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산업 > 산업

[기업탐사] 유한킴벌리 ②

유한양행, 유한킴벌리 경영활동에서 '왕따' 신세

  • 보도 : 2019.10.25 08:00
  • 수정 : 2019.10.25 10:27

유한킴벌리, 유한양행 왕따

◆…유한킴벌리 본사 건물 로고. 사진=임민원 기자

한국 소비자들은 유한킴벌리를 유한양행의 계열사로 믿고 이 회사가 생산하는 화장지 기저귀 생리대 등 제품에 '무한신뢰'를 보이고 있다. '유한'이 국민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의 경영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왕따'를 당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유한킴벌리의 지분 70%를 확보한 킴벌리클라크트레이딩(헝가리, KCT)에 대한 고배당과 킴벌리클라크그룹(KCC그룹)에 지급하는 고율의 로열티와 수수료 등을 지급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유출해도 견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조세일보는 유한킴벌리에 대한 기업탐사 취재를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과 유한킴벌리의 정체성 사이에 많은 차이가 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소비자들이 잘못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 소비자에게 유한킴벌리의 정체성을 무엇인가? 유한양행과 유한킴벌리는 어떤 관계인가? 유한양행은 킴벌리클라크가 한국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유한' 브랜드를 허용하는 대신 단순한 재무적 투자로 30% 지분에 대한 배당만 받기로 한 것일까? 이 같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됐다.

그 첫 번째 의문은 유한킴벌리가 외국대주주인 KCC그룹측에는 지난 20년간 5819억원의 로열티와 수수료를 지급한 반면 유한양행에는 같은 기간 단 한 차례 58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는데 그치는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 의문은 2012년 유한양행이 유한킴벌리의 외국 대주주인 KCC그룹측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당시 유한양행은 이사회 구성관련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함에 따라 유한킴벌리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2 이상을 KCC그룹이 장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한양행은 이로써 유한킴벌리의 경영에서 동업자로서의 관계는 끝나고 KCC그룹이 경영권을 지배하는 것을 두 눈뜨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소비자가 신뢰하는 '유한'의 브랜드 가치 인정 못받는 이유는?

유한킴벌리 상호에는 '유한'을 앞세웠고 한국 소비자들은 '유한'의 브랜드 신뢰도를 많은 부분 믿고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 대부분은 유한킴벌리를 유한양행의 계열사로 알고 있다. 그런데 로열티 등을 KCC그룹이 독차지하다 시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소비자들은 의아해하는 반응이다.

게다가 회사 설립 50년간 유한킴벌리의 기술력이 상당 수준 확보되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KCC그룹측은 지속적으로 거액의 로열티와 수수료 등을 챙겨가고 있다. 대신 유한양행에는 배당금 이외는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 취급을 하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유일한 박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유한양행이 2019년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선정되면서 16년 연속 1위에 오를 정도로 '유한'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유한킴벌리가 국내 생활용품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업계관계자는 '유한'이라는 상호가 이 회사 성장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50년 전 킴벌리크라크가 한국에 처음 진출할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조세일보가 KCC그룹과 유한양행 사이에 로열티 지급에 차이가 큰 이유를 질의한데 대해 유한킴벌리는 “주주사 상호간 협의로 결정한 사안이므로 유한킴벌리에서 별도 의견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어서 “기술사용료는 당사와 주주사가 정상가액을 기반으로 국내 세법에 따라 정한다”며 핵심을 피해가는 동문서답식 답변을 했다.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들은 관계회사 등 다른 기업이 사용하는 상호나 상표권에 대해 사용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로 부터 사용료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속 사정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한편 유한양행측은 유한킴벌리 상호에서 '유한'을 뺄 시도나 의사가 있었는지, 유한양행이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못한 것(단 한 차례 제외) 등에 대한 질의에 대해 "(파트너와의 관계 등을 감안해)답변할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며 함구했다.  

유한양행, KCC그룹과 경영권 분쟁 이후 견제력 상실

유한양행이 유한킴벌리 공동 경영에서 배제된 것은 2012년 KCC그룹과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부터다.

유한킴벌리는 설립 당시 KCC그룹과 유한양행이 각각 6 대 4의 지분으로 공동 경영체제를 유지했다. 1998년 유한양행이 지분 10%를 KCC그룹에 넘기면서 7 대 3의 비율로 변경됐다.

그후 2012년 KCC그룹이 이사회 구성원을 4 대 3에서 5 대 2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하자 분쟁이 벌어졌다. 유한양행은 이사회 구성관련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했다. 이로써 유한킴벌리 이사회는 KCC측 5명, 유한양행측 2명으로 변경돼 KCC측이 3분의 2 이상을 지배하게 됐다.

그 결과 KCC그룹측은 주총에서는 물론 이사회에서도 3분의 2 이상의 이사를 확보함에 따라 KCC그룹 체제로 독주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었다.

유한양행이 유한킴벌리가 성장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2012년 소송 패소 이후 유한킴벌리에 대해 이사 2명 추천권만 남아있게 된 것이다.

2019년 유한양행 반기보고서에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의 '계열회사'도 '종속기업'도 아닌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유한킴벌리에는 유한양행이 지배회사나 관계회사도 아닌 '지분법투자 주주회사'로 등재돼 있을 뿐이다. '유한' 브랜드를 쓰고도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로 전락한 셈이다. 

2018년 KCC그룹 연차보고서에 약 181개 관계기업 중에 유한킴벌리가 포함되어 있다. 유한킴벌리는 미국 KCC그룹이 지배하는 외국인투자기업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를 이른바 '착한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한국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기여를 했지만 KCC그룹에게 '팽' 당하는 신세가 됐다. 그 회사에 한국 소비자들은 '유한'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