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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순의 상속 톡톡]

간단한 조문이 아름답다

  • 보도 : 2019.07.03 08:20
  • 수정 : 2019.07.09 09:06

간단의 간(簡)은 대 죽(竹) 밑에 사이 간(間)이 살포시 들어앉은 모습이다. 대쪽을 뜻한다. 단(單)은 하나이니, '간단'은 대쪽 하나를 의미한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대쪽에 글을 썼다. 대쪽 하나에는 많아봤자 10자 밖에 못 적는다. 말하고 싶고 쓰고 싶은 것 모두를 주저리주저리 읊어댈 수는 없었다.

연애편지가 특히 그랬다. 연모한답시고 마구 써대면 연애편지 하나를 지게에 지고 배달해야 했다. 그걸 날라다 주는 하인의 입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말하고 싶고 쓰고 싶은 말이 많아도 짤막짤막하게 끝낸다는 뜻의 "간단하게 말하면"이 여기서 유래된 듯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최대주주 보유주식의 시가를 평가액의 120% 또는 130%로 잡고 있다. 이른바 할증평가다.

갑(甲)은 회사A의 100%주주, A는 B의, B는 C의, C는 D의 100%주주다. 이 수직지배구조 꼭대기에 앉은 갑이 사망한 경우의 할증평가는 어떻게 될까.

논의의 단순화를 위해 D발행주식 가치는 100이고 그 위 A·B·C는 다른 자산은 없이 바로 밑의 회사가 발행한 주식만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갑은 가치가 100인 A주식을 보유하다가 물려준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갑부터 C까지 모두가 최대주주라고 하여 마구 할증 평가하면, 3차례나 할증되면서 그 가치가 219.7(100 X 1.3 X 1.3 X 1.3)로 부풀려진다.

상속인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219.7에 최고세율 50%를 곱하면, 상속세가 실제 상속받은 A주식가치 100보다 커지니 말이다. 그러니 어디에선가는 할증을 끊을 필요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실제 상속된 A주식만 할증되는 것으로 본다(1설). 130만을 상속세과세가액으로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행정해석은 B 발행주식까지만 할증되는 것으로 본다(2설). B가 보유한 C 발행주식의 가치도 100이다. 이 100을 보유한 B가 발행한 주식의 가치는 할증되어 130이니 이 130을 보유한 A 발행 주식의 가치는 169로 할증된다는 것.

고등법원 판례도 2설을 지지한다.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

묘한 것은 대립되는 두 견해가 같은 조문을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조문을 달리 새겼다는 얘기다. 아래 상증법 시행령 제53조 제6항 제4호가 그것이다. 

"평가대상인 주식 등을 발행한 법인이 다른 법인(이하 이 호에서 "1차 출자법인"이라 한다)이 발행한 주식 등을 보유하고 있고, 1차 출자법인이 또 다른 법인(또다른 법인이 1차 출자법인 외의 법인에 출자한 경우의 법인을 포함하며, 이하 이 호에서 "2차 출자법인"이라 한다)이 발행한 주식 등을 보유함으로써 1차 출자법인 및 2차 출자법인이 최대주주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 1차 출자법인 및 2차 출자법인의 주식 등을 평가하는 경우."

이 경우에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안하겠다는 것이나, 문제는 조문이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점이다. 견해가 대립되지 않으면, 도리어 그게 이상할 정도다.

1설로 가려면 "수직지배의 경우 피상속인이 최대주주로 있던 법인이 발행한 주식에 한하여 할증 평가한다"로 충분하다.

2설로 가려면 "수직지배의 경우 피상속인이 최대주주로 있던 법인과 그 법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다른 법인이 각 발행한 주식을 할증 평가한다"로 족하다.

모름지기 세법 조문은 한눈에 들어와야 한다. 그 정도로 간단해야 납세자가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장이 그러하지만, 특히 세법 조문은 간단하고 간결할수록 아름다운 법이다.

장재순 객원칼럼니스트

조세일보 행복상속연구소 연구위원, 조세일보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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