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한영 이재훈 파트너.
세금은 법에서 정한 만큼 내면 된다. 더 낼 필요도 없고, 덜 내서도 안 된다. 납세자 입장에서 법에서 정한 금액보다 더 낸 세금이 있다면, 그 부분은 억울한 세금이 된다. 이 억울한 세금은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 우선 세금의 종류를 알아야 한다.
세금은 여러 기준에 의하여 분류할 수 있다. 세액 확정의 1차적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분류해 보면 그 주체가 납세자인 신고납세 세목과 그 주체가 과세관청인 부과과세 세목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납세자가 자진신고로 내는 세금이고, 후자는 납세자가 고지서를 받아 내는 세금이라 생각하면 된다. 신고납세 세목에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이 있고, 부과과세 세목에는 상속세, 증여세가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특이하게도 납세자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1차적으로 세액이 확정된 신고납세 세목에 대해서도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그 세액을 다시 확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신고납부한 세금이 아니라 부과고지 받은 세금이 된다. 또, 부과과세 세목이라 하더라도 납세자에게 신고의무를 지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세금을 확정시키는 효력은 없고, 납세자가 과세관청에 협력의무를 이행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신고에 이상이 없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신고납부한 세금과 부과고지된 세금은 돌려받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신고납세 세목이든, 부과과세 세목이든 납세자가 법정 신고기한 내 신고를 하고 낸 세금이라면 과다하게 납부한 세액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세무서에 제기하면 된다.
납세자가 스스로 신고한 세금이므로 뒤에 나오는 다툼(불복)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만일 세무서에서 경정청구를 거부한다면, 그 거부 처분에 대해 불복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다툼이 시작되는 것이다.
불복을 하려면 국세청 심사청구,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에 가기 전에 세무서 또는 지방국세청 이의신청을 먼저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도 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정부의 판단을 먼저 받아 보고, 그 다음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 보는 식이다.
반면, 납세자가 과세관청으로부터 부과고지 받은 세금이라면 경정청구 없이 곧바로 불복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신고납세 세목이라 하더라도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을 당한 세금이라면, 납세자 스스로 신고한 것이 아니므로 곧바로 다툼이 시작된다.
지방세는 그 처분 기관이 국세청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라는 점과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 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소송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국세와 유사한 경정청구, 불복 절차를 갖추고 있다.
요컨대, 경정청구는 납세자가 자진신고한 세액 중 과다하게 낸 부분을 돌려받기 위한 절차이고, 불복 절차는 경정청구 거부 처분을 취소하기 위한 절차이자 부과고지 받은 세액 중 과다하게 낸 부분을 돌려받기 위한 절차이다. 경정청구와 불복 절차는 가능한 기간이 정해져 있다.
경정청구는 해당 세금의 신고기한으로부터 5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불복 절차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모두 90일의 기간이 적용된다. 경정청구 거부 처분을 받은 날 또는 부과고지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을 할 수 있고, 그 결정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시 종합부동산세 얘기를 해보자. 최근 2015년 종부세 환급신청 안내문을 받은 납세자들이 있다. 납세자들이 경정청구나 불복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돌려주는 것일까? 그것도 2015년 귀속분만.
종부세가 부과되는 토지와 주택에는 재산세도 부과되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종부세를 계산할 때 재산세 일부를 공제한다. 그 공제액을 계산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2015년에 있었다. 재산세 공제를 더 크게 하라는 것이 판결의 요지이다. 결과적으로 종부세 납세자들은 재산세를 덜 공제받아 종부세를 그만큼 더 낸 셈이다.
이 억울한 세금을 돌려받으려면 종부세를 신고납부한 납세자는 경정청구를, 부과고지 받은 납세자는 불복을 했어야 한다. 다만, 2015년 종부세는 대법원 판결이 있고 난 이후에 징수한 것이므로 국세청이 알아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납세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한 것이다.
판결 이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같은 이슈로 2016년 이후 종부세에 대한 소송이 또 진행 중이다. 국세청의 대응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