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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최저가' 외치는 기업들에 몸살 앓는 관세사들

  • 보도 : 2019.10.28 07:16
  • 수정 : 2019.10.28 07:16

기업들 '비딩(Bidding, 경쟁입찰)' 통해 업무파트너 선정
관세법인들 울며 겨자 먹기식 최저가 입찰... 서비스 질 저하
창고업, 임대업 등 다른 먹거리 찾아나선 관세법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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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사업계가 이제는 보편화 단계로 접어든 '비딩(Bidding, 경쟁입찰)' 문화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형관세법인은 물론 대형관세법인들도 통관 대행 등 전통적인 관세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만난 한 관세법인 대표의 입술은 피곤으로 인해 부르터 있었다. 

법인 업무도 바쁘지만 나름 큰 고객이었던 기존 거래처가 업무파트너를 선정하는 과정을 입찰 경쟁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해 오면서 온통 그 부분에 신경을 쏟다보니 몸이 많이 축났다고 그는 설명했다. 

관세사 업계가 '최저가 입찰 경쟁'으로 인해 시름시름 앓고 있다.

불과 수 년전만 해도 대기업 또는 정부기관에서만 하던 '비딩(bidding, 입찰)'을 통한 업무파트너 선정 방식이 이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채택하는 등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며 소형관세법인들도 너도 나도 입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번 고객이 영원한 고객도 아닌데다, 경쟁 입찰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는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는 힘들다. 다만 관세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비딩의 최대 문제는 '최저가' 입찰이다.  

기업들은 기존 거래를 튼 관세법인과의 계약이 끝나면 입찰공고를 통해 새로운 관세법인과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관세법인을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선정기준에 아예 '최저가 입찰'이라고 못이 박혀 있는 것이 부지기수라는 전언이다.

이로 인해 관세법인들은 서로 눈치를 봐가며 울며 겨자 먹기로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가격을 적어 입찰 신청서를 제출한다. '적자'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에서 계약이 체결되고 2~3년 후 계약이 종료되면 다시 입찰 경쟁에 뛰어든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작은 기업과 계약을 맺으면 한 달 20~30만원 정도의 수임료를 받는다. 10개 기업과 계약을 맺어야 직원 1명의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는 셈. 사무실 임대료 등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고 관세법인 대표들은 입을 모은다.

한 관세법인 대표는 "비딩 문화가 널리 퍼져서 이젠 거의 모든 기업이 비딩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최저가 입찰 방식이라는 건데, 선정 기준이 다른 것이 없다. 그냥 '최저가'다. 그 외에 것은 신경쓰지 않으니 무조건 낮은 가격을 적으라는 것이다. 관세법인 입장에서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관세법인에 유리… '양극화' 심화되는 관세사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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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기업의 관세법인 입찰 공고문. 선정기준은 '최저가 입찰'이다. 다른 선정기준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기업들의 문화가 달라져 버리니, 도무지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기도 쉽지가 않은 형편이다. 

관세사회 등 이익단체 일정 기준에 따라 수임료를 정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관세서업계가 오랫동안 수임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관세사업계의 침체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관세사회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공생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최저가 입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책상과 같은 '물건'이 아닌 '서비스'이고 각자의 서비스가 다른데 (기업들이)무조건 가격으로만 입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가 입찰 방식은 결국 관세법인의 규모가 작을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 이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력 등 상대적으로 고차원적 시스템이 갖추어진 대형관세법인은 저가로 서비스를 제공해도 여러 거래처와 계약을 따내 수익을 맞추는 이른바 '박리다매'를 실현할 수 있지만 소형관세법인은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 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다 보니 대형관세법인에만 계속 입찰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세사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 방식은 대형관세법인에 유리한 면이 있다"면서 "회사 입장에선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고 싼 가격에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대형관세법인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관세법인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앞으로도 좁혀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관세사업으로 승부 안난다"… 다른 곳에 눈돌리는 관세법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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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관세법인이 올해 준공한 세인인천공항물류센터 전경.

대형관세법인들이 유리한 환경이라는 것은 자명하지만, 그렇다고 대형관세법인들도 최저가 입찰에만 매달려서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아울러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대형관세법인으로서 업계 공생을 위해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실제로 대형관세법인도 최저 입찰을 하다 보니 '남는 돈'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매출은 상위권이지만 얻는 수익은 많지 않다는 대형관세법인도 있다. 몇몇 대형관세법인들은 통관대행 등 전통적 관세사 업무로 인한 수익창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임대업, 창고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매출 1위로 알려져 있는 세인관세법인은 지난 5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축구장 5배 크기의 물류센터를 완공하는 등 2016년 아라뱃길에 건설한 인천 물류센터 가동 이후 지속적으로 물류센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세인관세법인과 매출 상위권 경쟁을 하고 있는 관세법인 한주는 최근 서초 방배로 내방역 앞 고층빌딩을 완공하고 임대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먹거리가 별로 없는 국내시장의 비중을 줄이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관세법인도 있다.

중견관세법인 신대동관세법인은 최근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베트남, 중국 관세 전문가를 스카우트해 해외 현장에 나간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 프로그램 판매로 인한 수익도 도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상당수 관세법인들이 관세업무 외 창고업, 운송주선업 등을 겸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 기준 관세법인의 50%는 다른 업종을 겸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주로 운송주선업을 많이 하고 지방에는 창고업을 많이 한다. 어차피 부가적으로 따라 나오는 업무들이다 보니 겸업을 하는 법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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