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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 분석]

가업상속공제 개편, 정부는 왜 '통 큰' 모습을 보이지 못했나

  • 보도 : 2019.08.01 08:06
  • 수정 : 2019.08.16 07:54

까다로운 기준(사후관리, 업종변경 제한 등) 탓에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을 없애주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두고, 재계에선 기업정책의 긍정적 신호로 봤다. 그간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막혀 머뭇거렸던 정부의 기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개편 수준이 공개되니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받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재계 전반에선 제도 개편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기업들이 유연하게 대응하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전문가들도 일자리 창출, 투자 활성화 등을 전제로 좀 더 과감한 규제 완화 행보를 정부가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호언장담에 그친 기업들 기(氣) 살리기

개편안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가업상속공제가 꼽히고 있지만 고쳐야 할 점도 많았다. 모든 것을 떠나 기업들이 제도 자체를 활용하기 너무 까다로운 요건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업종, 고용 등 사후관리 의무 모두 엄격하다. 

현행 기준 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하며 기업용 재산을 80% 이상 유지해야 하고, 매년 평균 정규직 노동자 수를 기준고용인원의 80%를 유지하는 등 사후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10년이 지나기 전 현재 업종의 전환을 꾀했다면 받은 공제액에 가산세까지 토해내야 한다.

해당 업종이 사양(斜陽)산업으로 꼽힌다고 해도 넋 놓고 지켜봐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정부의 개편안은 10년의 사후관리 기간을 7년으로 줄이고, 업종 변경 범위를 확대하는 부분 등이 주요 골자. 특히 '한 우물 경영'만 요구했던 업종 유지 요건이 중분류(현 소분류)까지 허용된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러한 규제를 풀어주신 대신, 탈세·회계부정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기업인은 공제대상에서 제외시키면서 '경영책임 의무'에 대해 강조한 모양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세법개정 방향성엔 긍정적인 평가를, 개편 수준은 미흡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업종변경 허용 범위만 보더라도 중분류 외 까지도 허용되지만, 심의위원회 심사라는 단서가 달려 있어 기업 입장에선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기업유지라는 목적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사후관리 기간, 업종·자산·고용 유지의무, 피상속인 최대주주 지분율 완화에 더욱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업승계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규제완화 효과 자체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기업승계 지원세제 과감히 풀 순 없을까

개편

2017년 한 해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한 기업인은 75명(건)에 불과했다.

장수기업이 많은 독일(신청 2014년 2만여건)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경영 현장의 목소리만 놓고 보면, 제도 활용도가 그다지 높아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현장에서 체감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데는 적용대상 기업 등에 대한 손질이 없었던 부분도 한 몫 한다.

공제대상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으로 2014년 개정된 이후 현재까지 변화가 없다.

정부의 개편안 발표 이전(또는 이후)에 정치권에서 공제대상(매출액 5000억원~1조5000억원), 금액을 확대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선 기업들의 요구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임은 분명하다.

지난 2014년 정부 스스로 공제 대상을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세법개정안에 담아낸 바 있어 재계 및 정치권의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부분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공제대상 기업은 1조원까지, 공제한도액은 1000억원으로 높이는 등 공제대상과 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기업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에 한정되어 있는 '일자리 수' 유지에 대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업종변경을 위해 사후관리기간 동안 '평균 정규직 총급여의 100% 이상'을 도입해 기업이 근로자 수와 총급여 기준 중 선택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反)기업 정서를 담고 있는 용어도 과감히 쳐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가업상속공제가 요건이 너무 엄격한데, 이는 용어로 인해 불거진 측면도 크다"면서 "용어부터 바꾸고 원활한 기업상속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으로 접근하면 좋은 제도의 보완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가업승계 대신 기업승계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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