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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개혁 정점 '아파트 회계감사 공영제' 도입 가능할까

  • 보도 : 2019.09.10 07:45
  • 수정 : 2019.09.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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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 따르면 300세대 이상 아파트에 대해 외부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인 선임 권한이 입주자들의 '입김'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아파트 관리인에게 있다 보니 제대로 된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 공인회계사회를 비롯한 일각에선 감사인을 공공기관에서 지정해주는 '감사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공동주택(아파트) 회계감사 체계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한국공인회계사회를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사실상 '봐주기 감사'가 성행하는 자유수임제 방식에서 벗어나 '감사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동주택 관리업계 등 일각에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외부회계감사 조차도 필요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 회계사회는 아파트 감사 관련 소송에서 유의미한 판결을 이끌어 냈다.

회계사회가 아파트 감사에 최소감사시간을 정한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의 가격담합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중징계 조치를 내렸는데, 이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회계사회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아파트 회계감사 방식에 대한 변화의 물꼬가 트인 것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난방열사' 그리고 '외부회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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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배우 김부선씨는 일부 세대의 아파트 난방비가 0원이라고 폭로하면서 '난방열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제도가 시행된 것은 지난 2015년.

2014년 배우 김부선은 아파트 난방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난방열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화제가 됐는데, 이후 아파트 관리비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300세대 이상 아파트는 모두 의무적으로 외부회계감사를 받도록 법이 개정됐다. 

사실 외부회계감사제가 이 때 처음 시행된 것은 아니다. 아파트 외부회계감사제도는 2000년 관리비 부담 등을 이유로 의무감사제가 폐지된 바 있다. 이후 입주자 등 10분의 1 이상 또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임의감사제도로 변경됐다가 다시 의무제로 전환된 것.

하지만 아파트 외부회계감사는 아직 연착륙되지 않은 채 여러 입장 분분하게 갈려있다. 

한국공동주택입주자대표연합회, 한국주택관리협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공동주택 관리업계는 외부회계감사제가 감사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실효성도 딱히 없다고 주장한다.

나길수 한국공동주택입주자대표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한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제도적 미비점이 보완되어 규정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고 그 내역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는 마당에 외부회계감사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계사회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외부회계감사제가 회계투명성 확보라는 본래의 취지대로 작동하려면 외부회계감사제에 더해 감사공영제가 추가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회계감사 둘러싼 공정위-회계사회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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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아파트 회계감사에 최소시간을 정했다는 이유로 회계사회에 중징계를 내렸지만, 회계사회는 이 문제를 법원에서 해결하고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회계사회가 제기한 처분 취소소송에서 회계사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아파트에 대한 회계감사 최소시간을 설정한 것은 회계감사 가격의 공정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회계사회 등에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아파트 외부회계감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바로 직전인 2014년 말 회계사회가 300세대 이상 아파트 외부감사 시간을 최소 100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회원들에게 통지한 것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사업자단체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최대 액수인 5억원을 부과하고 이를 주도한 회계사회 임원 2명을 형사고발했다.

이에 회계사회는 즉각 불복해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판결은 최근에서야 나왔다.

지난달 28일 서울고법 행정7부는 회계사회가 최소감사시간을 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감사 보수를 타임차지(time charge) 방식으로 해야 한다거나 시간당 임금률을 얼마로 해야 하는 지까지 정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가격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며 회계사회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통지 이후 감사 평균 보수가 그 전보다 증가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외부회계 감사가 의무화되면서 2015년 7626단지가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수요 증가가 보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2015년 평균 감사 시간은 81시간으로 전년 56시간 보다 늘었다. 평균보수도 2015년 213만9000원으로, 전년 96만9000원보다 120.7% 증가했다. 

"아파트 부실감사 해결하려면, '감사공영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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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회는 감사인을 공공기관이 지정해 주는 감사공영제를 아파트 회계감사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중경 회계사회 회장.

