제한을 없앤(완전 개방) 개정안을 만들었다.

개정 작업 과정에서 세무사들의 반발은 컸다.

지난 8월 정부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될 당시 '세무사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청원 게시물이 등장했다. 마감 기준으로 4만9591명이 참여하면서 개정안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 9월 한국세무사회를 중심으로 개정안 반대 결의대회를 갖는 등 투쟁을 벌였다.

세무사 업계의 쏟아진 우려에도 불구, 당초 입법예고 된 개정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뿔난 세무사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한국세무사고시회 등 소속 700여명(주최 추산)은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법안 개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원안대로 국회 논의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조세소위는 세무사 손 들어줬다

연합

◆…지난 25일 조세소위의 세무사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세무사회에선 "회계장부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세무사 고유의 업무영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사협회측은 "헌재결정에 반하는 입법이 이루어진다면 또 다시 행정소송과 헌법불합치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조세소위 위원들은 세무사들 손을 들어줬다. 사진은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조세소위 위원들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제공)

헌재의 법 개정 권고 시한이 다가올수록 세무사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안과 '정면배치'된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업역 다툼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1월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개정안은 기획재정부안, 더불어민주당 김정우·이철희 의원안 등 총 세 가지.

세무사들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던 안은 김 의원 안이었다. 세무대리 업무에서 '장부작성대행', '성실신고확인'을 제외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러한 업무가 전문적 회계지식과 경험을 요구한 만큼,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변호사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더욱이 실무교육, 평가 등을 거쳐야만 세무대리를 허용하도록 했다.

반면 이 의원 안은 세무사들로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실무교육을 받지 않아도 모든 업무를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어서다.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약 1만86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무대리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가 '승패'를 갈랐다.

지난 25일 열린 조세소위에서 더민주 김영진 의원은 "가장 중요한 기장과 성실신고 확인을 못하는데 변호사를 굳이 찾아갈 필요가 있느냐"며 정부안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도 "장부작성, 성실신고 확인은 세무사들의 고유 업무로 업역을 확보해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납세자입장에서도 효율적"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세무조정은 허용하고, 기장과 성실신고확인은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해야 한다"며 "교육 부분을 2~3개월로 좁혀 의견을 조정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여야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김 의원 안에 동의하며 통과시키자는데 잠정 합의했고, 의견 차이를 보였던 실무교육 내용만 따로 떼어 재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상태다. 세무사회 등 단체에선 '이론교육 250시간·현장연수 6개월·보수교육(윤리의식 제고 교육)'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사위 '철벽' 깨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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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놓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가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최종 관문이라는 점에서 세무사, 변호사 간 업역 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불이 꺼져 있는 법사위 회의실 복도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제공)

조세소위가 합의한 안대로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관건은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사위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다. 관례상 소관 상임위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법 개정안을 법사위가 방향을 트는 것은 극히 드문 일.

하지만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다는 명분으로 법사위가 권한을 행사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재 18명의 법사위원 가운데 절반인 9명이 변호사 출신이다. 변호사업계 입김에 밀려 개정안의 물꼬를 뒤바꿀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특히 조세소위 심의 과정에서 재차 위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세무변호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장부작성, 성실신고 외 세무 대리는 하고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은 시정하라는 결정이고, 기장 업무가 세무대리 핵심이라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에 반하는 입법이 되면 또다시 행정소송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변호사 업역이 걸린 문제는 법사위 관문 통과가 쉽지 않았다. 실제 변호사 자격 소지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은 16대 국회부터 2003년, 2007년, 2009년 각각 제출되어 기재위를 통과했지만 번번이 법사위에서 막혔다. 

다만 이번엔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올해 개정을 하지 못해 내년 1월부터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현행 규정이 실효된다면, 법적 공백으로 인해 내년도 법인세 신고 등 업무처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납세자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부분을 감당하면서까지 개정 자체를 반대할 명분은 미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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