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망에서 벗어나 기업만의 가치경험을 제공하라

[17세기 네델란드의 경제적인 성장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갖게 하였고, 돈을 가진 사람들은 유효한 투자 수단으로 그림을 사기 시작하였다. 이유는 상류층 사람들이 그림을 샀기 때문이고, 그림으로 집안을 꾸미면 고상해 보였기 때문이며, 또 그림을 샀다가도 팔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미술품 매매업의 형성과 독립화는 근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화상들의 요구에 의해 전문화가가 탄생하였다 이는 화상들이 그들의 경험에 비추어 가장 잘 팔리는 종류의 그림만을 화가들에게 주문하였기 때문이다. ...화상들은 일정한 예술 수요가 유지되게도 하였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화가들보다 훨씬 잘 알게 되었다. .... 따라서 고객들은 점차 화상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사는 데 익숙하게 되었고, 예술가들도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비개성적인 고객들을 위해 일하는데 익숙하게 된 것이다. 즉 화상을 통한 예술품의 생산과 소비의 중계가 예술가들을 감상자들로부터 소외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 화상들은 날이 갈 수록 미술가들의 고용주나 다름없이 되었고, 고객들이 미술가들에게 주문하기 보다는 화상들에게서 그림을 구입하는데 익숙해지면 질수록 그림 값을 마음대로 매길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2 중에서-

마케팅 활동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간상(도매, 소매 등)의 등장은 장소의 효율, 보관의 효율, 이동의 효율, 시간의 효율 등을 위해 탄생하였다. 하지만 현재의 유통은 마케팅의 4P 역할 중 전통적인 Place의 역할에서 벗어나 Place 가 Product, Price, Promotion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특히 대형 할인매장 등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 하였다. 최근에 필자가 강의를 한 국내 모 유제품기업 영업사원들의 가장 크고 중요한 영업의 대상은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중간 유통상이다.

물론 마케팅 기능이 최종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 등의 프로모션을 하지만 이 역시 중간상과의 비즈니스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더 많은 광고와 더 많은 인지도를 갖는 상품을 유통업체가 원하기 때문에.. 물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강력하고 차별화된 광고를 하지 못하는 한계도 결국은 유통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강의에 참석한 영업사원들의 고민과 어려운 점은 자신들의 고객(중간상, 도매상, 유통업체 바이어 등)의 까다로운 요구와 전략적인 구매 등에 대한 대응역량(개인적 차원-영업상담 스킬부족, 기업적 차원-줄어드는 이익률과 차별화 전략의 한계 등)이라고 하였다.

이와 유사한 기업들의 영업조직과 마케팅 조직에서 수립하는 전략(영업전략, 마케팅전략)들에서 최종소비자는 첫번째가 아니다. 그들의 주요 공략 대상은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유통상 혹은 중간상이다. 특히 대형 유통기업의 영업전략 혹은 마케팅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수동적인 비즈니스 전략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제조업체들은 최종 소비자들에 대한 정보수집에서도 유통기업에 뒤쳐진다는 것이다. 시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직접수집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  시장과 최종 고객들에 대한 정보를 제조업체보다  유통업체가 더 많이 갖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근거로 유통업체는 PB(private brand)를 생산해 제조업체를 압박하는면서 최종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 어제 발생한 것이 아니다. 19세기 중반에 탄생한 유럽과 미국의 백화점에서도 PB는 있어왔다, 어쩌면 유통에 제조업이 시장과 고객에 대한 영향력을 내 준것 은 외부의 유통기능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있다고 판단된다. 심지어 최근의 홈쇼핑업체가 보여주는 제조업체에 대한 갑질(?)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제조업체들이 최근에 자사 제품을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의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차별화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제조업체가 유통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는가?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 그 해결책을 찾는데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손쉬운 선택도 있을 것이고, 어려운 선택도 있을 것이다. 손쉬운 선택은 그 만큼의 기회비용이 클 수 있다. 어려운 선택은 과감한 결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성공의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결국 쉬운 선택이든 어려운 선택이든 그 선택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차별화는 남과 다른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앞으로 제조기업은 독자적인 어떠한 형태로든 유통망을 갖추지 않으면 유통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전통적인 매장 유통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 보완재 기업과 공동으로 체험중심의 독자적인 유통망을 갖출 수 도 있을 것이다. 자사의 제품이 충분한 구색을 갖추었다면 독자적인 브랜드매장을 운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기술을 융합해 스마트공장 + 빅데이타를 활용한 소비자와 1:1소통 +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회사의 홈페이지를 소비자들과 소통을 하고 거래를 하는 플랫폼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제조업체는 자신의 제품과 연관되는 제품기업과 공동으로 플랫폼을 만들어 독자적인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기업이 독자적인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소비자들과 소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전략은 화가가 자신의 그림을 그려 팬을 확보 하듯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가진 가치를 제대로 전달을 해 기업만의 시장과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적인 가치경험의 공간(굳이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더라도)을 만들어 소비자와 고객이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기술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아무리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유통을 독자적으로 갖지 못하면 결국은 유통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차별화된 제품으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기 전에 일반적인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명한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화상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객을 확보하듯이, 기업이 장기적인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시장과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