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한국투자·SK증권 ROE 큰 폭 개선
유안타·유진·신영·대신증권 3% 이상 하락
올 상반기 20대 증권사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증시 호황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익성이 개선되며 2년 연속 반기기준 10%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ROE가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종금증권, 가장 낮은 곳은 유진투자증권으로 조사됐다.
22일 각 사 별도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20대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 연환산 ROE는 10.17%로 지난해 동기 10.06%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20대 증권사들의 상반기 평균 자기자본이 지난해 45조8326억원에서 49조3515억원으로 7.7% 늘었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조3064억원에서 2조5099억원으로 8.8% 증가, 자본 증가율을 상회하며 ROE가 올랐다.
지난해 20대 증권사들의 연간 ROE가 7.54%을 감안하면 올 들어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기초·기말의 자본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들이 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이익을 거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수익성 지표다. 10%의 ROE를 연말까지 이어간다면 올해 자기자본 1만원으로 1000원의 이익을 벌어들이게 되는 셈이다.
메리츠종금증권, SK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9개사는 ROE가 지난해보다 개선됐지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신영증권, 대신증권 등 11개사는 악화됐다.
이 중 메리츠종금증권이 ROE 20%를 돌파하며 이 부문 선두에 올랐다. 이어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교보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 10%를 넘겼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동기 9.70% 대비 11.10% 급증한 20.80%의 ROE를 기록, 증권사 중 유일하게 20%를 돌파하며 이 부문 선두에 올랐다. 이 부문 순위도 지난해 11위에서 10계단이나 급상승했다.
2분기 100% 종속회사인 메리츠캐피탈로 부터 받은 배당금 수익 1300억원이 별도 포괄손익계산서 내 기타영업수익에 반영되며 증권사 중 가장 많은 2459억8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K-IFRS 1027호에 따르면 별도재무제표에선 종속기업, 공동기업, 관계기업에서 받는 배당금은 기업이 배당을 받을 권리가 확정되는 시점에 당기손익으로 인식한다.
지난 1분기 한국투자증권이 기록한 2360억3000만원을 넘어서는 역대 증권사 분기기준 최대 순익이다. 상반기 별도기준 순이익도 3651억5000만원으로 증권업계 2위를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캐피탈에서 받은 배당금 수익을 제외하더라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기업금융(IB)·부동산 부문 등에서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사옥매각차익이 상반기 반영된 점도 순익 개선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2위에 오른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13.82% 대비 4.63% 포인트 증가한 18.45%의 ROE를 기록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 중 유일하게 20%에 가까운 ROE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지난해 2955억2000만원 대비 39.1% 급증한 4111억7000만원의 순익을 벌어들이며 업계 1위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IB수수료 수익이 1년 새 대폭 늘은 데다 금리 하락, ELS 조기상환·발행어음 잔고 증가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지난해 상반기 선두였던 키움증권은 전년대비 0.02%포인트 늘은 17.46%의 ROE로 3위로 내려갔다. 상반기 순이익이 1715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1428억원 대비 20.1% 증가했지만 자기자본도 같이 늘며 ROE 상승폭은 미미했다.
4~7위에 오른 교보증권(12.81%, 4위), DB금융투자(11.23%, 5위), IBK투자증권(10.88%, 6위), 한화투자증권(10.76%, 7위)은 ROE 10%대를 넘기며 자본대비 양호한 수익창출능력을 보였다.
중위권에선 SK증권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눈길을 끌었다. 이 증권사의 상반기 ROE는 9.55%로 지난해 3.73% 대비 5.82%포인트나 개선되며 꼴찌에서 8위로 수직상승했다. 상반기 순익 262억1000만원으로 지난해 81억6000만원 대비 3배 넘게 급증한 영향이 컸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대형IB 증권사들은 5~9%대 ROE로 규모대비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다.
NH투자증권이 상반기 ROE 9.54%를 기록하며 지난해 8.97% 대비 0.57%포인트 증가하며 9위에 올랐다.
하나금융투자(8.93%, 11위), 삼성증권(8.63%, 12위), KB증권(7.93%, 15위), 신한금융투자(6.94%, 18위), 미래에셋대우(5.27%, 19위)는 지난해 대비 수익성이 악화되며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신영증권, 대신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ROE가 3%포인트 이상 감소하며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25~43% 급감한 영향이 컸다.
유안타증권이 지난해 12.95%에서 올해 7.13%로 5.82%포인트나 급감하며 20대 증권사 중 전년대비 수익률 악화폭이 가장 컸다. 순위도 3위에서 16위로 크게 떨어졌다.
신영증권, 대신증권도 지난해 대비 각각 3.86%, 3.26%포인트 감소한 8.27%, 8.54%로 ROE 1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5위였던 신영증권은 14위, 6위였던 대신증권은 13위로 순위가 밀려났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06%포인트 급감한 4.79%의 ROE를 기록하며 20대 증권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