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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회의 세금이야기]

세금의 기능…세금은 국가재정의 원천

  • 보도 : 2019.11.12 09:10
  • 수정 : 2019.11.12 11:20

김낙회

세금은 세입 예산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할 만큼 나라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재원이다. (1) 세금 외에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은 차입이나 원조, 그리고 화폐를 발행하는 것인데 지속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예를 들어 로마에서는 재원이 부족할 때 은 함량을 줄여서 은화를 발행하곤 했다. 우리나라는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하여 당백전을 발행했는데, 이로 인해 물가가 폭등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정부 수립 초기에 세금보다 해외차입(재정차관)이나 원조에 의존해야 했다.

1949년 초대 정부 세입 예산은 조세가 10.8%, 원조자금이 13.9%, 차입금이 46.4%, 나머지가 전매수입으로 구성되었다. (2) 해외 원조자금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어 제2차 5개년경제개발계획 기간 중에는 일반재정 부문 세입의 약 7.6% 정도를 차지했다. (3)

그 당시 재정 당국의 재정 운용 방향은 재정 자립과 건전 재정이었다. 다른 나라의 지원을 받지 않고 우리 힘만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나가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소망은 제3차 5개년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1970년대 초반에서야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건전 재정의 기조는 1998년 IMF 경제 위기를 계기로 무너지게 된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 적자가 발생했고 그 이후로도 비록 규모는 줄었지만 재정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2017년 국가회계결산안에 의하면 재정 적자가 18.5조 원(GDP 대비 1.1%) 정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비교적 재정이 건전한 국가이다. 나라별로 보면 독일이 가장 건전한 수준이고, 일본과 미국은 적자가 심한 편이다. OECD 주요 국가의 재정 수지 상황(2016년도 통합 재정 수지 기준)은 미국(-5.3%), 일본(-3.5%), 프랑스(-3.5%), 영국(-2.9%), 독일(0.9%), 한국(-1.6%, 관리 대상 수지 기준)이다.

가계나 기업에서 적자가 나면 단기적으로는 차입 등을 통해 견딜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면 파산하거나 사업을 접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EU에서는 재정건전화 규약을 만들어 회원국으로 하여금 GDP 대비 3%p 이상의 재정 적자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약을 위반한 회원국에게는 GDP의 0.2%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EU의 지원금을 삭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규약이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오늘의 부채는 내일의 세금"이라는 말처럼 재정 적자는 현 세대의 빚을 미래 세대에게 지우는 것이다. 물론 도로나 항만과 같은 SOC(사회간접자본)의 건설은 미래 세대의 자산이 되므로 부채로 인프라를 건설하더라도 후세대에게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일시적 재정 적자는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만성적인 재정 적자는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 적자를 없애는 길은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앞으로 인구구조 변화와 복지 지출의 증가 등 제반 여건의 변화를 감안하면 재정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 변화를 통한 재정 지출의 급격한 증가는 자제해야 하겠으나 고령화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재정이 늘어나는 것은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어찌할 수 없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재정 지출의 증가에 맞춰 조세부담의 증가를 통해 수입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 수준은 OECD 회원국들에 비해 아직까지는 높은 수준이 아니다. OECD 회원국 평균 조세부담률(2017년 기준)은 25.0%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20.0%)보다 5%p 높다. 일정 정도는 조세부담의 여력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재정 규모가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낮은 조세부담 수준과 적은 정부 지출을 주장한다. 한마디로 복지 비용 등을 줄여서라도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큰 정부를 지향하는 입장은 반대의 주장을 한다.

각자 장단점이 있기에 국민들의 생각도 한 방향으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어떠한 선택지를 취해야 할까? 일단은 재정에 부담을 주는 추가적인 복지 지출은 가급적 지양하되, 현재 수준에서 요구되는 복지지출 등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조세부담 수준을 OECD 회원국 평균 정도로 높여나가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재정 지출이 보다 엄격하게, 제대로 사용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세금의 부차적인 기능-세금과 소득재분배

세금은 재정 조달의 기능 외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한다. (4) 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반면 경제주체들이 각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분배가 이루어진 결과 소득불평등의 문제가 나타난다.

일정 수준의 소득불평등은 경제의 역동성을 낳는 원천이지만 지나친 소득불평등은 사회통합을 저해함으로써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성을 높이고 사회적 계층 이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5)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함으로 인해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 (6)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소득재분배를 위한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7)

소득재분배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 수단은 조세 정책과 재정 정책이다.

우선 세금을 이용한 소득재분배는 주로 소득세를 통해 이루어진다.

서민들이 사용하는 생필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거나 고소득층이 사용하는 사치품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과세하는 방법으로도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소득세에 비해 효과가 제한적이다.

소득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구조로 7단계 누진세율(6~42%)로 되어 있다. 10%의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세율은 6.6%에서 46.2%까지다.

고소득자일수록 소득이 한 단위 올라갈 때마다 세금이 늘어나는 폭이 더 커지는데 최저 소득 구간에 있는 소득자와 비교하면 최대 7배까지 늘어난다. 소득세의 이러한 구조를 통해 고소득자가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진다.

성명재(2016)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조세·재정 지출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지니계수 변화율)는 13.9%이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항목은 현물급여(5.24%p), 소득세(3.21%p), 공적연금(3.68%p), 기타 사회보장 수혜(1.45%p)이다. 소비세는 부(-)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나타내지만 절대 크기는 –0.55%p 정도로 매우 미미한 편이다. (8)

부의 재분배 역할을 하는 세금도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바로 그것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도 부의 재분배에 일정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 수 세기 동안 고도성장 과정에서 많은 자산이 축적되었고, 상당 부분은 상위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2018)에 의하면 2017년 가계자산은 평균 38,164만 원이고 최하위 1분위계층이 13,074만 원, 2분위계층이 21,391만 원, 3분위계층이 30,114만 원, 4분위계층이 42,097만 원, 최상위 5분위계층이 84,137만 원으로 나타났다.

