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폴리페서 비판 거세자 '학자의 도덕적 의무' 반박
교수 시절 '폴리페서 비판' 지적엔 "선출직 나서는 교수 비판"
법무장관 임명 시 재휴직 유력…내년 총선 출마할 경우 교수직 유지 여부 관심
교수 시절 형법 기초개념 '오상방위' 강독 실수…학생들 사이 회자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복직하면서 자신에 대한 '폴리페서(정치하는 교수)' 논란에 반박했다. (사진=더 팩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복직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폴리페서(politics+professor 정치와 교수를 합친 단어)'라는 비판에 '지식인의 의무'를 거론하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조 전 수석은 1일 페이스북에 "앙가주망(Engagement·지식인의 사회참여)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일부 언론이 나를 '폴리페서'라고 공격하며, 서울대 휴직과 복직을 문제 삼기에 답한다"고 적었다.
'앙가주망(engagement)'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J.P.사르트르가 철학논문 '존재와 무'에서 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규정한 용어다. 참여·개입 등을 뜻하는 영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와 어원이 같다.
이어 "민정수석 업무는 전공인 형사법의 연장이기도 했다"며 "검찰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혁신, 공정한 형사사법체계 구성 등은 내 평생 연구 작업을 실천에 옮기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은 교수 휴직을 하고 장관급 고위공직자를 지낸 11명의 명단을 일일이 나열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류우익 대통령비서실장, 노무현 정부 당시 윤영관 외교부 장관, 박근혜 정부 당시 홍용표 통일부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이다.
그는 "나를 비방, 매도하는 일부 언론들은 왜 이 분들이 휴직할 때는 가만히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조 전 수석은 지난 2004년 서울대 대학신문에 '국회의원이 된 교수가 사직하지 않으면 그 기간에 새로 교수를 충원할 수 없게 된다'는 글을 기고하는 등 수 차례 '폴리페서'를 비판했다.
과거 언론에 자신이 밝힌 내용과 언행이 불일치한다는 지적에 대해 조 전 수석은 "육아휴직이라는 허위 신고를 내고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공천을 받으려 한 교수에 대한 통제장치 필요를 제기한 글"이라며 "나는 말을 바꾼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그는 2008년 김연수 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가 학교에 휴직계를 내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하자 선출직에 도전하는 폴리페서를 비판하며 관련 건의안을 학교측에 제출한 바 있다.
조 전 수석의 논지를 보면 당시 자신이 제기한 비판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것이었고, 본인은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임명직이므로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조국 전 수석이 자신에 대한 '폴리페서' 논란에 반박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페이스북)
즉 자신이 했거나 앞으로 맡게 될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임명직은 지식인의 현실참여, 선출직은 온전히 '정치인'으로 분류, 구별을 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등은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임명에 의한 정무직(임명직) 공무원이다. 이들이 정치의 영역이라는 것에 학계의 이론이 없어 임명직과 선출직을 구태여 구분하는 것은 자의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정치권에 알려진대로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있다가 내년 총선에서 부산 지역에 출마한다면 이 마저도 결국 자신의 항변이 궁색한 변명이었음을 자인하게 되는 셈이어서 향후 그의 행보를 지켜볼 여지가 있다.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입각했다가 만약 내년 총선에 나선다면 그 시점에서 폴리페서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교수직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결국 학자로서 외부에 지속적으로 눈을 돌리다보면 학생들에게 양질의 강의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큰 피해는 '폴리페서'가 소속된 학교의 학생들이 받는 셈이다.
실제로 조 전 수석은 과거 서울대 법학부 교수 재직 시절 법대 학부생들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의 재학생들 사이에서 부실한 수업 내용으로 수 차례 지적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강용석 전 의원이 지적하기도 했던 '오상방위' 소문은 유명하다. 조국 당시 교수가 형법 상 기초적인 개념이지만 법전에는 조문이 없는 '오상방위(정당방위 요건이 구비되지 않았음에도 착각해 방위행위를 한 경우를 이르는 법률 용어)'를 한 학생이 묻자 애먼 법전을 훑었다는 소문이다.
일부 서울대 학생들은 조 전 수석이 복직하더라도 다음달 초 법무부 장관 입각이 유력해 또 다시 휴직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누라이프'에는 최근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을 지내는 2년 2개월 동안 학교를 비워 학생들과 대학에 피해를 줬다"며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추가 휴직이 예상되는데,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폴리페서'가 4년 동안 학교를 비워 생기는 피해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복직을 앞둔 조 전 수석은 "휴직 기간 동안 나의 강의를 대신 맡아주고 계신, 존경하는 서울대 로스쿨 동료 형사법 교수님들의 양해에 감사드린다"며 "수업당 학생 수가 많아졌다는 학생들의 불만도 이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도 나의 선택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