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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재원 없는 선한 법은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는다

  • 보도 : 2019.08.14 10:38
  • 수정 : 2019.08.14 10:38

우리 국회는 발의건수로는 세계 으뜸인지 모른다.

무슨 사건이나 이슈가 생기면 국회의원들은 너도 나도 법안을 발의하기 시작한다. 중복발의도 아무런 제한이나 거리낌이 없다. 국회의원만 되면 입법전문가가 된 것으로 행세한다.

여러 경로로 국회에 입성은 하였으나 법의 기본을 익히지 못한 인사가 더 많을 것이다.

적어도 입법발의를 하려면 의정연수원에서 일정기간 연수를 받아 최소한의 법 지식을 갖춘 후에 자격을 부여해야 옳다. 이는 국가기관 중 최고의 자율권을 가진 국회 스스로 입법품질을 높이기 위한 내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국회 구성원 어느 누구도 이러한 문제를 거론하여 자체의 시스템을 개선하자고 나서지는 않는다. 얻는 것 없이 동료로부터 욕만 먹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입법권을 갖는 국회가 스스로의 권한으로 기구와 예산을 늘려 놓고도 정작 좋은 입법을 만들어 내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도 정치적 입법 이외에는 역할도 관심도 없다. 입법개선의 해법은 개개 국회의원이 스스로의 입법발의권을 신중하게 자제하는 데 있다.

새로운 강사법의 시행에 즈음하여 어느 신문에 "강사법이 강사를 죽이는 역설…."이라는 사설이 실렸다.

선한 의도로 만든 법이라 하여 그 실행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들 아는 일이다.

그 이유는 돈에 있다. 돈이 들지 않는 좋은 법도 있지만 입법의 태반은 그 실행을 위한 재원이 필수적이다. 그 재원은 관련 기관, 개인, 단체의 주머니에서 나오거나 세금이다.

강사법의 취지는 백 번 옳지만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망한 일이 된다.

어느 대학치고 법 하나 통과되었다고 막대한 돈을 추가로 들여 강사를 전과 다름없이 채용하겠는가? 결국 국고가 동원되지 않으면 실행되지 않는다.

입법 시 그 실행을 위한 재원 조달방안은 검토되었는가? 되었다면 오늘의 이와 같은 현직 강사와 강사 지원자의 희망고문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추경 280억원을 들여 실직 대학강사에 연간 1,300만원씩 지원한다고 한다. 무책임한 입법에 따른 뒤틀린 추경이다. 추경은 이렇게 쓰는 것이 아니다.

경직된 52시간 근무제 입법, 최저임금 급격인상 이는 누구에게는 좋지만 일부 계층에 재앙을 안기는 것이다.

이러한 법역은 경제활동의 기본에 관한 것이므로 여러 경제주체가 수용 가능해야 실행될 수 있는 법역이다.

더 많은 일을 하여 그 수입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침해로 위헌적이다.

다 같은 국민인 자영업자도 52시간만 일하도록 하여야 하지 않을까? 법은 좋은 취지와 선의만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국고나 사경제주체의 재원이 필요한 입법은 재정사정이나 민간이 수용 가능한 범위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고 필수적이다. 입법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페이고(pay go) 규정 신설은 오랫동안 잠자고 있다.

정말 입법 포퓰리즘은 막기 어렵다. 법이 국민을 괴롭히고, 자유를 가로 막고, 대수롭지 않은 행위를 어느 날 갑자기 범죄로 만드는 경우도 너무 많다.

우리 국민은 '법'을 너무 모른다. 어려서부터 법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물 속에 안주해 온 법률가, 시민 법교육의 책무를 소홀히 하여 온 소관 당국의 책임이 크다. 지금이라도 시작하자.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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