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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대 국세청장 취임]

나는 지금 어디에…"콜센터 직원인가 국세공무원인가"

  • 보도 : 2019.07.02 07:53
  • 수정 : 2019.07.02 09:22

새 국세청장에게 바란다
전국 국세공무원 설문조사(中)

십 수 년전부터 국세청이 대국민 서비스기관을 표방하며 서비스 품질 강화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지만, 국세청의 실질적인 업무의 성격은 서비스 개념과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탈세를 막고 법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도록 유도하는 것, 이것이 국세청의 '기본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 세정현장의 현실은 어떨까. 일선 세무행정 현장에 투입된 많은 국세공무원들은 쏟아지는 민원전화 응대, 불쑥 불쑥 귓가를 때리는 악성민원인들의 욕설, 굳이 할 일이 아닌데도 불구 실적을 올려달라는 윗선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구걸에 가까운 읍소까지 해야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본청과 지방청, 세무서 등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 국세공무원 1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국세청 직원들은 새 국세청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과 바라는 점으로 ▲인사적체 ▲전화(악성)민원, 장려금 등 과도한 서비스 업무 문제 해결 ▲소통강화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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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 두 통 받다보면… 

각종 세금 신고기간, 특히 장려금 신청기간만 됐다 하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민원전화에 일선 직원들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민원인들의 폭언과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국세공무원의 자존감이 급전직하, 업무 스트레스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무언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인데, 이 목소리들은 인사적체 문제 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흘러나왔지만, 국세청 수뇌부들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방치해 왔던 상황이다.

A직원은 "과도한 전화상담 업무로 본연의 업무 추진이 어렵다. 상담센터가 있긴 하지만 일선 세무서의 전화상담 업무를 모두 대행하기에는 어려우므로 각 세무서에 전화업무를 지원해줄 수 있는 부서(또는 인력)가 있다면 효율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B직원은 "상담센터 직원들은 시간을 정해 전화를 받지만 일선 직원들은 말 그대로 하루종일 전화를 받는다. 어떤 류의 전화상담 요구 등이 많은지 체계적으로 분석·수집해 전담 조직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C직원은 "갈수록 늘어나는 민원인의 폭언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민원인 본인의 주민번호를 밝혀야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체계를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국세청 수뇌진이 직원들에게 대책없는 친절만 요구하면서 악성민원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D직원은 "체납업무나 고지 등 국세공무원 특성상 친절함을 유지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민원인과 마찰이 생길 경우 직원보호에 힘쓰는 문화가 아직은 부족하다"며 "직원을 상대로 소송 등이 발생할 때는 물론이고 사소한 마찰에도 직원편에 서서 직원을 보호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직원은 "납세자보호를 위해 만든 여러 제도를 악용해 정당한 국세공무원의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악성민원에 대한 강력한 근절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신고창구'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F직원은 "국세청은 납세자가 성실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이를 검증하는 기관임에도 매년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신고창구를 개설해 신고대리 업무를 해오고 있어 본연의 업무 외에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직원도 "전자신고 창구 등 각종 신고대상 창구에 직원들이 신고기간 동안 동원되어 본연의 업무를 하지 못한다. 신고창구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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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에 다니는 나,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요…?"

특히 근로장려금 업무에 대한 국세공무원들의 '원성'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장려금이나 학자금상환 업무, 고용안정자금 신청 독려 등으로 인해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사기가 저하된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다수였다.

H직원은 "윗분들이 일자리안정자금 안내 업무 등 본연의 업무가 아닌 것까지 떠안고 와서 직원들에게 부담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근로장려금 업무범위가 확장되면 그만큼 현실적인 인력충원을 해야 한다"며 "현장에 와 보라. 많은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극도로 지쳐있다"고 토로했다.

I직원은 "국세청이 할 일이 아닌 업무를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 실제 일자리안정자금의 경우 신청 실적을 줄세워 수시로 일선에 독촉하는 통에 직원들의 업무가 가중됐다"며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업무도 대출은 한국장학재단에서 하는데 돈은 왜 국세청으로 내야하냐는 민원인이 많다. 직원들도 이 점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J직원은 "징수와 복지업무를 동시에 할 수 없다고 본다. 장려금 제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국세청 본연의 업무인 징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려금 업무를 복지 담당 기관으로 넘겨야 한다"고 요구했고, R직원은 "국세청은 이미 서비스 기관으로 전락해 '을의 입장'으로 납세자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다. 일선에서는 업무처리에 애로사항가 많다"고 토로했다.

K직원은 "장려금과 학자금대출상환 업무 등 사회복지 업무와 신고창구에 시간을 빼앗기다보니, 세무공무원 자질을 떨어뜨리고 악성민원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직원들은 자존감이 떨어져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복지업무는 타 부처로 이관하고 신고창구는 폐지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런 직원들의 불만은 조직개편 문제로까지 번져 있는 모습이었다. 

L직원은 "근로장려금과 체납분야를 별도 조직에게 이관할 수는 없는 것인가. 국세청 고유업무인 세무조사와 세금징수에 충실하고 싶다"고 밝혔고, T직원은 "직원들의 업무가 다양해 업무 효율성 및 전문성이 떨어져 업무별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직원은 "부가세와 소득세 분야를 나누는 조직개편을 조속히 마무리 해 직원들의 업무 일관성을 제고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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