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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생각없이 만든 '조삼모사' 정책에 고통받는 사업자들

  • 보도 : 2019.07.08 07:57
  • 수정 : 2019.07.08 07:57

무더위가 시작한 7월 초순, 기승을 부리는 더위 못지 않게 사업주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기 위해 근로장려금 신청 및 지급을 연 1회에서 연 2회로 변경하는 등 제도 개편의 불똥을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들이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행정부담을 모두 사업주들이 떠 안게 된 꼴이다.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세법개정으로 전국 190만 사업자가 하지 않아도 될 근로소득간이지급명세서(간이지급명세서)를 오는 10일(수)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선심성 정책' 브레이크는 없었다

간이지급명세서는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제도로 근로자가 있는 모든 사업주는 오는 10일까지 1~6월의 급여를 확정짓고 관할 세무서에 이를 제출해야 한다. 이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는 근로장려금 지급이 연 1회에서 2회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려금은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다음해 5월 신청해 일정기간의 심사를 거쳐 9~10월 지급받았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는데, 이 때 전년도 소득을 확정짓고 장려금 신청을 해야만 지급액 산정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전년도 소득에 대한 장려금을 지급받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소득발생시기(전년도 1~12월)와 장려금 지급시기(다음해 9월)가 너무 많이 차이나 소득보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근로장려금 신청을 연 2회로 늘리는 세법개정을 추진했다.

상반기 소득분에 대해선 8월 신청해 12월 지급받고, 하반기 소득분에 대해선 다음해 2월 신청해 8월 지급받는 형태로 개편한 것이다. 

당시 국세청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장려금 지급액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기존 지급하던 장려금 액수를 두 번으로 나눠 지급하는 '조삼모사' 정책임에도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을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많았지만, 결국 정치권의 강수에 떠밀려 근로장려금을 연 2회 지급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지만 문제는 상반기 소득분을 '무엇'으로 파악하냐는 것이다.

연 1회만 신청했을 때는 종소세 신고 후, 소득기준을 판단해 장려금을 지급했지만 국세청 입장에서 근로자의 상반기 소득이 얼마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급조한 것이 간이지급명세서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1~6월의 급여와 근무기간, 인적사항 등을 적어 제출하면 국세청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심사, 장려금을 지급한다.

사업주는 그동안 내지 않았던 간이지급명세서 의무가 신설되면서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이지만, 지난해 7월 세법개정안이 나왔을 당시에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상하리만치 없었다.

정치권에서 워낙 강력하게 밀어붙이다보니 정부에서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를 못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언론에서도 장려금을 연 2회 지급한다는 것에 대해 초점을 맞췄을 뿐, 실무적인 문제에 대해 깊게 보도하지 않았고 사업주들 역시 해당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다가 일이 코 앞에 닥치자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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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간이지급명세서 관련 청원. 글쓴이는 간이지급명세서 제출기한을 연장하거나, 전년도 소득분을 기준으로 연 2회 나눠서 지급하는 등의 개선책을 반영해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1만1000여명의 서명으로 답변 충족 기준인 20만명 서명을 채우지 못한 채 청원기간이 종료됐다.


사업주·세무대리인 '불만 폭발'

간이지급명세서를 제출해야 하는 사업주와 세무대리인의 불만은 요지는 제출기한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과 정책효과가 미미한 것에 비해 투입되는 행정력 낭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의 이야기를 한 번도 듣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와대 청원을 올린 A씨는 "실무적으로 6월30일 퇴직자에 대한 시간 외 근무수당, 연차수당은 근무종료일(6월30일)이 지나야 계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일은 덮어두고 간이지급명세서 제출하는 일에 매달려야한다. 초과근무시간에 대해 오류가 생기거나 미지급 급여가 7월10일 이후 확인됐을 경우 오류제출로 가산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경리업무를 맡은 B씨 역시 "근로자의 급여와 인적사항 등만 써서 제출하면 간단할 것 같지만, 거래처와의 금액을 다 맞춰봐야 한다. 생각보다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며 "그동안 1년에 한 번 했던 것을 두 번 하게 되는 것이라 업무부담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다른 회사 직원인 C씨는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은 전달 급여가 다음달 10일까지 확정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거래처와의 관계로 20일에 전달 급여가 확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국세청에서는 수정신고를 하라고 한다"며 "이것이 말이 되느냐. 우리 회사에는 장려금 대상도 없는데 두 번이나 신고하라 하고, 10일까지 제출을 안하면 가산세를 내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무대리인들도 분통을 터뜨리기는 마찬가지. 

A세무사는 "이 제도는 너무나 허술하고 막무가내인 제도다. 직원들 급여가 다음달 10일까지 확정되지 않는 산업현장을 고려해야 한다. 개선 방안으로 지급일 기준으로 제출하는 방법 또는 제출기한을 7월31일, 1월31일로 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세청에서는 급여가 확정되면 수정신고 하라고 편하게 얘기하는데 전형적인 입맛대로식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B세무사는 "25일이 기한인 부가가치세 신고 때문에 한창 바쁜 시기에 지급명세서를 제출하라고 하니 생각보다 확인해야 할 일들이 많다. 혹여나 내용이 빠지거나 잘못되면 가산세를 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세청 입장만 고려하지 말고, 실무에서 일하고 있는 세무사와 회계사 등 세무대리인들의 입장도 귀 기울이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C세무사는 ""국세청에서도 근로장려금 심사와 집행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세무사들의 업무와 가산세에 대한 위험부담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며 "국세청에서는 수정제출을 하지만 매번 수정해서 제출하면 똑같은 일을 적게는 여러 번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한탄했다.

D세무사는 "국세청이 언제 소득을 확정해서 근로장려금 심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장려금 지급하고 난 뒤 소득금액이 초과되어 환수조치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이 또한 행정력 낭비 아니냐. 반기지급을 한다고 하더라도 전년도에 확정된 소득을 가지고 대상자를 선정해 1년에 두 번 지급하면 간단한 행정협조만으로도 끝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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