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상반기 실적 숨고르기…대림·현대만 '방긋'

작년 최대 호황기 따른 기저효과 나타나

시공능력평가 10위권의 대형건설사들이 올 상반기 실적이 전년도 수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이은 최대 실적 경신으로 호황기를 누렸던 만큼 기저효과로 대부분 숨고르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일부 건설사는 일회성 악재 혹은 부진한 사업군 발생으로 인해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림산업과 현대건설은 이익 개선세를 보였다. 대림산업은 최대 실적을 구가한 작년 기록을 올해도 재차 넘어서며 첫 영업익 1조클럽 달성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게 했다. 전사 실적을 견인해온 주택 부문 외 일부 부진했던 사업군까지 수익성이 개선돼 고무적이다. 2016년 고점을 찍은 뒤 최근 2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던 현대건설도 수익지표가 고르게 개선되며 오랜만에 업계 맏형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삼성·현대·대림·GS·대우·포스코·현대ENG·롯데·SK·한화건설 등 대형건설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2자릿수대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며 가장 돋보이는 성적표를 내놨다.

대림산업, 홀로 영업익 5000억 돌파…1조클럽 기대

대림산업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 7897억원, 영업이익 5386억원, 당기순이익 382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순이익이 17.3%, 19.7%씩 줄었으나 영업이익이 13.8% 증가해 수익성이 개선된 모습이다. 영업이익은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올 상반기 5000억원을 넘긴 것은 대림산업이 유일하다. 이에 영업이익률도 3.0%p 오른 11.2%로 대형사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845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창사 이래 가장 좋은 성적표를 내놨던 이 회사는 상반기에 이미 작년의 63.7% 수준을 달성해 첫 영업익 1조클럽 가입도 기대된다. 건설업계에서 지금껏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던 회사는 현대건설(2015~2016년)과 GS건설(2018년) 등 두 곳뿐이다.

올 상반기에는 외형이 1조원 가량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원가율이 지난해 86.5%에서 83.0%로 개선돼 수익성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각 사업부문별 고른 개선이 눈에 띈다. 타 부문 부진에도 꾸준히 호실적을 유지했던 주택사업은 전년 대비 6.0% 증가한 451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부터 개선세를 내비친 토목도 63.6% 늘어난 652억원 이익으로 기여했다. 여기에 플랜트도 186억원으로 작년 144억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다만 상반기 석유화학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영향 등이 작용해 관련 사업군이 속한 제조 부문이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16.3% 줄어든 483억원에 그쳤고 에너지 부문도 32.7% 감소한 141억원에 머물렀다.

현대건설, 3년 만에 상반기 실적 반등

현대건설은 대형사 중 홀로 수익지표가 모두 개선된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8조 5595억원, 영업이익은 4503억원, 당기순이익은 348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이 10.0%, 영업이익이 2.5%, 순이익이 1.9%씩 늘어난 실적이다.

이 회사는 연간 영업이익 1조 1589억원으로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2016년 이후 2017년 9861억원, 2018년 8400억원으로 매년 뒷걸음질쳐왔다. 지난해에는 외형 규모가 3조~6조원 가량 차이나는 GS건설의 1조 645억원, 대림산업의 8454억원 이익에도 못미치는 수준을 거둬 맏형의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만 놓고 봐도 2016년 5596억원, 2017년 5104억원, 2018년 4394억원 등 하향기조에 빠져왔다.

올 1분기에도 전년도에 비해 6% 가량 줄어든 영업익에 그쳤으나 2분기 10% 이상 늘어나며 반전의 신호탄을 쐈고 3년 만에 상반기 실적 반등도 이룩했다.

현대건설은 외형 확대에도 매출원가가 늘어 매출총이익이 오히려 전년 동기보다 0.1% 가량 줄어든 8544억원을 기록했으나 판관비 절감으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2~3년간 지속적으로 늘어왔던 무형자산상각비가 50.2% 줄어든 137억원에 머문 점이 주효했다.

