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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순의 상속 톡톡]

세법의 고육책

  • 보도 : 2019.10.02 08:20
  • 수정 : 2019.10.02 08:20

삼국지연의 중 한 장면. 적벽대전을 앞둔 오·촉연합군은 정상적 전술로는 도저히 조조의 100만 위군을 이길 수 없었다.

오의 노장 황개가 군사(軍師) 주유에게 아이디어를 낸다. "작전회의시 항복하자고 말할 테니 불충의 죄를 물어 자기에게 형벌을 가하라는 것."

젊디젊은 주유는 아버지뻘인 황개를 모질게 팬다. 살점이 이리저리 튀고 피가 낭자했다. 몇 번을 혼절했다. 그래야만 간특한 조조가 속을 터.

이윽고 황개가 조조에게 투항하는 척하면서 기름을 잔뜩 실은 투항선을 몰고 나타났다.

양자강의 노도를 견디지 못한 위병들의 토사곽란 때문에 대못과 밧줄로 꽁꽁 묶어놓은 대선단을 곧바로 들이박자 불화살이 빗발쳤다. 그 결과는 대승.

몸을 상해 가면서까지 꾸며낸 계책이란 뜻의 고육책(苦肉策)은 그렇게 해서 생겼다. 

세법의 영역에도 고육책은 통한다. 그 대표적 예를 비상장주식 시가의 보충적 평가에서 우리는 본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은 당해 법인의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2의 비율로 가중평균하여 비상장주식의 시가를 평가토록 강제하고 있다.

순자산가치는 대차대조표상 자산·부채가액에서 출발하여 상증법이 요구하는 몇몇 조정을 거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순손익가치의 평가에 있다. 

순손익가치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표창한다. 미래가치는 말 그대로 미래의 가치다. 정확한 가치는 누구도 모른다는 얘기. 오로지 신(神)만 안다.

그러니 상증법이 최근 3년간 순손익액의 가중평균액을 순손익가치로 잡도록 한 것의 불가피성은 능히 이해된다. 과거 경영실적을 토대로 미래의 기업 가치를 평가하도록 함이 아이러니컬하나, 과거 회귀적 방식은 어쩔 수 없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고육책이다.

상증법의 미래가치 평가조항이 과거의 경영실적이 좋았으니 미래의 그것도 좋을 것이라는 가정에 터잡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가정은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평가기준일(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전 3년 동안은 경영실적이 엄청 좋아 고평가된 미래가치를 토대로 상속·증여세를 왕창 납부했으나, 그 후 경영이 악화되면서 누적결손을 내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점. 그 경우에는 대단히 난감하다. 

상증법은 그것이 터잡은 가정이 현실과 유리된 경우를 조정해주는 메커니즘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가정이 틀려 제대로 된 미래가치를 얻지 못했음에도 사후조정을 안 해주는 게 입법정책상 옳은가에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평가기준일이 상속개시일·수증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고 말기엔 뭔가 찝찝하다.

미래가치가 과대평가됐다가 기준일 후의 누적결손으로 말미암아 마이너스가 된 예외 상황에 한정, 경정청구 등 구제조치를 허용하자고 한다면 정녕 황당한 것일까.

현대적 의미의 고육책은 어쩔 수가 없어 동원된 최후의 수단(last resort)을 뜻한다. 그것보다도 나은 수단이 있으면 그 수단을 먼저 쓰는 것이 순리라는 뜻이 고육책이란 말 속에 함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후수단은 그야말로 막판에 써야 한다.

장재순 객원칼럼니스트

조세일보 행복상속연구소 연구위원, 조세일보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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