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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악성민원'과 싸우는 국세공무원들

①누군가에겐 '힘', 그들에겐 '눈물'...장려금의 두 얼굴

  • 보도 : 2019.09.17 08:05
  • 수정 : 2019.09.17 14:50

열심히 일을 하지만 소득이 낮아 빈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저소득 가구를 위해 정부가 '현금'을 지원하는 근로·자녀장려금 제도는 대한민국 대표 복지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국세청은 최근 지난 5월 장려금을 신청한 473만 가구에 근로·자녀장려금 5조300억원을 지급했다. 당초 지급기한(9월30일)을 최대한 앞당겨 추석 연휴 직전(9월6일) 장려금을 풀어, 추석 명절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보이는 것만 믿는다면, 장려금 신청에서부터 지급까지 전반적인 제도운영은 대단히 매끄럽다. 하지만 이면에는 누군가에 의해 '강제소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코 드러나지 않는, 많은 이들의 고통스러운 사연들이 자리잡고 있다.     

"내 돈 떼어먹은 것 아냐?"… 죄 없이 '폭언'에 시달리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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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금 제도는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으로 나뉜다.

근로장려금이든 자녀장려금이든 모두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며 소득과 가구원, 재산 요건 등에 따라 근로장려금의 경우 최대 300만원, 자녀장려금의 경우 자녀 1인당 최대 70만원이 지급된다.

산정방법은 모두 법에 정해져 있어 수급대상자들이 장려금 신청을 하면 집행부서(국세청) 소속 국세공무원들이 요건을 따져 지급액을 산정하게 된다.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보면 '악성민원'이 생길 여지가 없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매년 반복되는 엄청난 악성민원으로 인해 (특히)장려금 업무를 담당하는 국세공무원들은 고달픈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악성민원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려금 산정 과정에서 신청자가 몰랐던 소득이나 재산이 툭 하고 튀어나와 지급액이 줄어들거나, 수급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다.

신청 당시 '이 정도의 돈이 생길 것'이라는 신청자들은 자신들의 기대가 무너지면 어느 순간, 법대로 집행하는 국세공무원들에게 막말을 쏟아내는 악성민원인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 현장 국세공무원들의 증언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장려금 지급 요건을 초과하는 금융재산을 몰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장려금 수급대상에서 탈락했지만, 이를 모른 채 납세자 개인정보 비밀엄수 조항에 묶여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는 국세공무원을 붙잡고 "내 돈을 떼어먹은 것 아니냐"는 식의 항의를 쏟아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서 거두어 들인 세금으로 마련된 정부의 지원금은 신청하는 순간 '내 돈'으로 인식, 담당 업무를 집행하는 국세공무원들이 적반하장식 항의 민원에 시달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지난 9월1일~6일 장려금 지급이 개시된 이후 국세청이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악성민원 쓰나미'가 전국 일선 세무서는 물론 국세청 본청과 지방국세청, 심지어 지급업무 유관기관인 한국은행에까지 덮쳤다는 후문이다.

A국세공무원은 "수급대상에서 탈락하면 왜 그런 것인지 설명을 들을 생각도 않고 고함부터 지르고 보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특히 지난 1일 장려금 지급이 시작된 이후 '옆집 누구는 장려금을 받았다는데 왜 나는 안 주냐'는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B국세공무원은 "장려금을 신청하는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라 절실하게 기다린다. 이런 와중에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면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세무서 직원들에게 전화해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내뱉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C국세공무원은 "장려금 업무 자체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담당 직원들의 부담이 상당하지만 직원들이 이 업무를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악성민원 때문"이라며 "그 어떤 민원과도 정도를 비교하기 힘들 정도다. 장려금 악성민원에 충격을 받아 국세청을 관둔 어린 직원들도 꽤 된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취지 좋았지만... 지급대상자 폭증에 삐걱댄 추석 전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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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장려금 제도가 시행된 2009년부터 올해까지 국세청은 장려금을 추석 전 조기지급 한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국세청은 지난 9월1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5조3000억원 규모의 근로장려금을 전국 473만 가구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법정 지급기한(9월30일)을 앞당긴 것이다(사실 2009년 이후 법정 지급기한을 앞당긴 장려금 지급 행정은 계속되어 왔다).

올해 수급대상 가구가 직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장려금 지급절차는 국세청이 한국은행에 수급대상자의 계좌번호와 지급액 등을 통보하면 한은이 수급자의 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각 은행에 지급액을 송금하고 각 은행이 이를 수급자 계좌에 입금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문제는 이 지급절차가 하루 60만건(최대한도)로 제한되어, 수급대상자들의 계좌에 실제 장려금이 입금되는 시점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예년에도 지급 시차에서 비롯된 유사한 민원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수급대상이 폭증하면서 이러한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일선 세무서 직원들의 전언이다. 시스템의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가 원인이라는 인식도 전혀 없어 일선 직원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일선 세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매년 반복되어 왔던 리스크 요인(지급 시차)을 감안해 대국민 홍보시 금융결재 시스템 문제로 인한 지급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홍보의 포인트 중 하나로 잡았다면 악성민원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D국세공무원은 "그동안 집행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응방안을 마련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 부분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현재 조직개편이 대안이 될 것 처럼 여기는데 이는 현장의 현실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가슴으로 이해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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