한화·롯데건설, 실적 후퇴에도 8%대 영업이익률 선방

두 회사를 제외한 다른 대형사들은 실적 잔치를 벌였던 지난해보다 후퇴된 이익을 거두는데 그치고 말았다. 다만 일부 회사들은 전년도에 일회성 환입액 등으로 실적이 뛰었던 만큼 견조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건설의 상반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2조 19억원, 영업이익 1611억원, 당기순이익 1071억원으로 기록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6.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7%, 순이익은 24.2%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도 9.7%에서 올 상반기 8.0%로 1.7%p 낮아졌지만 대형사 세 번째 수준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매출 확대와 함께 매출총이익도 2650억원으로 6.1% 늘었으나 판관비의 23.3% 증가로 영업이익이 주춤했다. 다만 작년에는 2017년 공사지연 문제로 손실을 선반영했던 사우디 현장에서 환입이 이뤄져 일회성 이익이 발생했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사업군별로 올해부터 전문성 강화를 위해 조직을 나눈 국내 건축(개발 포함) 부문이 매출총익 14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5.1% 줄었으나 플랜트에서 50.1% 늘어난 433억원의 이익을 올렸고 해외 사업도 2.7% 증가한 547억원으로 견조한 모습을 내비쳤다. 부동산임대 등을 영위하는 기타 부문도 2배 이상 늘어난 138억원의 매출총익으로 힘을 보탰다.

롯데건설도 5% 가량 영업이익이 후퇴했다. 다만 일회성 요인으로 순이익이 1.7배 정도 뛰는 성과를 얻었다. 이 회사는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 2조 6710억원, 영업이익 2227억원, 당기순이익 1776억원의 성적표를 받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3%, 영업이익은 5.5%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76.7%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8.3%로 작년보다 0.1%p 하락했으나 대림에 이은 두 번째 수준의 양호한 수익성을 과시했다.

전사 실적을 이끌어온 주택 부문의 영업이익이 10% 가량 줄어든 1299억원에 그치면서 최대 그래프를 그렸던 작년 수준에는 못 미쳤으나 그룹공사에 대한 비중을 줄이면서 자생력을 강화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매출액에서 해외공사를 제외하고 자체공사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12.1%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5.5% 수준까지 줄인 반면 외주는 7%p 가량 늘어난 90.3%에 달했다.

순이익의 경우 특수관계자 지분거래 등이 증가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상반기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에 롯데타운동탄과 롯데인천개발, 롯데울산개발, 롯데유럽홀딩스 등의 보유주식을 매각했는데 이에 따라 지분법적용투자주식처분이익 314억원과 장기투자증권처분이익 270% 증가 등의 효과가 발생했다. 영업외수익도 56억원으로 전년도 1115억원 손실에서 개선됐다.

현대ENG·SK건설, 원가율 뛰어 몸살

현대건설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온 현대家 동생격의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에 대형건설사 2번째 수준의 외형 확대를 일궜으나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내려앉았다. 이 회사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 3842억원, 영업이익은 2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6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16.5%, 순이익은 3.9%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이 6.7%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5.9%로 1.5%p 낮아졌다.

단순 매출원가율이 89.2%로 작년보다 2.7%p 높아져 판관비 6.9% 감소에도 영업이익이 후퇴했다. 이 기간 자재비가 1조 1313억원으로 54.0% 증가하면서 실적에 찬물을 끼얹었다. 영업외수지도 57.8% 줄어든 179억원에 그쳤지만 법인세비용 감소로 순이익은 반등한 것으로 기록됐다.

SK건설도 매출과 순이익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후퇴된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회사의 상반기 실적은 별도기준 매출액 3조 6142억원, 영업이익 1286억원, 당기순이익 1073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9.4%, 순이익은 14.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2% 감소했다.

SK건설은 지난해 호황기를 누리던 경쟁사들과 달리 하반기 개발사업 중단에 따른 대손상각비 반영, 해외 사고 피해복구 예상비용 계상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바 있다. 작년 2분기 98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011년 이후 약 7년 만에 분기 기준 1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거두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만큼 악재로 인한 4분기 731억원 적자를 본 부분은 아쉬움을 남게 했다.

올해에는 영업이익이 1분기 626억원, 2분기 660억원 등 조금씩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외형 확대에도 상반기 매출원가율이 93.0%로 전년도 90.8%보다 2.2%p 높아져 누계 이익은 전년도 수준에 못 미쳤다.