최중경 회계사회장은 아파트를 비롯한 비영리 부문에 대한 감사공영제 도입을 '회계개혁의 완성'으로 보고 있다.

감사공영제는 공공기관이 감사인 풀을 구성해 감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다.

감사인을 선임할 권한이 있는 자가 감사 대상과 동일한 경우 제대로 감사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감사인 선임 권한을 공적기관에 넘기자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지난해 5월 열린 회계사회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맡은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파트 회계감사를 자유수임제로 진행한 결과 156개 단지의 감사를 수행한 회계사가 모두 부실 감사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파트의 경우 감사 대상인 입주자 대표회의가 감사인을 선임한다"며 "정부 부처 감독 외에 감시장치가 없고 책임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시스템적으로 비리·횡령 등의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이제 비영리법인에도 공공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회계감사를 수행할 감사인을 감사 대상자가 정하지 않고 공적기관이 정하는 감사공영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도 올해 회계사회 정기총회에서 비영리 부문에 대한 감사공영제 도입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열린 총회에서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열망 속에서 시작한 회계 개혁의 대장정이 마무리되고 있다"며 "올해는 비영리 부문에서 감사공영제를 추진해 회계 개혁의 제2막을 열고, 회계 투명성과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립하겠다는 초심을 굳건히 지켜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사회 민간협의회에서는 공익법인, 사립학교, 공동주택(아파트)에 대한 감사공영제 도입을 각 부처에 권고하고 있다"며 "국회에서도 감사공영제를 담은 법률안을 발의했고 비영리 공익법인에 대한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도 도입에도 합의하면서 정부에서도 정책 추진과제로 확정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공익법인·사립학교는 척척 진행 중인데… 아파트는 지지부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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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청렴사회 민관협의회는 공익법인, 사립학교, 아파트에 대한 감사공영제 도입을 권고했다. 공익법인은 올해 정부세법개정안, 사립학교는 의원입법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아파트에 대한 감사공영제는 감감무소식이다. 사진은 한국공인회계사회 전경.

아파트에 대한 감사공영제 도입은 지난해 11월 청렴사회 민관협의회의 권고로부터 가시화 되기 시작했다.

청렴사회 민관협의회는 시민사회·경제계·직능·언론·학계 등 사회 각 분야의 대표들이 참여해 반부패·청렴 정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제안하는 협의체.

당시 청렴사회 민관협의회가 제안한 '외부감사인 선임제도' 개선 방안에는 현재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고 있는 총자산가액 100억원 이상의 '공익법인', 사립대학을 설치한 '학교법인',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등에 감사공영제를 우선 적용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협의회는 공익성 등 정부가 감사인지정제 도입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와 관련해 사립대학교의 경우 정부 예산의 투입, 공익법인의 경우 증여세 면제 등을 이유로 들었고 300세대 이상 아파트는 다수의 국민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익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 권고대로 공익법인에 대한 감사인 지정제는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에 내용이 실렸다.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또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인 외부감사대상 공익법인은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후 3년간 국세청장이 감사인을 지정하도록 한 것.

사립대학에 대한 외부감사인 지정제는 의원 입법안 형태로 발의됐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대학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즉 사립대학법인)의 외부감사인을 교육부장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비영리 부문에 대한 감사공영제는 회계투명성 강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유독 아파트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10일 회계사회에 따르면 아파트에 대한 감사공영제 도입을 추진하는 법안은 아직 1건도 제출되지 않았다.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높지만 국회나 정부(국토부)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 셈이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정부 입법이나 의원 입법이 나와야 되는데, 움직임이 거의 없다. 사립대학이나 공익법인은 감사인 지정제가 추진되고 있지만 아파트 쪽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정위와의 소송 문제가 말끔히 해결돼야 아파트에 대한 감사공영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고등법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라며 "아파트 관리업계의 반대도 다른 비영리 부문에 비해 심한 상황이 때문에 정부나 정치권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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