축적된 자산이 증여나 상속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부의 무상 이전에 따른 불공평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상속세나 증여세도 누진세율이 적용되어 불공평 문제를 일정 부분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과 자원의 효율적 활용

시장은 가격을 매개로 움직이고 기본적으로는 자원의 활용에 효율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시장의 실패)가 종종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외부불경제(또는 외부경제)이다.

생산자나 소비자의 경제활동이 직간접적으로 제3자의 경제활동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영향이 양(+)이면 외부경제, 음(-)이면 외부불경제라고 한다.

외부불경제의 예로 대기오염·소음 등의 공해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외부불경제 효과는 자원의 최적 배분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오염 비용)는 사회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정작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그 결과 자동차 이용자가 부담하는 비용(유류비, 자동차 감가상각비 등)과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유류비, 자동차 감가상각비, 대기오염 처리 비용)에 차이가 생긴다. 자동차 이용자 입장에서는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적기 때문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고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한다.

이처럼 시장 실패로 인해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영역에서는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 그 수단의 하나로 조세를 활용하는 것이다. 오염 발생 비용만큼 세금을 부과(조세를 통한 '외부불경제의 내재화'라고 부른다)하면 자동차 이용자의 실제 비용과 일치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임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도 효율적이게 된다.

이런 종류의 세금을 '피구세'라고 하는데 오염을 유발하는 연료(휘발유 등) 대중의 건강을 해치는 재화(담배, 술)에 대한 세금, 그리고 혼잡세와 같은 무상의 공공재화에 대한 세금 등이 대표적이다.

세금과 경제안정화

우리나라는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면서 안정을 유지하지만 때로는 호황 국면과 불황 국면을 오가면서 불안정해지기도 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지나친 호황도 지나친 불황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일정 수준의 경제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 (9)

세금은 내재적으로 경제 안정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소득세는 누진세율의 특성상 소득이 늘어나면 세금은 더 크게 늘어나게 된다. 경기 호황으로 소득이 늘어나면 세금은 더 크게 늘어나므로 경기를 어느 정도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불황으로 소득이 줄어들면 세금은 더 크게 줄어들어 불황의 속도가 완화된다. 때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기를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도 세금을 활용하고 있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소비를 통해 경기를 진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을 때 자동차에 대한 세금을 인하함으로써 신차 구매를 유도하는 정책을 예로 들 수 있다.

세금과 정책적 기능

그 외에도 세금은 중소기업 지원, 고용 및 투자 유도, 기업 구조조정, 지역 균형 발전, 농어촌 지원 등 다양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세금은 잘 설계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사회구성원들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만 들어보자.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으고 있던 1999년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이 추진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현금 위주의 거래가 보편화되어 경제 전반에 걸쳐 투명성이 매우 낮았다.

사업소득자의 세원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아 근로소득자와의 불공평 문제, 그로 인한 조세수입의 결손 등 부작용이 많았던 것이다. 정부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했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을 유도할 수단이 필요했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소비자들에게 카드 사용액의 일정분(0.5% 내외)을 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것이었다.(정확하게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소득 금액의 10%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10%를 소득세에서 공제해주었다.)

처음 도입할 당시에는 인센티브가 크지 않아 효과가 있을지 염려도 되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신용카드 사용이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투명 사회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1년 개최된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신용카드 정책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는데 일본의 대장성 관료들은 아직도 현금 위주의 결제 관행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에 부러워하면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조세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경제 사회 정책적인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1) 2017년 국세 세입액은 265.4조원으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세입액 359.5조원 대비 73.8% 정도를 차지한다.
(2) 국경복,「재정의 이해」, 나남, 2015, p92.
(3) 이형구, 전승훈, 「조세.재정정책 50년 증언 및 정책평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03, p51.
(4) 곽태원 「조세론」, 법문사, 2001, pp57~58
(5) IMF, "Tackling Inequailty, " World Economic and Financial Surveys. (Fiscal Moniter),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7, p1.
(6) 장하준, 김희정 옮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Economics - The user's Guide)」, 부키, 2015, p310.
(7) 소득재분배를 위한 경제 정책의 예로는 의무교육제도 및 사회보장제도 확대를 통한 생활수준 보장, 최저임금제 등을 들 수 있다. (김승욱, 김재익, 조용래, 유원근, 「시장인가? 정부인가?」, 부키, 2009, p32)
(8) 조윤제, 윤희숙, 김종일, 이장원, 성명재, 박종규, 「한국의 소득분배-추세, 원인, 대책」, 한울, 2016, pp193~194
(9)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안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1987년 6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재임하는 동안 경기 호황 국면과 불황 국면에 효과적으로 잘 대응함으로써 사상 최대 기간 동안 경기 안정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enjamin M, Friedman, Chairman Greenspan's Legacy, March, 20, 20008 Issue)

김낙회 저서 「세금의 모든 것」 -21세기북스

법무법인 율촌
김낙회 고문

▲한양대 행정학, 美버밍엄대 대학원(경영학 석사), 가천대 대학원(회계세무학 박사) ▲행시 27회 ▲재정경제부 세제실 소비세제과장·소득세제과장·조세정책과장, 기획재정부 세제실 조세기획관·조세정책관, 조세심판원장,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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