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일본의 수출규제에 한국이 수출규제로 맞대응한다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오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일본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모의실험을 통해 한일 무역분쟁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일본 수출 규제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한국의 GDP는 2.15% 감소하는 반면 일본의 GDP 감소폭은 0.04%다. 한국이 수출 규제로 대응했을 땐 한국과 일본은 각각 GDP 3.09%, 1.75% 감소로 손실이 확대된다.
반도체 소재 부족분이 45%로 확대될 경우엔 일본의 GDP 감소폭은 그대로(0.04%)인 반면 한국은 4.24%까지 늘어난다. 만약 한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GDP는 최대 5.37%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
한·일 무역 분쟁으로 확대된다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의 우위를 중국에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경연은 전기·전자산업에서 한국의 생산이 20.6%, 일본의 생산이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하게 되어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전쟁과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해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관세전쟁은 국내 기업이 대응할 여지가 존재해 0.15%~0.22%의 GDP 손실에 그칠 것으로 평가되지만 생산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게임은 국내 전후방 산업효과 외에도 수출 경쟁국의 무역구조까지 변화시키므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큰 분쟁 형태"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토론자로 나선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통상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리체계가 깨진 데 있다"고 지적하며 "맞대응 확전전략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으므로 대화 의제를 발굴해 한일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자제 논의는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데다 또 다른 보호주의 조치로 인식되어 일본 정부에 재보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