그래도 약 7년간 리스크로 남아있던 해외사업장 손익이 흑자로 돌아서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상반기 해외사업장의 원화환산순익은 269억원을 기록했는데 2012년 연간 869억원 손실을 시작으로 2018년 4905억원 손실까지 적자가 이어져오다 처음 반전했다.

삼성물산 건설, 1분기 변수에 끝내 발목…수주 우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분기 발생한 변수 여파가 상반기 누적 실적으로 이어졌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조 698억원, 영업이익은 26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지표 모두 0.9%, 34.7%씩 줄었다. 6.6%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도 4.3%로 2.3%p 떨어졌다.

이 회사는 1분기에 지난 2015년 대규모 손실을 불렀던 해외사업장 관련 중재판결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4.1% 줄어든 1042억원에 그쳤었다. 2분기 1578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반등했지만 작년 같은 시기에는 분기기준 최대치였던 2433억원을 기록했던 만큼 따라잡기 역부족이었다.

건설부문은 해외손실 암흑기를 벗어난 2017년부터 전사 이익의 50% 이상을 담당해왔고 올 상반기에도 80.4% 비중을 차지한 만큼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그러나 수주잔고가 상반기 말 23조 9245억원으로 1분기 말 26조 1615억원 대비 8.6% 줄어드는 등 2016년부터 지속 감소세를 나타내 업계 내외에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GS·대우·포스코건설, 일부 사업군 적자 악영향

GS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도 30%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부침을 겪었다. 각 사별로 요인에 대한 온도차가 있었으나 일부 사업군에서 악화된 수익성을 내비친 점은 공통됐다.

이 중 GS건설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 1769억원, 영업이익 3973억원, 당기순이익 274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2.8%, 영업이익이 34.8%, 순이익이 22.4% 줄어든 것으로 영업이익률도 7.7%로 1.4%p 내려갔다.

작년에는 장기간 손실로 발목을 잡아왔던 플랜트 부문에서 1분기 1800억원 가량의 환입이 이뤄져 사상 첫 연간 영업익 1조클럽에도 이름을 새겼던 만큼 기저효과에 따른 실적 하락이 자명한 상황이었다. 다만 플랜트를 제외한 타 사업군이 모두 부진했던 점은 아쉽다. 건축·주택 부문이 지난해 동기보다 17.8% 감소한 333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상반기를 마무리했고 인프라 부문은 65억원 적자전환했다.

대우건설의 상반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4조 2617억원, 영업이익 2003억원, 당기순이익 132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 24.1%, 영업익 41.7%, 순이익 33.4%씩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4.7%로 같은 기간 6.1%에서 1.4%p 가량 빠졌다.

올 초 전년도보다 매출 목표를 낮추는 대신 수주량을 늘리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는 계획을 수립했던 이 회사는 외형이 축소됐으나 매출원가율이 소폭(0.8%p)이지만 개선된 양상이다. 원재료비가 36.4%, 외주비가 24.3% 줄어드는 등 원가절감 노력이 빛을 발했다. 매출총이익률도 10.7%로 전년도보다 0.8%p 올랐다.

반면 판관비가 본사 사옥 이전 등의 영향을 받아 18.9% 증가한 2548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 하락폭을 키웠다. 각 사업군 중에서도 토목 부문이 650억원 가량 영업손실폭을 키워 플랜트 부문의 610억원 정도 줄어든 적자폭이 무색해졌다. 그나마 전사 영업외손실액이 800억원 가량 줄어든 부분은 긍정적 요인이다.

포스코건설은 대형건설사 중 가장 큰 폭의 이익 하락세를 드러냈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 48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이 56.7% 줄어든 668억원, 순이익이 60.5% 감소한 473억원 규모였다.

외형이 커졌지만 원가율이 급격히 올라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쳤다.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94.5%로 작년보다 4.7%p 올랐는데 2분기에만 95% 이상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판관비 30.6% 감소에도 영업이익률이 4.7%에서 1.9%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업부문별로도 건축의 영업이익이 12.1% 줄어든 1417억원에 그친 가운데 인프라가 155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에너지사업이 편입된 플랜트 부문의 적자폭이 460억원 가량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