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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미쓰비시의 한국자회사, 일본 내 그룹사와 짬짜미 정황

  • 보도 : 2019.08.14 16:02
  • 수정 : 2019.08.14 16:02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관세 소송 2심 패소 후 상고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이 44억원대의 관세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해 상고한 상태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미쓰비시 상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사죄 및 배상, 국내에서의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이 44억원대의 관세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해 상고한 상태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미쓰비시 상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사죄 및 배상, 국내에서의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미쓰비시전기의 한국 법인인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이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로 물품을 수출하는 일본 미쓰비시전기의 그룹사와 가격을 담합한 정황이 드러났다.

수입 물품의 전체 영업이익률을 맞추기 위해 특수관계에 있는 일본 자회사가 수입가격을 임의로 낮게 조정했다는 관세당국의 주장이 항소심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조해현 부장판사)는 2017년 8월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이하 한국미쓰비시전기)이 제기한 관세등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거래상 특수관계가 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1심)을 뒤집고 한국미쓰비시전기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항소심에서 패소한 한국미쓰비시전기는 2017년 9월 대법원에 상고해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관세청 '특수관계 세쓰요 아스텍, 수입가격 낮게 책정'

한국미쓰비시전기는 국내 대리점으로부터 공장자동화 제품의 일종인 '서보시스템(명령에 따라 공장 내 장치의 위치와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을 주문받아 일본 내 특수관계자인 '세쓰요 아스텍'과 거래를 해왔다.

물품 거래는 한국미쓰비시전기가 주문받은 서보시스템의 예상 판매가를 기초로 세쓰요 아스텍에 희망가격을 제시하면 세쓰요 아스텍이 가격을 회신하고 거래가격을 정해 부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관세당국은 2008~2013년 수입신고물품에 대한 법인심사를 한 결과 한국미쓰비시전기와 세쓰요 아스텍 사이의 특수관계가 서보시스템의 부품인 일부 '모션·앰프'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 정황을 적발했다.

이후 한국미쓰비시전기가 신고한 수입신고가격을 부인한 뒤 국내판매가격을 토대로 과세가격을 산정해 관세 및 부가가치세 총 44억여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한국미쓰비시전기는 "가격협상은 상거래관행에 부합하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며 관세 부과에 불복해 2015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미쓰비시전기는 "모션·앰프·모터는 하나의 서보시스템 단위로 거래되므로 거래가격이 특수관계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서보시스템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세쓰요 아스텍이 모션·앰프 가격을 희망가격보다 낮게 결정해 회답한 것은 제조원가 부담이 높은 모터보다는 비교적 가격인하의 여지가 남아있는 모션·앰프의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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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상반된 선고…2심 "특수관계 거래가격 영향 미쳐"

1심은 "한국미쓰비시전기와 세쓰요 아스텍 사이의 특수관계가 서보시스템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미쓰비시전기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한국미쓰비시전기는 국내 최종수요자에게 일체로 구성된 서보시스템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한국미쓰비시전기와 세쓰요 아스텍 모두 서보시스템 전체를 놓고 가격경쟁력이 있는지를 중요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보시스템 단위로 볼 때 가격이 적절하다면 개별 부품의 거래가격이 다른 거래가격과 다르더라도 그러한 거래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한국미쓰비시전기가 국내 수요자 현황과 예상 수요 등에 대해 세쓰요 아스텍보다 잘 알고 있어 국내 현황을 모르는 세쓰요 아스텍이 일방적으로 거래가격을 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한국미쓰비시전기와 세쓰요 아스텍 사이의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항소심 법원은 "수출자가 수입자의 희망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가격결정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모션·앰프의 국내 판매를 한국미쓰비시전기가 독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세쓰요 아스텍이 가격경쟁력까지 고려해 수입가격을 조정해 준다는 것은 특수관계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원자재인 희토류의 국제적인 시세 상승으로 가격이 인상됐던 '모터'와 달리 '모션·앰프'의 시세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음에도 동일한 시기에 수입된 물품의 가격이 현저히 등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 법원은 "비슷한 시기 수입된 모션·앰프의 수입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현저히 차이가 났지만 국내 최종소비자에게 물품을 판매한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며 "이는 최종소비자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세쓰요 아스텍은 자신이 정한 가격을 한국미쓰비시전기에게 적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항소심 법원은 "한국미쓰비시전기가 독립된 거래당사자로서 세쓰요 아스텍에 대해 가격협상을 요구하는 등 특수관계가 없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가격결정에 관한 협의가 이뤄졌다는 자료가 거의 없다"며 관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관세 전문변호사 "수출자가 수입가격 낮추는 사례 드물어"

미쓰비시전기 로고.

◆…미쓰비시전기 로고.

전문가들은 한국미쓰비시전기와 세쓰요 아스텍이 관세를 절약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입가격을 낮게 책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로펌의 관세 전문 A 변호사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통상적으로 기계는 싼값에 팔고 부품은 비싸게 팔아 마진율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며 "수출자가 오히려 부품을 싼 값에 파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품 가격을 낮게 책정한 채로 수입해 가격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면 국내 산업에 피해가 발생하고 해당 부품 시장의 질서도 교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미쓰비시전기의 소송 대리는 1심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아 상고심까지 변호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 담합 행위로 공정위 적발…과징금 92억 부과

최근 미쓰비시전기를 포함한 히타치, 덴소, 다이아몬드전기 등 일본 자동차부품 제조사 4곳의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지난 4일 일본 자동차부품 제조사 4개사가 국내 완성차업체들을 대상으로 부품을 판매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사전에 거래처를 나눠먹기로 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 등 2개사는 검찰에 고발됐다.

한국미쓰비시전기는 1996년 설립한 기계 및 장비 도매업체로 일본 미쓰비시전기가 지분 51%를, 미쓰비시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한 세쓰요 아스텍이 지분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일본 세쓰요 아스텍은 1964년 설립해 미쓰비시 제품 판매 및 조달을 하고 있으며, 연 매출액은 610억엔(한화 694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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