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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은행 채용비리, 유죄? 무죄?…치열한 법리공방 예상

  • 보도 : 2019.07.05 17:19
  • 수정 : 2019.07.05 17:19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 시중은행 중 우리·하나·국민·신한·부산·대구·광주은행 등 7개 은행이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를 통해 전·현직 은행장 4명을 포함해 인사담당자 등 실무자 38명을 기소한 바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공무원 임용시험 비리라면 100% 유죄일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 임용은 법률에서 정한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절차를 위반하면 법률위반이 된다.

하지만 사기업이라면 어떨까? 사기업이라도 뇌물을 받고 채용했다면 배임수재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뇌물을 받고 채용한 것이 아니라면 사기업은 채용에 관한 법률이 없으므로 위법하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이 업무방해죄를 적용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인사권자가 은행장일 경우에는 자신의 업무이기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성립되기 어렵고, 인사권자가 은행장이 아닌 인사담당자라면 은행장은 월권을 행사해 부하직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될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시중은행의 최고경영진 친인척이 임원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채용되거나 인사담당 임원이 자녀의 면접시험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은행 임직원이 채용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업무방해죄를 적용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항소심에서 1심의 징역 1년6월보다 감형된 징역 8월을 선고받았고, 신한은행의 경우 1심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전 행장은 시중 4대 은행장으로서 실형을 선고받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다만 같은 혐의로 기소된 남모 전 부행장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이 파기돼 무죄가 선고됐다. 홍모 전 인사부장 등 실무진 4명은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전 행장은 항소심에서 형량이 절반으로 감형됐지만 이에 불복해 지난 2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 전 행장 등 우리은행 인사실무진 6명은 2015년~2017년 고위공직자와 주요 거래처 및 은행 임직원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명단을 관리하면서 30여 명을 부정 합격시킨 혐의로 지난해 2월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 전 행장 측은 "우리은행은 사기업으로서 채용업무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므로 은행장에게 채용에 관한 재량이 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 전 행장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재판부의 판단…유죄 논거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박우종 부장판사)는 "합격자 결정이 합리적 근거 없이 그 합격자가 추천대상이라는 이유로 이뤄졌다면 이러한 행위는 우리은행의 공공성 유무를 따질 것도 없이 대표자의 권한 밖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말미암아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들의 불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업무방해죄 구성요건이 정한 피해자는 방해된 업무의 주체인데 정작 그 피해자는 별다른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양형(감형) 이유를 밝혔다.

처벌 근거에 대해선 "면접업무방해라는 처벌법리가 지나치게 기교적이라는 평가를 간단히 무시하기도 어렵다"면서도 유죄로 판결했다.

■ 무죄라는 주장

법조계는 항소심에서 혐의가 인정되면서도 이 전 행장의 형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상고심에서 업무방해의 법리다툼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채용비리 혐의가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수는 있어도 법리적으로 처벌 가능성이 있을지는 다툴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4대 로펌 중 한 로펌의 형사분야 전문 A변호사는 "회사의 인사업무 담당자가 대표의 업무를 위임받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면 대표가 채용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업무담당자에 대한 업무방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면접위원의 독자적인 업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라고 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회사 대표의 업무방해가 인정되면 지나치게 대표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면접위원 등 실무담당자의 업무를 지나치게 독립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소심이 '피해자가 별다른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처벌법리가 지나치게 기교적이라는 평가를 무시하기도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듯이 업무방해죄는 범위가 넓어 논란이 많기 때문에 상고심에서 법리가 다퉈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4대 로펌 중 한 곳의 B변호사 역시 "민간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인사권자의 채용 자율성 및 재량권이 있는데 무조건 형식적으로 판단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단지 면접을 보게 해달라고 추천을 했다면 이를 곧 업무방해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종인사권자인 은행장이 가해자가 돼 업무방해로 구속된 선례가 드물다는 점도 지적했다.

B변호사는 "사기업의 대표는 신입사원 채용에 관한 재량이 있으므로 채용업무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며 "설령 대외적으로 공정성이 저해됐다 하더라도 이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대법원에서 기준을 제시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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