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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막아도 모자란데… 울타리 안에 갇힌 한국세무사회

  • 보도 : 2019.09.17 10:24
  • 수정 : 2019.09.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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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세무사법 개정 관련 국민청원 참여 안내문. 세무사회는 지난달 28일 '변호사의 세무대리 허용을 반대한다'며 한 회원이 올린 국민청원의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를 벌이고 있다.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 캡쳐)

지난달 28일 입법예고 된 정부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세무사회 내부의 반발여론이 시간이 갈 수록 들끓고 있다.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변호사들에게 (일정기간 교육을 전제로 한)사실상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세무사법 개정안은 시행이 될 경우 가까운 미래 세무사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을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다.

당연히 세무사 업계 관계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클 수밖에 없다.

대다수 세무사들은 이대로 당하고 있어서는 안되며 강력한 법개정 저지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개별 세무사들의 생각들을 응집해 이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치환시켜야 하는 한국세무사회 집행부는 '울타리' 안에 앉아 목청만 돋우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청원 동의자 '20만명' 달성하면 세상이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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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 국민청원. 지난달 28일 시작,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청원은 9월17일 오전 10시20분 현재 3만2446명이 참여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세무사회 집행부는 세무사법 개정안 입법예고 이후 이렇다 할 대응활동이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입법예고 내용 자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입법예고 전후 세무사회 집행부가 보인 행보가 이를 반증한다. 집행부 교체 등 어수선한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너무 '조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 회원이 입법예고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개별 세무사들의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세무사회 집행부는 이 보다 이틀 늦은 지난 8월30일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및 대응을 세무사회원들에게 공지했다.

이후 집행부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동의자 20만명 달성시 청와대 답변을 받을 수 있는데 집행부는 전 회원 및 회원 가족, 거래처, 사무처 직원 등을 동원해 20만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인데, 이를 사실상 유일한 대응책으로 내세우고 있어 상당수 세무사회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도 20만명은 커녕 5만명도 다 채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 9월17일 오전 10시20분 현재 3만2446명이 해당 국민청원에 동의했는데, 마감일이 오는 27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10일 동안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20만명은 아예 불가능하고, 5만명도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세무사 회원들 사이에서 집행부의 안일한 대응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형성되고 있다.

한 세무사회원은 "이 문제는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 놔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런 부분 없이 친분있는 국회의원들을 포섭해 막으려는 방식으로만 접근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없다. 변호사회도 유사한 대응책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회원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면 지금 당장 거리로 뛰어나가 시위를 해도 모자를 판에 집행부가 국민청원 동의자 늘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골든타임'을 다 놓친 것 같다"며 "회원들을 앞세워 주변 사람들을 부추겨 청원참여를 독려해도 20만명 채우기도 힘들 뿐더러, 청와대 답변을 받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세무사회 집행부 대신 '총대' 메고 나선 세무사고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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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시험 합격자 단체인 한국세무사고시회(회장 곽장미)는 오는 24일 서울역 광장에서 변호사들의 세무대리를 반대하는 회원 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고시회 측은 이날 2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세무사회 집행부가 회관을 벗어나지 않은 채 목청만 돋우고 있는 상황에서 임의 단체인 한국세무사고시회(이하 고시회)가 집행부가 주도해야 할 일을 떠 안고 나선 모습이다.

고시회는 현재 국회 정문 앞 1인 시위는 물론 세무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적시한 언론광고 게재를 위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모금(광고비) 활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시회의 활동에 많은 세무사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고시회가 목표한 언론광고 모금액 목표치(5000만원 추산)의 절반 가까이 모금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시회는 또 오는 24일 오후 3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세무사법 개악(안) 반대'를 위한 회원 궐기대회 개최를 예고하며, 본격적인 대국민 여론전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24일 궐기대회에서는 세무사들의 강한 저항의지를 보여준다는 의미로 참석자 전원이 검은 정장을 입고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한 상황이며 세무사 배지를 반납하는 등 퍼포먼스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 상태다.

그동안 고시회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등 핵심 현안이 있을 때마다 본회 보다 더 강경한 대응력을 발휘했었다. 그러나 정작 성과가 만들어졌을 때 본회는 논공행상에서 고시회를 '임의 단체'라는 이유로 배제하는 등 정치적으로 외면해 왔다.

그런 전력에도 불구하고 본회 집행부가 이번에도 고시회에 '묻어가는' 형태의 대응을 하고 있으니 세무사회원들 사이에서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로 풀이된다.

일부 세무사회원들 사이에서는 2017년 자동자격 폐지 반대를 위해 국회 정문 앞에서 삭발시위를 감행한 변협의 경우처럼 강경한 저항의지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로 국민들에게 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울타리 안에 스스로 갇힌 이유... 숨겨놓은 '카드'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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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결의대회에 참여한 세무사 회원들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전부 허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정부입법안)'을 반대한다며 피켓을 들었다.

지난 6월 열린 한국세무사회 정기총회에서 제31대 회장으로 당선된 원경희 회장의 제1호 공약사항은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 등록을 허용하더라도 장부기장과 성실신고만큼은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회원들에게 공약을 내건 만큼 집행부 입장에서는 정부 입법안을 막는 시늉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여러 정황상 이 개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안 통과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애초 세무사법 개정의 단초를 제공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시한(2019년 말)이 코 앞인데다,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그리고 국무총리실 등이 합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의원입법안 형태의 대안을 국회에 제출해 맞불을 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세무사회의 의견을 받아 의원입법안을 추진해 줄 국회의원들이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집행부가 보이고 있는 행보를 놓고 보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반전을 이끌어 낼 숨겨놓은 카드마저 마땅치 않아보이는 형편이다. 결국 자신이 내놓은 80여개의 공약을 임기(2년) 내 모두 실천하겠다는 원 회장의 원대한 포부는 첫 단추부터 어그러질 공산이 크다.

지난달 28일 세무사법 개정안(정부입법안)발표 이후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 회원게시판에는 집행부의 대처 부족에 아쉬움을 표하는 회원들의 '민심'이 담긴 글이 수 십여건 올라와 있는 상황.

정치적 측면 등을 감안해 회원들 몰래 국회를 상대로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 원 회장이 이끄는 집행부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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