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조세 > 관세

[세제개편안 분석]

70년 관세법 체계 흔든 기재부 세제실…대체 왜?

  • 보도 : 2019.08.08 09:31
  • 수정 : 2019.08.16 07:53

국세 범위에 관세 포함…국세기본법 개정 추진
유관기관 등 "충분한 의견수렴 없었다" 당혹감

'국세의 범위에 관세를 포함한다.'

올해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입법예고)에 담긴 이 한 문장이 파장을 몰고왔다.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세의 정의, 세법 적용 원칙 등에 관세도 다른 세목(稅目)과 동일하게 넣겠다는 것인데, 70년 동안 집행·유지되어 온 관세법(1949년 제정)의 근간을 흔들어 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서다. 

특히 입법취지의 당위성이 확보됐다해도, 유관기관 등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입법이 추진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은 논란거리다. 

'관세청 존립 자체에 위협을 가한 것이다'라는 흉흉한 이야기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관세법을 내국세법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확산되고 있다.

입법예고문에 포함된 한 문장... 유관기관 발칵

국기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 내용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국세의 범위에 관세를 포함시킨다'는 개정 사항은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사진은 국세기본법 개정안 입법예고문.

기재부는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관세의 경우에도 조세 일반사항에 대해 국세기본법이 적용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언론보도용 자료에는 일언반구 없었지만, 입법예고문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면서 관세청 등 유관기관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가 부과하는 조세가 국세이기에, 관세가 포함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현행 국기법 15조(신의·성실)에는 '납세자가 그 의무를 이행할 때에는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관세법 6조에도 동일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렇게 두 법 사이에 중복되는 조항 가운데서 36개를 국기법(1~4장까지만)으로 통합시키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

관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을 경우에는 예외로 두었다.

관세법이 제정된 이후, 관세는 단 한 차례도 내국세의 기본법에 포함된 적이 없다. 관세와 내국세의 본질적인 차이, 즉 부과·징수 외에 통관 등이 연관되어 있는 관세의 특수성을 고려해서다.

조세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엄청난 작업임에도, 세제실이 유관기관 협의 등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은 채 입법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가 안팎에서는 "이번 세법개정안은 아무런 사전 절차 없이 입법예고한 것으로, 중대한 절차 위반으로 (세법개정의)형식 요건을 결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언론보도용 자료는 물론 지난 7월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안건자료에서도 이 내용은 없었다. 입법예고문에만 반영했다.  

법 해석에 대한 판단도 모호해질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관세관련 의문이 있다면 관세법만 확인하면 되는데, 앞으로는 국기법·관세법을 모두 봐야 하는데 세법의 특성상 해석 오해로 소송 등 불만표현이 증폭될 것이라는 이야기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예컨대, 관세 부과제척기간이 국기법 통합으로 연장(5/10년→7/15년)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팎의 거센 반발 진화나선 기재부 세제실

세제실

◆…국세의 범위에 관세를 포함시킨 국세기본법 개정 추진을 두고, 관계기관 등이 "의견수렴 등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세제실은 지난 4월 관세청에 개정방침을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세법개정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이상율 소득법인세정책관, 김병규 세제실장, 임재현 조세총괄정책관. (사진 기획재정부)

최근 기재부는 유관기관·단체를 만나 일방적 입법 추진은 아니라는 해명을 하며 진화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재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의문은 세제실이 왜 갑자기 이런 큰 일을 추진했느냐다.

기재부에선 조세법령 새로 쓰기 작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지만 안팎에서는 관세청에서 '분법(통관절차법 신설, 부과·징수+통관 분리)'을 추진하고 있고 분법이 이루어질 경우, 기재부의 관세청에 대한 통제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우(杞憂)에 가깝지만 관세청 내부에서 관세청이 국세청에 흡수통합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세사 업계에서도 말이 나온다.

관세사와 세무사 간 직역 다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무영역을 정해 놓은 세무사법과 관세사법이 존재하나, 국기법에 관세를 포함시킨다면 세무사가 관세업무까지 수행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무조사 녹음권 사태' 반면교사 못 삼았나

녹음

◆…국기법 개정 추진이 기관 '갑질' 논란으로 번지면서, 세제실 내에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제실은 기관 간 업무 협의가 불충분했던 세무조사 녹음권 도입을 추진했는데,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사진 왼쪽은 세종시 나성동에 위치한 국세청사, 오른쪽은 어진동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기재부의 이른바 '불통 입법' 논란은 작년에도 있었다.

상대는 국세청이었다.

당시 기재부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사공무원이 절차를 준수했는지, 납세자 권익이 침해되지 않았는지를 감시 차원에서 녹음권 도입 카드를 내놨다. 

세법개정 작업이 진행될 때부터 잡음이 컸다. 녹음권이 생겼을 때 대리인의 조력을 받는 탈세자가 조사공무원의 말실수 등을 악용하는 이른바 '악마의 편집' 등을 우려한 국세청에서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무조사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 해 세법개정안에 녹음권이 들어간 직후 국세청 내부에서 "세무조사 나가서 숨도 쉬지 말라는 거냐"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면서, 두 기관 사이에 전운(戰運)이 감돌았다. 국회에서 해당 개정안을 폐기시키면서 결국 국세청의 '판정승'으로 결론이 났다.

실체가 없는 의심만으로 세무조사 과정이 불합리하다는 기재부의 논리가 빈약했던 탓이다.

'녹음권 사태'처럼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세법개정이 국회의 벽을 넘기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짙다. 관가 안팎에서도 관세법 개정 문제를 보다 신중히 검토할 수 있도록 시기를 미루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기재부 내부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절차를 무시한 채 입법을 추진했다가 무산된다면 세제실의 위상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변호사들의 업무범위를 정하는 부분 또한 헌법재판소가 권고한 개정시한(올해 말)이 임박하고 있는데도, '부처 간 협의 불충분'을 이유로 조심스러운 접근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